Fortune지에서 2010년도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를 리스트를 얼마전에 발표하였다. 나는 이 리스트를 거의 10년 동안 보고 있는데 솔직히 그다지 자세히 보지는 않고 그냥 한번 훑어 보고 어떤 회사들이 상위 랭킹에 있는지만 본다. 그래야지 나중에 미국 사람들이랑 이야기할때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ㅎㅎ. 상위권의 회사들의 이름은 우리가 대부분 잘 알거나 한번 정도는 이름을 들어본 회사들이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올해 리스트는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서 면밀하게 보고 어떤 회사들이 과연 미국에서 제일 평이 좋은지, 그리고 왜 그렇게 평이 좋은지도 유심히 봤다. Top 10에 올라온 회사 중 4개 정도가 내가 잘 모르는 회사여서 자세히 봤던 이유도 있지만, 미국에서 일하기 가장 좋은 회사가 SAS라는 솔직히 이 리스트의 꼭대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거 같지 않았던 회사라서 한 글짜도 빼지 않고 전체 내용을 다 읽었다.
SAS (발음은 ‘사~스’이다)는 Fortune이 Best Companies to Work For 리스트를 집계하였던 13년 동안 해마다 이 리스트에 올라갔었지만 1등은 올해가 처음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2008년도의 한 에피소드가 머리를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1999년도 스탠포드에서 같이 공부하였던 통계학과 출신 박사 친구가 있었는데 졸업후 대부분의 박사 친구들은 학계로 진출을 해서 교수가 되거나 연구원이 되었는데 이 친구는 그당시 모든 액션이 일어나고 있었던 실리콘 밸리에서 멀리 2,60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동부의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SAS라는 회사에 통계 연구원으로 취직을 했다. 그 당시만해도 SAS는 비즈니스 분석 툴 (business analytics)의 분야에서는 최강자였고, 나도 이 회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고 어떤 회사인줄을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실리콘 밸리에 난다 긴다 하는 벤처기업들이 엄청난 연봉과 스톡 옵션을 제공하면서 스탠포드 박사들을 채용해가고 있던 시기에 이 친구가 “시골바닥”인 노스 캐롤라이나도 간다는게 조금 놀라웠다. 이메일로 가끔씩 연락을 하면서 지내다가 2008년도 다시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서 이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아직도 SAS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매우 행복해 보였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전날 내가 구글에서 미팅한 내용과 구글의 직원 복지 제도에 대해서 존경심을 표시하면서 “뮤직쉐이크는 언제 구글같은 복지 시스템을 갖추나”라면서 부러워하니까 이 친구가 피식 웃으면서, “야 구글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 SAS 복지 제도는 더 좋아.”라고 했는데 그 당시 속으로는 미친놈이라고 욕했지만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
SAS가 올해 포츈지가 선정한 Best Company to Work For인 이유는 바로 다른 회사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수한 직원 복지 제도때문이다. 나도 이걸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직원들한테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가 있는지 의아해할 정도였는데, here is the full story:
SAS의 시작은 매우 미약했다. SAS는 1976년도에 (내가 2살때였다 ㅎㅎ) 현재 대표이사인 Jim Goodnight씨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친구들과 만들었던 그 당시만해도 생소하였던 분야인 비즈니스 분석을 하는 통계 소프트웨어의 이름이었다. 참고로 SAS는 Statistical Analysis System의 약자이다. SAS 소프트웨어의 잠재가능성을 일찌기 인식한 굿나잇씨는 학교에서 이 소프트웨어를 더 이상 발전시키는거는 의미가 없다는걸 깨닫고 직접 창업을 했으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같다^^), 아직도 회사의 66%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초기의 SAS 소프트웨어는 농부들이 농산물 수확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과거의 기후나 농산물 data를 분석하는데 사용되었지만 오늘날 Fortune 500대 기업의 79%가 알게모르게 뒷단에서 SA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가령, 옷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Gap과 같은 회사들은 SAS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언제 얼마만큼 어떤 옷을 만들어서 어느 매장에 어느정도의 재고를 가지고 가야하는지를 예측한 후에 이 트렌드에 따라서 비즈니스를 한다. 제약업체들은 신약출시하기 전에 경험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SAS를 통해서 최소화할 수 있으며, 야구 구단주들은 각각의 야구 경기에 대해서 표를 얼마에 팔아야하는지까지도 예측을 어느정도 가능케 하는게 바로 SAS 소프트웨어의 강점이다. SAS의 2009년도 매출은 약 23억 달러였는데, 이 수치는 SAS를 세계에서 매출이 가장 큰 비상장 소프트웨어 회사로 만든다.
