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먹은 맥주와 피자 때문에 머리가 깨질거 같았지만, 택시를 타고 아침 일찍 또 Huntsman Hall로 향해서 갔다. 오늘 오전은 약 2시간 반 동안 “Financing Your MBA”라는 세션이 진행됐다. MBA는 굉장히 비싸다. 2년 동안의 학비와 생활비를 합치면 대략 원화로 1억5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돈많은 부모님이 학비를 조달해 주면 2년 동안 아무 걱정없이 즐기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동안 저축한 돈과 대출을 받아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 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나는 결혼을 해서 와이프와 같이 올 계획이기 때문에 여분의 생활비를 계산해야한다. 다행히 돈이 더 필요할 경우 Citibank를 통해서 학생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외에 다른 방법에 대해서 더 알아보려고 오전 세션을 주의깊게 들었다. 또한, 나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학생비자로 미국을 입국하게 되는 외국인인 관계로 외국학생을 위한 세션에 참석을 했다. 어제 과음의 여파로 인해서 많은 학생들이 아직은 강당에 없는거 같았다. 뭐…결론은 각자 알아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부담해야하는 것인거 같다..빨리 로또가 되던지 해야지….

11시30분부터 한시간 동안은 와튼 동문들과 함께 하는 Alumni Panel이다. 우리 cohort는 3명의 동문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구성이 재미있었다. 성공적인 사업가인 백발의 할아버지인 85년 졸업생 John, 뉴욕에서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2000년 졸업생 인도인 Paresh 그리고 가장 최근 졸업한 2006년도 졸업생인 중국계 미국인 Janelle. Janelle은 수업을 같이 들은 와튼 동기와 함께 창업을 하여 도심 지역의 엄마 아빠들을 위한 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는 포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창업가 이다. 나 또한 창업에 많은 관심이 있는지라 많은 질문을 하였다. 집중적으로 물어봤던 부분이 “창업을 하려면 대부분 서부, 꼬집어서 말하자면 스탠포드 대학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필라델피아 지역과 와튼에서 현재 창업 활동과 이를 위해서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자원이 많이 있냐?” 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튼 졸업생으로써 어떤 점이 지금까지 인생에서 도움이 되었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선배인 John이 다음과 같은 대답으로 패널을 마무리 했다. “당신들은 125년 전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경영대학원의 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입학과 동시에 전세계 88,000명의 동문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 미치도록 흥분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전세계를 여행하였는데, 가는 곳마다 – 북한을 제외하고 – 와튼 동문을 만났으며, 마치 친 형제를 대하듯 나를 반겨주더라. 와튼의 힘은 학교의 브랜드는 당연하고, 앞으로 같이 공부하게될 동기들 그리고 졸업하고 만날 동문들, 바로 그 사람들에 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넘은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너무나 멋지고 감동적인 말이다. 나는 박수를 치면서 스스로 알수없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걸 느낄 수 있었다.

