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compromise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건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인생의 다양한 면을 경험하는 거와 비슷하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자, 타협의 연속이기도 하다.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세상이 내 사정을 봐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도 여러 가지 상황을 봐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타협을 해야 한다.

하지만 –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 절대로 타협하면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내 경험과 생각에 의하면 제품, 채용, 숫자와 현금흐름이다.

1/제품 – 좋은 제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제품을 출시했는데 예상보다 냉담한 시장의 반응, 투자자들의 무관심, 현저하게 저조한 사용률 등, 이 흔한 문제들은 마케팅을 잘 못 해서가 아니다. 제품이 후졌기 때문이다. 제품을 제대로 만들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많은 경우, 스타트업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핑계로 제품의 완성도에 대해서 타협하는 창업팀을 본다. 원래 의도했던 기능을 구현하려면 6개월이 더 걸리고, 더 많은 개발인력이 필요하므로 “일단 이 정도만 해놓고 출시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말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위안하면서 출시를 강행한다. 하지만,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실패다. 그리고 그나마 몇 안 되었던 초기 사용자들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B급 제품을 사용하면서 이미 좋지 않은 사용자 경험을 했기 때문에 회사와 제품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떠난다. 이들을 다시 부르는 건 쉽지 않다.
사진을 올리면 비율이 깨져서 매우 보기 싫은 서비스가 있었다. 창업팀에게 물어보니, 사진 올리는 기능 자체는 작동하니 – 그래서 MVP를 만들었으니 – 비율 깨지는 건 일단 사용자 피드백을 받은 후에 고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건 잘못된 접근 방법이다. 일단 이들은 MVP의 정의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사소해 보이지만, 결국 돈을 버는 제품을 만드는 건 디테일이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제품의 완성도와 타협하면 안 된다. 원래 의도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이렇게 만들어서 출시해도 잘 안될 확률이 90%이다. 출시가 늦어져도 상관없다. 출시가 늦어지는 게, 이상한 제품을 조기 출시했다가 다시는 이 바닥에서 명함을 못 내미는 거 보다는 낫다.

2/채용 – 항상 강조하는 거지만, “당신이 지금 힘들게 채용해서 만드는 team이 바로 당신이 만들 회사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라” 솔직히 아무도 모르는 가난한 스타트업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돈 많이 주는 회사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데 굳이 미래가 불투명하고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스타트업에 올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업가는 시간이 갈수록 인재채용의 기준을 낮추고, 결국 적당한 수준만 되면 아무나 채용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개발자를 채용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그래, 우리 형편에 이 정도가 어디냐” 하면서 스스로와 타협한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채용할 때 절대로 타협하면 안 된다. 가능성이 보이니 일단 같이 일하면서 모자란 20%는 우리가 채워줘야지 하는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일하고 즉시 회사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동의하지 않지만, 나는 스타트업 최초 10명의 멤버들을 채용함에서는 100% 맘에 들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100% 맘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하면, 타협하지 말고 그냥 다른 기존 멤버들이 조금 더 열심히 일하는 게 맞다. 돈 없는 스타트업의 최고의 채용 전략은 100% 맘에 들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는 거다.

3/숫자 – 출시 후 지속해서 제품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다양한 지표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어떤 숫자가 중요한지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funnel을 체계적으로, 정량적으로, 그리고 미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나도 뮤직쉐이크 시절 여러 가지 숫자들을 관리했는데 가끔 이 수치들과 타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매주, 그리고 매달 목표 수치들이 있는데 약간 모자라지만 거의 비슷하면 목표달성이라고 자신을 격려한 적이 몇 번 있다. 좋지 않은 습관이다. 왜냐하면, 조금씩 모자란 숫자들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그렇다고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제품과는 그만큼 멀어지기 때문이다. 지표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숫자들이 미달이라면, 왜 그런지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숫자와 타협을 하면 이런 원인분석 과정을 건너뛰는데 이는 서비스 개선을 방해하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4/현금흐름 – 위에서 말한 3가지 정말 중요하지만, 현금흐름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 스타트업은 무조건 비용을 아껴야 한다. 사장들은 매일 1원 수준까지 미시적으로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 솔직히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사장이 신경 쓸 일이 매우 많다. 창업 초기에는 모든 걸 해야 하는데 일일이 영수증 관리하고 청구서 확인하는 게 은근히 귀찮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런데 귀찮다고 청구서 내역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미 처리한 걸 다시 내는 경우도 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 작은 비용들이 쌓이면 큰 비용이 되고 “내야 하는 거니까 청구되었겠지.”라는 사고방식이 머리에 굳어지기 시작하면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의 죽음이 시작된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개인이나 기업이나 파산한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스타트업들은 존재하는 첫날부터 경제학의 이 기본 법칙을 위배하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현금흐름 관리에 있어서 절대로 타협하면 안 된다.

한국에서도 꽤 잘 알려진 Y Combinator의 Kevin Hale이 얼마 전에 브라운대학에서 이와 비슷한 조언을 했다.

숫자에 집중해라. 비용을 최소화하고, 집을 사무실로 사용해라. 사람들이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들과 대화해라.

타협은 유연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유연성은 일반적으로는 좋다. 하지만 제품, 채용, 숫자, 현금흐름과는 타협하면 안 된다. 창업 초기만큼은.

<이미지 출처 = https://chicagoagentmagazine.com/what-will-homebuyers-compromise-on-in-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