SAS의 평균 근무 년수는 10년이다; 300명 이상은 무려 25년 이상을 현재 같은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직장을 옮기는 요새 젊은이들한테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힘든 회사일것도 같다. 2009년도 퇴사율이 2%밖에 안되었는데, 미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평균 퇴사율은 참고로 22%이다. 직원 중 45%가 여성이며,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은 45살이다. 나도 주위에 좋은 회사들을 많이 봤고, 행복하게 일을 하는 직원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그 중 하나이다) 이렇게 퇴사율이 낮고 직원들이 오래동안 한 회사에서 일을 하는 회사는 본적이 없는거 같다. 거의 우리나라의 “평생 직잡” 개념을 가지고 있는 미국 회사와도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더군다나 SAS의 연봉 수준은 미국의 평균 소프트웨어 산업의 연봉보다 낮으며 직원들한테 회사의 스톡옵션을 전혀 부여하지 않는데도 직원들이 집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 모든걸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건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짐 굿나잇씨의 직장에 대한 철학이 아닐까 싶다. 올해 67세인 굿나잇씨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다. 통계학 박사 학위 소지자이자, 한때는 대학 교수님까지 하였던 굿나잇씨는 언론에는 매우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다 (나도 이 기사를 읽기 전에는 누군지 전혀 몰랐으니까). 굿나잇씨는 상당한 실용주의자이기도하다. 집도 SAS 캠퍼스안에 있고, 35분이라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머리도 구내 이발소에서 깍는다. 미팅 도중에 더이상 미팅에서 얻을 수 있거나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없으면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로 유명하기도 한 CEO이다. 그는 직원들에 대해서 종종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매일 밤 우리 직원들이 회사 정문을 통해서 퇴근을 합니다. 대표이사로서 내 임무는 퇴근한 직원들이 그 다음날 다른 회사의 정문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정문으로 다시 출근하도록 만드는거죠.”
굿나잇씨의 이러한 자세는 직원들을 위하는 인도주의적 정신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직원들한테 잘해주면 그만큼 더 생산성이 올라서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기여한다는 마키아벨리적인 사상에서 나오기도 한다. SAS의 평균 주간 업무 시간은 보통 35시간이다 (나도 일주일에 35시간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가나 휴가를 관리하거나 감시하는 제도는 없다. 그냥 알아서 양심껏 쉬면 되는거고 아프면 상사한테 말해서 쉬면 되는 제도가 이 회사에는 아주 잘 자리를 잡았다. 솔직히 이런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통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조금만 풀어주면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직장인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은데 미국인들은 알아서 잘 자제하는게 참으로 신기하다. 9시 – 6시와 같은 특정 근무시간도 SAS에는 없다. 정문의 경비가 아니면 9시에 출근을 하던 11시에 출근을 하던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몇시에 출근을 하던간에 일단 출근을 하면 열심히 일을 하는건 기정 사실이니 그렇다고 인력담당자들은 말한다. SAS 직원들은 일단 SAS 캠퍼스 안에 들어오면 하루종일 나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들 한다. 필요한 모든 시설이 회사 안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600명의 유아들을 수용할 수 있는 2개의 유아놀이방이 있기 때문에 애기가 있는 가족들도 마음놓고 일할 수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summer camp 제도도 매우 잘 갖추어져있다. 그외에 구글이 가지고 있는 – 참고로 구글이 몇년전에 직원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을 만들때 벤치마킹 했던 회사가 바로 SAS라고 한다. 구글은 SAS의 큰 고객 중 하나이기도 하다 – 모든 부수적인 서비스를 SAS는 다 가지고 있다. 드라이 크리닝 서비스, 자동차 정비소, 우체국, 작은 책방 및 책을 교환할 수 있는 시설, 명상을 위한 시설, 개인 회계사 서비스 심지어는 치열 교정소까지 갖추고 있다. 구글이 한때 구내 식당과 거기서 먹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식 때문에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는데 – 아직까지 사고 있다 – SAS도 절대 구글에 뒤지지는 않는다. 싸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구내 식당이 3개가 있는데 매일 아침식사 500끼와 점심식사 2,300끼를 제공하며, 심지어는 퇴근하면서 갈때 가져갈 수 있는 테이크아웃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하하. 그리고 식사 시간을 놓치거나, 중간 중간에 배가 고프면 다양한 간식을 제공하는 “부엌”들이 20개 이상의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간식으로 매주 수요일은 M&M; 쵸코렛을 전직원들한테 제공하며, 금요일은 크리스피 크림 도우넛을 제공한다고 하니 누군들 마다하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배를 채운후에는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과 그룹 스포츠 제도 또한 전사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렇게 잘 되어 있는 복지 제도 중에서도 SAS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꼽는거는 바로 SAS 캠퍼스의 중심부에 위치해있는 보건소이다. 