전날과 같이 간단하게 점심을 1층에서 pick up 했다. 시저 샐러드, 치킨 샐러드, 야채 샌드위치, 칠면조 가슴 샌드위치 등 몇가지 메뉴 중 나는 칠면조 가슴 샌드위치를 가지고 가장 기대를 많이 하였던 세션인 Career Interest Panel이 열리는 교실로 걸어갔다. Career Interest 패널은 와튼 MBA들이 썸머 인턴쉽과 졸업 후 진출하는 업무 분야에 대한 정보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세션이다. 각 패널은개개인의 직장 및 인턴쉽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5명 ~ 10명의와튼 1년차 및 2년차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커리어 분야에 대해서 와튼이 제공하는 정보, 자원 및 이와 관련된 수업과 클럽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커리어 패널은 Consulting, Entrepreneurship, Finance, General Management, Health Care, Investment Management/Hedge Funds, Sales and Trading, Marketing, Media and Entertainment, Real Estate, Social Impact, Technology, Venture Capital/Private Equity와 Restructuring 으로 나누어서 진행되는데 시간 상 이 중 2개 정도 패널에 참석을 할 수 있다.
나는 평소 관심이 있던 Entrepreneurship과 Venture Capital/Private Equity 패널에 참석을 하였는데 각 클럽의 회장 및 회원들이 나와서 학교생활, 썸머 인턴쉽을 효과적으로 구하는 방법 그리고 졸업 후 진로 결정과 직장 잡는 방법에 대해서 친절하게 대답 해주었던 세션이었다. 특히 Venture Capital/Private Equity는 요새 굉장히 각곽을 받는 분야라서 그런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교실이 빽빽히 찼는데, 끝난 후 Private Equity 클럽 (사모 펀드 클럽)사람들과 나와 같이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던 사람이 졸업 후 이 분야에 진출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과 장애요소에 대해서 15분 정도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잠도 오고 몸도 피곤했지만, 2시30분 부터 4시30분까지 Huntsman Hall 옆에 있는 Annenberg 공연 Center에서 Wharton Live!는 절대 놓치면 안되는 행사라고 해서, 처진 몸을 이끌고 이동을 했다. 어, 그런데 정말 놓쳤으면 평생 후회할 정도로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와튼의 특징은 다른 학교들보다 학생들의 파워가 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반영하는것이 100개가 넘는 Student Club (우리나라로 따지면 동아리같다) 인데, Wharton Live!에서는 그 중 3개의 Performing Club구성원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신입생들 앞에서 보여주는 공연이다.

첫번째로 연극 클럽인 Wharton Follies가 1977년 부터 30년 동안 기획 및 제작하였던 연극에서 재미있는 부분들을 모아서 몇개의 컷을 무대에서 보여줬다. Wharton Follies는 와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클럽 중 하나이며 해마다 이 클럽 멤버들은 경영대학원과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패러디해서 보여주는 오리지날 뮤지컬 코메디를 직접 기획, 제작 및 연출해서 필라델피아와 뉴욕에서 공연한다. 그러니까 실제 공연을 처음부터 기획하여 관객들 앞에서 연출하는 작업을 학생들이 A부터 Z까지 모두 담당을 하는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Wharton Follies의 기획팀에서 직접 기업체를 찾아가서 스폰서를 받는것이다. 2007년도 Wharton Follies는 다빈치 코드를 패러디한 D’Anjani Code를 연출하였는데 이를 위해서 저명한 경영컨설팅 업체인 Bain & Company에서 1만불을 스폰서 받았다. Wharton Live!에서는 2007년도 작품인 D’Anjani Code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몇개 선별하여 보여주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웃다가 의자에서 뒤로 자빠질 뻔 했다. 현재 와튼의 부학장인 Anjani Jain 교수의 이름에서 제목을 가져온건데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대단한 비즈니스 감각 및 이 모든것을 지원하고 즐기는 교수와 학생들의 태도에 다시 한번 놀랐다.

다음은 일종의 국제 문화 행사인 Wharton International Culturual Show에서 많은 학생들로 부터 인기를 얻었던 나라의 노래와 춤을 간단히 보여주는 순서였다. 아쉽게도 한국은 빠졌지만 – 내가 듣기로는 한국의 부채춤과 태권도도 상당히 인기가 많았던걸로 기억한다 – 일본,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인도 전통 춤, 노래 그리고 무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물론 그 완성도 자체는 전문 공연인이 아닌 학생들이 진행을 하는거라서 조금 떨어졌지만, 바쁜 학업 일정 속에서 강도 높은 연습을 소화해 낸 학생들을 보니 놀랄 따름이었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공연이 끝난 후 바로 Whartones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Whartones는 와튼 학생들로 구성된 아카펠라 그룹이다.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입단할 수 있는 다른 클럽들과는 달리 Whartones는 9월마다 열리는 오디션을 통화해야지만 멤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튼의 댄스 클럽인 Wharton Dance Studio의 신나는 공연이 있었다.

