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05년 1월부터 2007년 5월까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다. 내가 당시 근무했던 기간에는 아직 Google, Apple 그리고 Facebook의 힘이 지금같이 막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나름대로 innovation을 통해서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Bill Gates가 그 당시 회사의 CEO였기 때문에 Steve Ballmer의 허튼짓들과 광기를 억누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세월이 많이 변했고 레드몬드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공룡같이 둔해졌고 어쩌면 곧 멸종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이 남아있다. 아직도 나는 MSFT의 소액 주주이며 아직 한 주도 팔지 않고 있다 ($30이 넘으면 팔려고 했는데 아직 몇 년째 못 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빌 게이츠의 영원한 팬이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새로운 소식이 발표되면 꽤 관심 있게 검토하고 사용해보곤 한다.

얼마 전에 우리 집 근처의 쇼핑센터에 갔다가 그동안 말로만 듣던 Microsoft Store가 생긴 걸 보고 너무나 반가워서 와이프와 함께 들어가 봤다. 그리고 엄청 실망하고 나왔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 옛 동료들과 친구들도 많고 또한 소액 주주로써 웬만하면 이제 MSFT에 대해서 부정적인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스토어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어서 여기 몇 자 적어본다.

Microsoft Store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이다. 워낙 애플 스토어의 깔끔함과 미니멀리슴에 익숙해서 그런지 도대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뭘 파는 가게인지 약간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과 같이 A부터 Z까지 OS,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드웨어를 다 in-house에서 제조하는 게 아니므로 애플 스토어와 같은 ONE CONCEPT, ONE BRAND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나도 이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관련자한테 이에 관해서 물어보니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만 주로 제공하고 하드웨어는 많은 제조업체가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색감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애플과 같이 white, metallic, minimalist 컨셉보다 이런 게 훨씬 좋은 거 같은데요?”라는 말을 하는데, 역시 관련자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이런 후진 가게가 산출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런 이유로 IBM, Sony, Samsung, Acer, ASUS, LG, HP 등등의 노트북, 데스크톱, 태블릿, 폰, TV와 잡동사니가 가지각색의 모양과 색깔로 어수선하게 전시되어야만 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행태를 보면 애플과 구글이 하는 걸 무조건 따라 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애플 스토어의 인기가 많으니 일단 따라 한 거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밑에 사진 보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할인 프로모션 배너를 이젤 위에 얹어 놓았는데 싸구려 나무 이젤이라니….

안 그래도 어수선한 제품들을 파는 가게에서 더욱더 눈을 피곤하게 하는 건 바로 전반적인 색감이다. Windows 브랜드 색인 빨강, 파랑, 초록 그리고 노랑을 위주로 인테리어를 장식했고 직원들도 이 4가지 색 중 하나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물론, 색을 통해서 브랜드를 계속 노출하는 건 좋은데 고객의 입장에서는 약간 눈에 피로감이 올 수 있는 경험을 했다.

30분 동안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가게를 찾는 고객군들 또한 애플 스토어와는 차이가 크게 난다. 애플은 젊고 cool 한 돈이 좀 있는 고객들이 오는 거 같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옷도 잘 못 입고 저렴함을 찾는 고객들이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포함?). 직원들이 고객들한테 ‘25%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 강조하는걸 보면 어쩌면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Microsoft Store에서의 최악의 경험은 바로 직원들 그 자체였다. 그들의 낮은 수준이었다. 어떻게 ‘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런 허섭스레기들을 자기네 얼굴과도 같은 스토어에 채용했을까? 약 30분간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있는 동안 12명의 직원이 와서 “뭐 도와드릴까요?” “궁금하신 점 있으신가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25%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서 알려드릴까요?”를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앵무새 같은 목소리로 지저귀며 계속 귀찮게 했다. 심지어는 5분 전에 이미 이 프로모션에 대해서 우리한테 자세히 설명해준 어떤 멍청한 여직원은 다시 우리한테 와서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서 아시나요?”를 또 물어보기도 했다. 더 한심한 거는 대부분의 직원이 본인이 뭘 파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Windows 7 Enterprise의 용량을 물어봤는데, 주위에 있던 4명의 직원이 전혀 모르고 있었고 Windows 7 Starter에 관해서 물어봤더니 “그게 뭐지? 그런 것도 있나?”라고 하는 직원조차 있었다. 참고로 Windows 7 Starter는 저사양 넷북을 위한 Windows 7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는 넷북이 여러 대 진열되어 있었다.

