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 출장에서도 역시 상당히 많은 회사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짧은 기간 동안 32개의 스타트업들을 만났다(몇 개 더 만날 예정). 항상 그렇듯이 괜찮은 스타트업들보다는 뭔가 좀 아쉬웠던 회사들이 더 많았지만, 이 중 마음에 무척 드는 스타트업들도 있었다. 신뢰가 가지 않았던 회사들은 아이디어나 제품보다는 창업자들의 마음가짐이 별로였다. 특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창업팀이 스타트업에 올인하지 못하고 part-time으로 ‘간’을 보는 건데 최근에 창업 열풍이 불어서 그런지 이런 팀들이 꽤 많았다. 이 중 직장인 팀이 제일 많았다.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또는 주말에 동네 카페에서 만나서 스타트업을 하는 파트타임 창업자들한테 내가 항상 물어보는 건, “그럼 언제 full-time으로 여기에 올인 하실 생각이신가요?” 이다. 대부분 매출 발생, 트래픽증가 또는 펀딩과 같은 뭔가 극적인 발전이나 변화가 있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올인하겠다고 한다.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처자식이 있으므로 집안의 현금흐름이 끊기면 안 되고,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전세금을 갚아야 하며, 학자금을 대출받아서 계속 빚을 갚아야 하고, 아직 제품이 완성 안 되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다 충분히 이해하는 사정들이다. 그런데 이건 알아야 한다. 백만가지 이유로 이분들이 스타트업에 100%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세상 어느 곳에서 미래의 경쟁자들은 올인해서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가족 때문에 풀타임 전념을 못 하는 분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데 이들이 경쟁해야 할 팀들은 젊고, 먹여 살려야 할 가족도 없고, 체력적으로도 월등해서 24시간 코딩을 할 수 있는 똑똑한 창업가들로 구성되어있다. 올인해서 전념을 해도 이런 팀들을 이길까 말까 하는데 스타트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아니 월급을 주는 직장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누가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서 좋은 비즈니스를 먼저 만들지는 안 봐도 뻔하다.
누군가 “연말에는 꼭 사표 내고 몰방할 겁니다.” 라고 했는데, 나는 이 분에 연말에는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물어봤다. 현재 계획에 의하면 그때까지는 MVP를 출시하고, 고객이 어느 정도 생기고, 매출도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열심히 잘 해보라고 했다. 제발 그렇게 되면 좋겠다면서. 계획대로 모든 게 척척 진행되어서 진짜로 이 분이 희망하는 시나리오대로 갈 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되는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스타트업에 애정을 품고 있어도 이 분의 우선순위는 월급을 주는 현재 직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직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급하게 완성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밤새워서 일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풀타임 직장이고 월급이 나오는 나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내 진짜 관심사인 스타트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풀타임 직장에 전념하는 동안 발전이 전혀 없다. 몇 달 남지도 않았는데 정말로 연말에 사표 내고 올인할거면, 그냥 지금 하면 안 될까? 만약에 진심으로 연말에 직장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할 생각이면, 지금 해도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창업가 본인도 실은 이 아이디어를 100% 믿지 않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꾸 자신의 불확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결과를 확인한 후에 스타트업에 올인할 생각을 하지만, 미안하지만 올인해서 전념하지 않으면 이렇게 정당화할 수 있는 결과를 절대로 만들 수가 없다.
현재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올인하는게 어렵나? 그러면 아예 스타트업은 생각하지 말고 월급을 주는 직장에 올인하는게 본인과 주위 모든 사람을 위해서 좋다. 취미를 갖는 건 좋다. 하지만, 취미생활로 하기엔 창업은 너무나 힘들고 고달픈 취미이다. 이렇게 취미생활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저 창업해서 벤처 합니다” 말하는 거 자체가 인생을 걸고 열심히 일하는 진짜 창업가들에게 부끄럽고 피해를 주는 거라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RDX Fitness>
어떤 관점으로 말씀하신것인지 이해됩니다만,
스타트업 에코 관점에서 본다면, 취미로라도 파트타임으로라도 새로운 제품을 스토어에낸다면 적어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영감이라도 줄 수있지않을까요?
마지막의 ‘이렇게 취미생활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저 창업해서 벤처 합니다” 말하는 거 자체가 인생을 걸고 열심히 일하는 진짜 창업가들에게 부끄럽고 피해를 주는 거라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 라는 말씀에 반성도 하게되고 반감도 살짝? ㅎ 듭니다..
