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일요일이다. 미국 북동부 지역에 폭풍이 오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필라델피아에서 2년 동안 사려면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에 익숙해져야할거 같다. WWW 참석하였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 closing dinner 전에 집으로 돌아갔거나 아니면 오늘 아침/오후에 가는걸로 알고 있는데내일 (월) 오후 3시 비행기로 산호세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나는 하루가 더 있다. 오늘은 아직 WWW를 위해서 남아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club brunch가 있다. 모든 클럽은 아니지만, 몇몇 클럽에서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특정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면서 와튼에서의 생활 또는 특정 클럽에 대해서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줬다. 나는 가장 관심이 많았던 Technology / Entrepreneurship Club 브런치에 일단 참석을 했다. Black Sheep이라고 하는 어두 컴컴한 펍 1층에서 진행되었는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창업과 하이테크에 관심있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베이글과 계란 오믈렛을 먹으면서 끈임없이 사람들과 이야기 하였다. 낯익은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호주 출신으로 런던 IBM에서 일하고 있는 Michelle 또한 그 중 하나였다. 미국은 토론문화가 상당히 발달된 사회라는 점을 이번 WWW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미국 사람들은 어디를 가서 뭐를 하던지 앉아서 이런저런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걸 좋아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쉽게 대화를 시작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동시에 남의 생각과 경험으로 부터 배우고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서 존재하지 않던 인간관계를 만들고, 여기서 또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인생 자체가 이런게 아닐까? 우리는 매초, 매시마다 이런 기회에 노출되어 있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냐 못하냐는 전적으로 개개인한테 달려 있으며, 나는 한국사람들이 이러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포용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토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로 부터 항상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냥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그 경험 자체에서 나는 인생의 즐거움을 맛 본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것의 기본이 되는거는 말, 즉 영어인 만큼 평소에 영어 공부 – 특히 회하-를 많이 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Entrepreneurship Club 회장이 토론을 주도했다. 현재 창업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아이템에 대해서 우리들의 의견을 묻고 있는데 패션 쪽과 관련된 아이디어라서 난 관심있게 듣고,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하면 대박이겠다 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자, 시간이 많이 없어서 나는 다른 클럽 브런치로 이동하기로 했다. 필라델피아에도 차이나 타운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유명한 딤섬집인 Ocean Harbor에 모여있는 Asia Club 멤버들을 만나러 갔다. 대부분의 아시아 학생들이 갈길이 멀어서 그런지 일찍 떠났나 보다. 한 8명 정도 모여있는거 같은데 나는 본인 소개를 하고 앉아서 또 열심히 네트워킹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대만 학생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Elaine이라는 대만 학생이 현재 와튼과 MIT 중 아직 학교 결정을 못해서 옆에서 다른 재학생들이 열심히 와튼 홍보를 하고 있었다. 보스톤의 명문 여대 Wellesley 학부를 졸업하고 뉴욕의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는 여자라서 그런지 복장이 매우 패셔너블 했다. 내 성이 Bae라고 말을 해주자 갑자기 탤런트 배용준의 팬이라면서 입에 개거품을 물면서 욘사마 찬사를 하기 시작했다. ㅋㅋㅋ 그래도 한국 남자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니까 – 그것도 어떻게 보면 나의 먼 친척뻘일텐데 – 기분은 나쁘지 않더라. 와튼의 아시아 클럽은 상당히 파워가 센걸로 알고 있다. 주로 중국/한국/일본 이렇게 3개국이 아시아 클럽의 주류를 이루는데 해마다 스스로 파티나 아시아 컨퍼런스와 같은 행사를 잘 준비해서 성공적으로 진행한다고 들었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많은 비아시아권 학생들도 아시아 클럽의 멤버로 가입해서 아시아에 대한 정보와 문화에 대해서 활발하게 교류를 한다고 한다.

곰곰히 고민해본 결과 나는 학교에서 보다 가까운 Left Bank라는 아파트의 원 배드룸 집 계약을 하기로 했다. 마침 Elaine도 현재 Left Bank에 있는 학생네 집에 묵고 있어서 같이 택시를 타고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월세 1,800불이 절대 싸지는 않지만 나는 유학생활이 나와 미래의 와이프를 위해서 유쾌하고 가치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아파트를 선택하였다. 아파트 계약을 하고 펜실베니아 대학교 서점에서 책도 보고,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스터디 그룹과 과제 준비를 하고 들어온 Senthil과 와튼에서의 학업과 앞으로의 진로 문제 그리고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여름에 홍콩에서 썸머 인턴쉽을 하면서 혹시 서울에 들리면 연락 꼭 하라고 명함을 주면서 필라델피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