솔직히 이 정도 규모면 병원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health-care center라고 하니 그냥 보건소라는 번역을 해야겠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SAS 보건소에는 4명의 의사, 10명의 간호사, 영양사, 실험실 연구원, 물리치료사와 정신과의사를 포함하여 56명의 직원이 있다. 여기서 심장 수술과 같은 복잡한 수술을 받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기본적인 치료는 모두 받을 수 있다. 독감 주사, 임신 테스트, 혈액 검사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검진은 모두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사내 보건소를 갖추고 있는 회사들이 더러 있지만 이렇게 큰 스케일로 운영되는 보건소는 대부분 아니며, 더군다나 돈까지 한푼도 내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니 정말로 좋은 deal인거 같다. 2009년도에 SAS 직원과 직원 가족들의 90%가 사내 보건소를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물론 굿나잇 대표도 포함해서이다. 보건소의 년간 운영 비용은 450만 달러인데, 비싸 보이지만 사내 보건소를 운영함으로써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이보다 큰 500만 달러라고 한다. 외부 병원에서 기다리면서 시간 낭비하거나, 쓸데없는 비용이 나가거나 하는게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직원들에 대한 굿나잇 대표의 마키아벨리적인 사고방식이 엿보인다. 모든 미국인들이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에 대해서 욕을 하지만 아마도 SAS 직원들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거 같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된다.
SAS의 직원 복지 제도를 보고 남들은 너무 직원들한테 돈을 낭비하는게 아니냐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모든건 결과로 나타난다고 굿나잇 대표는 강조한다. 실제로 33년 동안 해마다 SAS의 매출은 성장을 하고 있으며, 회사가 돈을 더 벌수록 더욱 더 복지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SAS는 현재 약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SAS 캠퍼스를 확장하고 있으며, 매출의 약 2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하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말이 있는데, 굿나잇 대표는 놀랍게도 이런 회사의 복지제도를 SAS가 매출 500억 밖에 안하던 1984년도부터 기획/계획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매출 500억 정도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더욱 더 직원들을 쥐어짜서 1조원의 매출을 만드려고 고민할텐데 이렇게 직원들 복지 생각을 하는 회사와 창업자가 있다니 다시 한번 놀라울따름이며 굿나잇 대표의 이러한 장기적인 안목이 부럽기까지도 하다. “행복한 소들이 맛있는 우유를 더 많이 만들죠.”라는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굿나잇 대표의 말이 내 머리속에서 계속 메아리를 친다…
굿나잇 대표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로 나가도 될거 같다. 이미 이 지역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며, 지역 경제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였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IT하면 실리콘 밸리와 미국 서부밖에 모르던 나같이 무식한 놈들한테 노스캐롤라이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회사의 문화는 매우 신선하였으며, Fortune지 4장에 걸쳐서 쓰여졌던 이 기사는 나의 “성장”만을 중요시하는 탱크주위만이 회사를 운영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대표이사가 있는 회사라면 굳이 실리콘 밸리가 아니라 시골인 노스캐롤라이나라도 한번 일해볼만할거 같다. 우리 나라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도 이런 훌륭한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면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싶다. 아니면 그래도 서울만을 고집할까?
재미있는 사실: SAS에서 간식으로 제공하는 M&M 쵸코렛의 년간 소비량은 22.5톤이라고 한다. 직원 한명당 평균 5키로그램의 M&M을 해마다 소비한다는 말이다. M&M 쵸코렛 22.5톤의 시장 가격은 약 $216,000지만, SAS는 이것마저 대량 할인을 받아서 $71,225에 구매를 한다고 하니 정말로 sweet한 deal인거 같다. 물론, SAS에서 일하는거 자체가 매우 달콤하다.
*올해는 466개의 기업이 이 리스트에 포함 신청을 하였으며, “The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리스트는 샌프란시스코의 The Great Place to Work Institute에서 해마다 작성을 한다. 리스트 작성의 기준이 되는 항목들은 크게 2가지인데 각 회사들의 정책/문화와 회사 직원들의 피드백이다. 또한, 이 두가지 항목을 기반으로 4개의 분야에서 점수를 매기게 되는데 그 4가지 분야는 credibility (communication to employees), respect (opportunities and benefits), fairness (compensation, diversity), 그리고 pride/camaraderie (philanthropy, celebration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