하지만 역시 오늘도 대표님 글로부터 계속 용기와 지혜를 얻으며 파트타임이지만 hustle and keep going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되십시오~
네, no one right answer for every question 인거 같아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베이도 파트 타임으로 11개월동안 만들어서 나온 모델이고, 와비파커도 파트타임 MBA 학생들이 만든 모델이고, 케이스 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올인을 원하겠지만요. 좀 더 많은 사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투잡’, ‘세컨드잡’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책임과 열정을 온전히 쏟아도 성공하기 힘든 세상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배기홍 대표님이 말씀하신 경쟁자들이 잠자코 노닥거리지만 않는다는 점은 제가 절실히 경험했습니다. 저보다 더 잘하는 프로들 여럿이서 제대로 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하려는 사업의 성공 여부가 참신한 새로운 방향성이나 아이디어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남들이 먼저 팡파레를 울리면서 출시할 위험이 굉장히 큽니다. 난 아직도 혼자 남는 짜투리 시간으로 끙끙거리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Nothing입니다. 처음부터 죽기 살기로 홍보하고 고객들을 만나고 되든 안되는 투자자와 얘기해서 널리 알려야 합니다. 저의 후회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신념과 확신을 검증해 보고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검증도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 고객을 찾아야 하고 고객들과 충분히 접촉해야 하고 반응으로 부터 확신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고, 엄청난 두뇌와 감정 노동입니다. 저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채 창업했던 것을 후회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준비를 충분히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3년이나 지났어도 사실은 아직도 많은 것이 불확실합니다. 선데이토즈를 비롯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몇몇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그정도 사례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글쓴이의 본질적인 의도를 깊이 생각해봐야 할듯 합니다. 어찌보면 몇몇 예외적인 케이스로 호기를 부린채 부족함을 가지고 혹은 부족함을 끝내 채우지 못하고 다수의 기업이 망하는 것이니깐요.
어떤 의견이든 항상 옳은 것은 아닐지라도 조금 더 이해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자세가 필요할듯 합니다.
쓰신 글 잘읽었습니다.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되고 창업자가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바로 올인 하는 것만이 답인지는 논의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어딘가의 경쟁자라면 실리콘벨리가 대표적일거 같은데요. 미국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법한 업체를 다니면서 퇴근해서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회사를 안다니몬 투자 받기전 기준으로 의료 보험(가족까지 포함하면 더 복잡), 오피스는 고사하고 집 렌트비 등등이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엑셀레레이터쪽에 지원받는 것도 아닌데 수입 끊기면 홈리스와 다를바가 없죠. 잡스도 차고에서 창업했지않냐 하면서 옛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차고를 지금 마운틴뷰나 쿠퍼티노, 써니베일에서 빌리려면 무시못한 금액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고도 가끔 우버 운전하면서 돈버는 친구들이 있고요(파트타임과 달리 시간이 자유로우므로 일하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가끔한다고 합니다). 저도 내 시간 전체를 회사일에 붓는 상태에 있다가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되겠다싶어 올인을 선택한 쪽이긴합니다만, 그 나름대로의 이유들이 있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한국에선 회사다니면서 겸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일단 시간적 여유가 없을테니 집중이 어렵고, 퀄리티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생기는게 사실입니다. 겸업금지에 대한 시선도 따갑고..
다만 미국에서 와서보니 회사다니면서 일이 끝나면 주중주말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이로인해 제 관점이 좀 달라진건 사실입니다.좀 더 나은 인맥 만나기도 용이한 경우도 봤구요. 그래서 지금은 뭐라 결론 내리기 어렵네요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인지는 알겠지만 동의는 못하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자꾸 스스로의 불확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결과를 확인한 후에 스타트업에 올인할 생각을 하지만, 미안하지만 올인해서 전념하지 않으면 이렇게 정당화 할 수 있는 결과를 절대로 만들수가 없다.
불확신에 대한 정당화는 파트타임과 풀타임을 떠나서도 스스로 자주생각하게 되네요 ~ 저는 ‘풀타임’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
안녕하세요 기홍님, 블로그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게 가능할지 엄청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 상당 부분 공감을 하는 포스트에요.. 그런데 찾아보면 많은 유명한 회사들이 처음에는 파트타임으로 시작하지 않았나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둘 다 풀타임 학생 신분일때 만들기 시작해서 성공할 기미가 보였을때 드랍 아웃 했었고 깃헙 같은 경우엔 위켄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사이트가 성장하는 와중엔 코파운더들 둘 다 자기들의 풀타임 잡에서 나온 월급으로 생활 할 수 있었구요. 여기에 대해서 견해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썬데이토즈 역시 주말에 토즈 스터디룸에서 모임을 통해 시작되었죠.. 반대사례야 여럿 있겠지만,
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스타트업과 반대 사례들은 속성이 다른것 같아요.
최소한 VC미팅을 다닐 단계는 아닌거죠..
불확신의 정당화는 핵공감합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고위험사업 아니던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