지금부터 난 좀 바빠지기 시작했다. Annenberg Center를 급하게 나와서 앞으로 살 집을 본격적으로 구해야하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다양한 건물에 사는 학생들이 집을 외부 사람들한테 공개하는 open house가 열리는데 그 동안 조사를 통해서 엄선한 몇개의 집을 볼 계획이다. 필라델피아 도시는 전반적으로 위험하다고 많은 사람들 머리에 인식되어 있는데 여기 와보니까 사실인거 같다. 그래서 집을 구할때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 안전 그리고 또 안전이다. 안전한 지역의 아파트를 구하다 보니까 학교 근처의 University City나 Schuylkill 강 건너 있는 Center City만 보기로 했다. 일단 현재 Senthil과 묵고 있는 River Loft 아파트가 나의 no.1 선택이다. 필라델피아에 처음 도착해서 들어오자마자 이 아파트에 필이 꽂혔기 때문이다. 천장이 16피트나 되고, 침실이 2층에 있는 복층 아파트이기 때문에 결혼해서 와이프와 살기에는 딱 알맞았다. 거기다가 위치 또한 학교와 도시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공부할 학생과 와이프를 위해서는 매우 편리했다. 딱 두가지 문제가 있다면, 하나는 그 비싼 가격 (월세 2,000불)과 인기있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침실 한개의 one bedroom이 잘 없다는 점이다. 일단 예약을 하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은 후 Wanamaker란 아파트와 Dorchester란 인기있는 아파트를 봤지만, 딱히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학교쪽으로 가기 위해서 강을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The Left Bank라는 아파트가 눈에 보여서 한번 확인해 보러 들어갔는데 은근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학교와의 접근성, 그리고 강 건너로 보이는 필라델피아 시내의 야경이 매우 맘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맘에 들었던거는 지금까지 다른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fitness center였다. 실은 나와 여자친구는 둘다 운동광들이어서 집을 고를 때 좋은 피트니스 센터가 있냐 없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housing office 사람들 또한 친절하고 많이는 아니지만 월세 또한 약간 할인을 해줘서 좋은 인상을 받고 나왔다. 약간 더 고민을 하고 내일 아예 아파트 결정을 하고 계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 드디어 WWW의 피날레인 Closing Dinner 차례다. 몸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마지막으로 미래 classmate들과 이야기 하고 네트워킹을 더 할 수 있는 저녁이기 때문에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저녁은 business casual복장이다) 천천히 걸어갔다. 확실히 외국사람들은 평상복과 파티복을 구분해서 입는거 같다. 나는 그냥 면바지에 남방을 입고 갔지만, 대부분의 외국애들은 드레스복과 양복을 입고 저녁에 온거 같다. 스탠딩 파티 스타일로 술은 서서 먹는 분위기이며 음식은 부페 스타일이었다. 나는 음식을 가지고 그냥 아무 자리에 앉아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빡빡한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오른쪽에는 Travis Bowie와 그의 와이프 Karen이 앉아 있었다. 이야기 하다 보니, Travis와 Karen은 둘다 스탠포드에서 학부 생활을 하고 현재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IT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도 스탠포드에서 석사공부를 하고 일을 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자마자 아주 재미있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Travis는 아직 와튼으로 올지 안 올지 100% 결정을 안한 상태로 WWW에 참석을 했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한 후에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 왼쪽에는 뉴욕에서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는 키크고 늘씬한 금발의 여자 Camille이 남편과 같이 앉아있었다. 대부분 남자가 학교를 다니고, 와이프가 같이 따라오는거와는 반대로 이 부부는 여자가 학교를 다니고 남편이따라오는 케이스인데 참 잼있는거 같았다. 그리고 다른 테이블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저께 small group dinner를 같이 하였던 베네주엘라 친구 Luis가 다른 남미 친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내가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시작하니까 다들 신기하게 생각하며 우리는 또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Stefan이 같이 동석해서 한국, 남미, 마이크로소프트 및 venture capital 업무에 대해서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이야기를 맥주를 먹으면서 한 후, 마지막 farewell party가 열리는 Zee Bar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Zee Bar에 가자마자 우린 술, 음식, 이야기, 네트워킹, 춤에 심하게 심취해서 마지막 파티인 만큼 정말 열심히 놀았다. 술먹고 논 이야기는 여기서 생략하겠다. 난 집에 4시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