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되시는 배기홍 씨와는 Wharton의 입학동기인데, Wharton에서의 시간이 그분과 제 인생을 뒤흔드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와튼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심사숙고와 자기성찰 끝에 MBA에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반면, 저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그대로 MBA에 대한 깊은 생각없이, 그저 회사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떠난 바 있습니다. 그런 제게, 와튼 MBA 과정은 제게 엄청난 멘붕과 자기반성의 기회를 선사하였습니다.
그 여파로 MBA에서 흔치않은 휴학까지 감수한 저는, 우연히 “Top MBA가는 길“이라는 책을 공저한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제가 경험한 바를 나누는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피츠버그에 살면서 MBA 지원자분들을 위한 admission consultant로 일하고 있으며, Carnegie Mellon 의 Tepper Business School 교수인 남편을 통해 business school 관련 정보 및 트렌드를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Admission consultant라면 “무조건 MBA 가라, 일단 가는 게 남는 것!” 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 2007년도 저와 같은 생각으로 MBA 가시려는 분을 만나면 전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MBA 에는 답이 없습니다!”
작년에 저는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젊은 증권사 직장인이 MBA를 준비하다가 과로사했다는 정말 안타까운 기사였는데요, 기사 내용은 이랬습니다. “MBA 출신 동료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최근 뒤늦게 MBA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친척은 ‘A씨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완벽주의 성향이라 일을 하면서도 MBA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저는 절대로 그분의 노력이나 의도를 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확실히, 제가 지원하던 2006년에 비하면, 요즘은 직장인이라면 MBA를 한번쯤 고려해보지 않으신 분이 드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졌습니다. 마치 MBA도 어학연수와 같은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많은 지원자분들을 만나보면, ‘나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MBA에 가는가’, 라는 정말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하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절반 정도는 ‘가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일단 입학한 후에 천천히 찾아보겠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분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MBA는 정글입니다. 9월 개강과 함께 레이스가 시작되는.
초원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어먹다가 갑자기 질주를 시작하는 아프리카의 물소 떼를 상상해보세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술먹고 퍼질러 놀던 외국 친구들,
‘내가 이렇게 덜떨어진 넘들이랑 경쟁하느라 MBA 준비하며 그렇게 피를 말렸단 말야?’ 어이없을 정도로 모자라 보였던 동기들이, 우다다다 갑자기 한 방향을 향해 질주하기 시직합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수업 듣고, 오후에 팀미팅 하고 reading material 읽고 숙제하고, 저녁에는 숨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회사설명회 다니고, 목요일 저녁에는 social event 참석하고, 금요일은 뉴욕에 가서 네트워킹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신기한 건, 나는 간신히 남들 하는 것만 흉내내는데, 이 ‘덜떨어져 보였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빠릿빠릿 주체적으로 다닌다는 겁니다. 이게 단순히 체력이나 영어의 차이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로 MBA는 엄청난 실제 비용 +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기회비용을 차치하고라도, 직접 지출되는 expense만 생각해도 1.5억원 이상이죠 (대도시, 평균적 소비성향을 가진 싱글 기준). 그러다보니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의 커리어골 + why MBA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와 그에 맞춘 action plan을 어느 정도는 갖고 학교에 입학한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친구들은 우선 본인이 노리는 목표에만 focus해서, 몇 개의 회사를 추려서 그 회사들에만 공을 들이고, 그 안에서 동문들을 찾아서 금요일마다 네트워킹을 합니다. 정작 이력서를 낼 기간이 되면, 이런 친구들은 이미 자기가 원하는 회사의, 가고자 하는 팀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 만나본 상태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인터뷰 기회를 받느냐 마느냐 걱정하고 있을 때, 이런 친구들은 resume 통과는 따놓은 당상이요, 실무 레벨은 이미 다 구워삶아놓은 거죠.
물론 저는 이렇게 ‘준비된’ 지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수의 한국 지원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양심에 손을 얹고, MBA에 가고자 하는 이유가 다음 중 하나에 해당되시는지 생각해 보세요.
1) 지금 커리어가 뭔가 답이 안 보이는데 MBA가면 답이 있을 것 같아서
2)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은데 그냥 비슷한 데로 이직하기는 왠지 내가 지는 것 같아서
3) 별 거 없던 대학동창이 MBA 다녀와서 잘 나가고 있어서
4) 아무래도 갔다오면 안 갔다온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확실한 목표와 확고한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 동일한 이유입니다. 단언컨데, MBA에는 답이 없습니다. 합격이 능사가 아닙니다 – 저런 마인드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원한 4학교중 HBS만 빼고 Wharton, Chicago, Ross 모두에서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 문제는 합격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학교생활이 구심점을 잃고 방황할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한 목표가 없으니(이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고), 어떤 회사의 어떤 포지션(관심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을 목표로 해야 할 지도 모르고, 네트워킹을 하긴 해야겠는데 대체 누굴 만나야 할 지도 모르는 겁니다.
‘MBA 에 가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MBA 를 마치고 과거에는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career jump를 성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조금만 발품을 팔고 여기저기 알아보면, MBA가 열어주는 기회의 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대체로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나도 모르는 답을 MBA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막상 학교에 가서 대다수 경쟁자들은 이미 답을 찾아와서 전력질주를 하는데, 나 혼자 답을 찾겠다고 이쪽 힐끔, 저쪽 힐끔하다가는 결국 제대로 고민도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끌려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왜 IB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지 아시겠죠 (ㅠ_ㅠ)
MBA를 고려하신다면,
나에게는 하버드가 맞을까 아니면 와튼이 더 잘 맞을까? 이런 걱정은 붙들어 두셔도 됩니다.
지난 3년간 스탠포드에 붙었다는 합격자 스펙 조사하느라 인터넷 뒤질 필요 없고요.
지금 해야 하는 가장 급한 임무는, 내가 MBA에 대체 왜 가야 하는지,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 직장에 올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후회했던 점은, 내가 지원 전에 했어야 하는 고민을 입학하고 나서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1년에 5만불이 넘는 학비를 내는 상황에서, 이런 때늦은 고민은 실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합니다.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시고, 입학하기 전까지는 전략을 다듬고, 입학하는 순간 전력질주를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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