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9년도에 처음으로 Cisco라는 회사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스탠포드 대학 초청 강연 하나 중 그 당시 시스코 고위인사인 Mike Volpi가 – 이때만 해도 시스코의 차기 CEO가 될 줄 알았던 Volpi씨는 이후에 Joost의 CEO로 스카웃된 후 상당히 순탄치 못한 길을 현재 가고 있다 – “인터넷 혁명은 이제 불과 시작하였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는데, 그 날 이후로 시스코의 팬이 되어서 계속 이 회사를 follow하고 있다.
Cisco Systems는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 공학 석사 과정에서 만나 결혼한 Leonard Bosack과 Sandy Lerner (그 당시 부부였지만 현재 이혼하였다)가 1984년 창업하였다.시스코란 이름은 이 젊은 공학도 부부가 가장 사랑하고 즐기던 도시 San Francisco에서 따온거라는걸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것이다. 시스코의 로고도 싸인이나 코싸인 기호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명문 금문교를 응용한 이미지이다. 2000년 3월 닷컴 거품이 최고조에 달하였을때 시스코는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회사였다 (약 500조원). 현재 시스코의 시가총액은 거품이 많이 빠진 160조원에 연매출 약 50조원이지만, 시스코가 실적 발표를 할때마다 모든 기업인들과 금융인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시스코의 성적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올해 6월9일 다우존스지표에서 GM을 시스코가 대체할만큼 시스코의 제품들은 이제 우리 삶의 구석 구석에서 매일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찾을 수 있고, 지리적으로도 미국 뿐만이 아닌 전세계 모든 나라에 시스코 제품들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시스코의 성적이나 미래에 대한 예측은 세계 경제 및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시스코의 살림을 13년째 꾸려나가고 있는 John Chambers 사장을 월 스트리트 저널의 Michael Malone이 인터뷰한 기사 중 몇가지 의미심장한 내용을 나름대로 재해석 (재탕?) 해본다.
John Chambers는 ‘변화’를 좋아한다. 외모 – 실리콘 밸리의 다른 CEO들과는 다르게 양복과 formal한 옷을 즐겨 입는다 – 와 말투 – 이 또한 실리콘 밸리에서는 찾기 힘든 강한 남부 액센트를 가지고 있다 – 로 봐서는 은근히 보수적인 면이 있을거 같은데 소리 소문없이 점차적인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13년째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시스코는 라우터 (인터넷에서 정보가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타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었다. Chambers 사장은 영원한 1등도 없고, 영원한 시장이라는건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일찌감치 인정하고 지속적인 신규 비즈니스 진출 및 기존 비즈니스 재정비를 통해서 시스코를 네트워킹 장비,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홈 무선 네트워크를 관리해주는 Linksys 라우터까지 제공하는 종합 네트워킹 h/w and s/w 업체로 성장 시켰다. 시스코 내부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data 중 3/4 이상이 시스코의 제품을 통해서 전송된다고 한다. 보통 신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체적인 인력과 기술을 가지고 직접 신규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방법이 있고 (organic growth), 다른 방법은 직접 하는거 보다는 이미 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존 player를 인수하는 (acquisition growth) 방식이 있다. 물론, 다른 방법들도 많지만 크게 봐서는 이 두가지가 있는데 시스코는 후자의 방법 (인수 합병)을 예술로 승화시켜서 키우기로 유명한 회사이다. 2001년 부터 시스코는 크고 작은 회사들을 자그마치 130개나 인수하면서 제품군을 라우터, LAN 스위치, VoIP 및 홈 네트워킹 분야로 대거 확장하였다.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인수하면 보통 인수되는 회사를 인수하는 쪽에서 망가뜨리는걸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인수되는 기업의 직원들이 퇴사하는 결과가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인수 전에 1+1=3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였던게 1+1=1.3이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는걸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시스코는 인수하는 작은 회사들에게 시스코의 문화와 가치를 주입시키기 보다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Linksys, Scientific Atlanta 및 WebEx와 같은 인수 당시에는 미약했던 비즈니스들을 전부 다 billion dollar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이런 Chambers 사장의 선견지명 덕분에 시스코는 우리 세대 최악의 불경기 와중에도 계속 성장을 하고 있다. 한달 동안 주가는 거의 20% 이상 성장하였고, 영업 비용을 2조원이나 절감하면서 Credit Suisse로 부터 “outperform”의 상향 평가를 받는가 하면 2012 런던 올림픽의 메이저 스폰서쉽을 얼마전에 따내기까지 하였다. 비슷한 덩치의 다른 high tech 회사와는 달리 시스코는 직원들을 대량으로 감원하지도 않았고 임원들의 연봉 삭감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Chambers 사장은 매우 자신있게 (Chambers 사장은 현실적인 인물로 평판이 나있다. 주가를 올리거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소위말하는 ‘뻥카’는 절대로 날리지 않는다). 앞으로 5년 동안은 경기와는 상관없이 시스코는 무조건 해마다 12% ~ 17% 성장할 준비가 이미 다 되어 있다고도 장담한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회사 지하실 대형 금고에 현금이 넘쳐 흐른다고 하던 기업들도 요새는 금고가 필요없게 되어서 다 제거하고 있는 이 판국에 어떻게 시스코와 Chambers 사장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까? “제가 시스코를 경영하면서 여러번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위기가 한번도 없었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매번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웠고, 이런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에 대한 해답이 적혀있는 우리만의 playbook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스코의 위기 대응책은 크게 다음 4가지 원칙에 기반합니다.”
1. 현실을 똑바로 봐라 (Be realistic) – 우리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불경기 때문인가 아니면 내부적인 요인때문인가? 불경기때 비즈니스가 느리면, 10중 9명은 경기 탓을 하는데 원인 파악을 정확하게 해보면, 그동안 회사 내부의 문제들이 쌓인게 불경기때 표면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2. 상황 파악을 똑바로 해라 (Assess your situation) – 현재의 불경기가 얼만큼 지속될것이고,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해라. 그리고 그 수치를 1.5배 하면 정확한 계산이 나올 것이다. 불경기는 생각보다 항상 더 오래가고, 그 임팩트가 크기 마련이다.
3. 다시 돌아올 호경기에 대비하여라 (Get ready for the upturn) – 모든건 바닥을 치면 다시 오르게 되어 있는데, 경기도 마찬가지이다. 고장난걸 고치는데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지 말고, 고친 후에 어떻게 돈을 벌지에 절반의 자원을 투입시켜라.
4. 항상 고객의 옆에 있어라 (Get closer to your customers) – 불경기를 가장 빨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고객의 소비동향을 모니터링 하는것이다. 고객들이 지출을 줄인다면 그에 대한 원인을 바로 파악해라.
Chambers 사장은 현재 차세대 Internet 2.0의 물결을 제대로 타기 위해서 시스코의 장비들을 재정비 하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들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비디오 기술 및 화상회의 기술들에 요새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작년에 Chambers 회장은 전세계 시스코 사무실 270개를 방문하였는데 그 중 200개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 화상회의를 통해서 했다). 물론, 많은 시간과 돈이 들겠지만 반드시 이런 비전들을 실현시킬때까지 계속 현업에 종사할거라고 Wall Street Journal에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Chambers 사장은 Cisco의 새로운 제품인 HD Flip 디카를 보여주면서 기자에게 “멍청한 CEO들도 사용 설명서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예요” 라면서 자랑을 한다. 작년에 Flip 카메라를 만드는 Pure Digital Tech사로부터 이 카메라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 당시에 공짜로 받을 수는 없고 직접 소비자가를 내고 사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올 3월 Pure Digital Tech사를 750억원에 통째로 인수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