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를 해본 창업가들은 잘 알텐데 VC들은 좀 부담스러운 존재들이다. 나도 스타트업을 하면서 많은 VC들을 만나서 이들 앞에서 피칭을 했지만 아무리 착하고 친근감이 가는 투자자라도 돈을 구하러 다니는 창업가의 입장에서 그들은 껄끄러운 사람들이다.

투자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나는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말도 안되는 걸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어떻게 대응해줘야 하는가? 헛수고 말고 집으로 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줘야하나 아니면 잘했고 고생했다라고 격려해줘야 하는건가. 이번 beLaunch 2013 스타트업 배틀에 선정된 20개의 업체들과 총 2번의 리허설을 진행했다. 나는 주로 굉장히 직설적인 피드백을 주는거에 익숙하다. 그래서 좀 아니다 싶거나 또는 이상한거 같으면 냉정하게 내 생각을 말한다. 이런 피드백을 고맙고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굉장히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을 나는 잘 이해한다.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을 하는 창업가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잘 모르는 투자자 앞에서의 발표를 위해서 수십번 또는 수백번 연습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허접해도) 이런 분들한테 우리같은 투자자들은 최소한의 예의는 표시해 줘야 하며, 그들의 열정과 용기를 존경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그냥 “수고했습니다. 재미있는 비즈니스니까 아주 열심히 하면 잘 될거 같습니다.” 라면서 서로 웃으면서 기분좋게 헤어지고 싶다. 

BUT –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인생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젊은이들한테 최소한의 예의란 바로 이들이 내 앞에서 발표했던 내용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 또한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들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하루라도 빨리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창업가들한테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어떤게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들에게 내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일 인이다. 혹시 그동안 나랑 communicate하다가 상처받은 창업가들이 있다면 내가 인간적으로 나쁜놈이 아니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걸 알아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