즉, 직원 교육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을 급히 채용했다는 느낌을 팍팍 받았고 작은 가게에 너무 많은 직원을 배치해놔서 서로의 담당 구역 관리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직원이 또 와서 똑같은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파는 제품에 대해서 너무나 교육이 잘되어 있고 경험이 많은 애플 스토어 직원들과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의 수준이었다. 참고로 나는 최근에 iPhone 4S를 사기 위해서 애플 스토어를 찾아갔었는데 이때 캐리어인 AT&T;와 작은 문제가 있었다. 담당 직원이 너무나 깔끔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줬는데, 이때 나는 작은 감동까지 받은 경험이 있다.

들어간지 30분만에 나는 Microsoft Store를 나왔다. 맹세컨데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제품 출시 전략은 주로 ‘일단 출시하고,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적당한 가격에 더욱더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 우리는 돈이 많으니까 5년이 걸려도 되고 10년이 걸려도 된다.’ 이다. 이게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를 long-term으로 보고 꾸준히 노력하니까 굉장히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되지도 않는 비즈니스를 너무 오래 해서 돈만 낭비하는 매우 나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하여튼 이런 전략을 실행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돈이 많아야 하는 건데 마이크로소프트에 돈은 아직은 전혀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Xbox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2001년도에 Xbox가 처음 출시되었고, 2005년도에 후속타인 Xbox 360이 출시되었는데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때까지도 Xbox 한 대 팔 때마다 손실액이 약 15만 원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3년 동안 Xbox를 담당하는 그룹은 계속 흑자를 내고 있고, 지난 사분기에는 Kinect라는 효자 상품 덕분에 – 마이크로소프트도 가끔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그동안 Xbox 그룹이 퍼부어야 했던 돈은 얼마일까? 거의 6조 원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다른 제품들도 비슷하다. 구글로부터 검색 시장을 뺏어오려고 Bing을 출시한 검색 그룹은 최근 5년 동안 수조 원의 현금을 퍼부었고, Windows Phone은 말할 필요도 없다. Windows Phone 7을 유통하기 위해서 노키아에만 지급한 게 2조 원이 넘는다.

자, 과연 Microsoft Store도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될까? 수년 동안 수조 원의 돈을 퍼부어서 결국에는 애플 스토어를 따라잡을 만한 가게로 만들 수 있을까? 단위 면적당(1 sq ft) 매출 600만 원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소매상점인 애플 스토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참고로 2위는 보석상인 Tiffany인데 단위면적당 매출은 애플의 절반인 300만 원 밖에 안된다). 글쎄다. 내가 느낀바로는 한 10년 정도의 시간과 수십 조원의 현금이 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때가 되면 애플은 또 몇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있을 것이다.

(내가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위기에 대해서 쓴 포스팅들이다)
Microsoft 이제는 어디로?
Microsoft in deep shit?

아,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내가 가장 즐겼던 제품은 Surface였다. 이건 정말로 꽤 쿨한 제품인거 같다.

참고:
Costa Mesa Microsoft Store
-Cult of Mac “Move Over Tiffany’s! Per Square Foot, Apple Is The Most Powerful Retailer In America” by Killiam Bell
-Business Insider “Microsoft’s Board Is Now Worried About How Much Money XBox Will Lose” by Matt Ros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