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온라인 결제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얼마나 불편하고 뒤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 블로그를 읽는 분들은 잘 알 것이다. 관련해서 이미 과거에 몇 번 글을 쓴적이 있다:
–나의 불편했던 eBook 구매 경험
–누구를 위한 공공사이트인가?
그런데 이 깨진 시스템을 내가 단시간 내에 직접 고칠 수 있는게 아닌걸 나도 잘 알기 때문에 불평해도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어디서 하소연 할 곳도 없기 때문에 여기서 불평을 한 번 더 해야겠다.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서 몇 권 주문하기 위해서 예스24에 들어갔다. Chrome으로는 시도할 생각도 안 했지만 Firefox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 yes24.com에서 책을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하려고 하니 사은품 구매 페이지가 나타났다.
그런데 뭘 눌러도 그 다음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았다. 전에는 매우 분노했겠지만, 워낙 익숙해진 상황이라서 – 이런 익숙함이 참 무섭다 –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그냥 닫고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실행했다. 로그인하고, 책 선택하고, 결제 진행하기 전까지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다(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한국 사이트에서 뭔가를 구매하려고하면 항상 불안하다). 일단 일반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이젠 너무나 익숙한 다양한 엑티브X 플러그인들 다 설치하고 신용카드(하나카드, 구 외환카드) 결제를 선택했는데 다음과 같은 하나은행 안심클릭 팝업창이 떴다.
일단 창 안의 내용이 짤려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짜증이 팍 났다. 창 크기 조절도 안되고 그 안의 내용을 최소화 할 수도 없어서 내용 자체를 읽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일반결제를 하려고 했지만, 일반결제 부분이 짤려서 어쩔 수 없이 ‘모비페이’ 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잠시 PC를 떠나서 아이폰으로 모비페이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했는데, 내가 사용하는 카드를 이 앱에 등록하는 절차가 굉장히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PC와 아이폰을 왔다갔다 하면서 한 15분 동안 모비페이 앱을 셋업 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내 인내심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버렸다. 그리고 PC로 다시 와서 결제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했는데 역시 이 팝업창의 내용도 짤려있어서 결제코드가 잘 안보였다.
자, 이제 다시 모비페이 앱으로 가서 긴가민가한 이 결제코드를 입력했다. 확인을 누르니 ‘결제비밀번호’ 또는 ‘공인인증서’로 결제를 진행하라고 하는데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로 뭔가를 할 상상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나서 그냥 결제비밀번호를 선택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어디에도 이게 어떤 비밀번호인지 설명을 안 해줘서 그냥 큰맘먹고 공인인증서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 참고로 아이폰에서 공인인증서를 가지고 뭔가를 해보는 첫 시도였다. 그래서 어렵게 다시 PC를 통해서 외환은행 사이트에 들어갔고, 공인증서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확인한 후에 정확하게 인증서 전송에 성공을 했다. 다시 모비페이앱을 통해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한 결제 진행을 해보니 전송이 잘 안되었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결국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건 포기하고 다른 옵션인 계좌이체로 결제를 다시 시도해봤다.
계좌이체할 외환은행을 선택하니까 또 무슨 플러그인을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를 했는데, 계속 보안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떠서 계좌이체도 실패했다.
결국 온라인 구매를 포기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가장 쉬워보이는 핸드폰 결제를 시도해봤다. 참고로 핸드폰 결제는 한국 핸드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팝업창 역시 내용이 다 짤려서 도대체 어느 부분에 어떤 정보를 기입해야하는지가 상당히 난감했지만, 오기가 생겨서 거의 때려맞추는 수준으로 핸드폰 번호와 필요한 정보를 기입했다.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날라와서 그것만 기입하면 이제 고생 끝인줄 알았지만, 핸드폰 결제를 하려면 또 무슨 동의를 별도로 해야한다는 문제가 날라왔다.
결국 나는 거의 한 시간을 PC, 아이폰, 그리고 액티브엑스와 사투를 벌였지만 완전히 졌다. 시간만 낭비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게 무슨 대단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아야 하고, 해킹을 해야하는 업무였으면 이해가 가지만 내가 내 돈 써가면서 책 2권을 사는데 이런 고생을 해야하나? SERIOUSLY? 정말 너무너무 짜증나는 경험이었고 예스24와 외환은행이 죽도록 미워졌다(물론, 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은행은 계속 사용해야하니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앞으로 예스24.com은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결제와 보안 관련 규정과 법을 만든 사람들, 이런 말도 안되는 규정을 통과 시킨 높으신 분들, 그리고 이걸 기술적으로 구현함에 있어서 실제 사용자 경험이나 소비자의 불편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체들이 야속했던 하루다. 이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는데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다. 아마존이라면 책 2권 결제하는데 30초 걸렸을 것이다.
결국 나는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에 직접 가서 스타트업 바이블 2권을 구매했다.
kanzune7
전 외국거주자인데 네이버페이 가입하면서 아이핀으로 본인인증 했는데 한국에 있는 제 은행계좌, 신용카드를 등록하려고 했더니 다시 한국 통신사 휴대폰으로만 본인인증 하라고…한국 휴대폰 없으면 옥션, 쿠팡등 쇼핑몰 결제도 불가능하고 결국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도 사용 못하고…결국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국내 온라인 쇼핑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거 같아요.
Kihong Bae
지금도 별로 바뀐게 없네요 🙁
싱가폴칠리크랩
얼마전 비슷한 경험을 한 1인. 잘 읽고 갑니다. 인터넷뱅킹 회원가입에 설치에 또 무슨 온라인결제는 앱을 깔라고 하고 정말 컴퓨터랑 모니터랑 싸운것처럼 진이 다 빠지더군요. 심지어 정보동의에 개인정보수집 동의안함 클릭하면 아얘 다음 창으로 넘어가지 않는 어이없음까지…퐈나는 하루였어요. 조만간 만나 회포를 풀면 좋겠네요. ㅋㅋ
Kihong Bae
칠리크랩보다는 페퍼크랩이 더 맛 좋지 ㅋ
이준승
현재 온라인결제는 간편하고 말고가 아니라.. 안되는게. 간편을 위해서 뭘 깔고, 등록하고 싶지 않다구요. 카드번호 16개 입력할 의사는 있으니 “되게” 해주세요..
송경동 (@kdsong)
저도 며칠 전에 YES24에서 책 한권 사려다가 그 ‘사은품’ 부분에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마존에서는 너무 쉽게 결제가 되서 무섭던데, 한국은 10년 넘게 이게 무슨 짓인지… 이런 과소비방지기술(?)만 제거해도 경제성장률 팍팍 오를건데….라는 부질없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ㅠㅠ
고든박
정말이지 십분 공감합니다. 저도 어제 아내가 부탁한 것을 사주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만 했습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모바일 앱으로 구입하는 것은 PC보다 좀 수월한 경향을 보입니다. 앗! 물론 쇼핑몰마다 쓸데없는 백신 앱을 깔게 하는 건 함정입니다. ㅋㅋ
김시준
정부 부처에서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긴 하던데, 개선이 힘든 것인지.. ㅎㅎ
Kihong Bae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지만하고 개선하지 않는게…개선이 힘들지는 몰라도 못하는건 아니죠.
모영진 / Young-jin Mo (@youngjinmo)
다음에 책 구입하실때엔 알라딘 인터넷서점 이용하세요. VISA나 Master카드같인 해외카드가 필요하지만 active x없이 비교적 스트레스안받고 결제하실 수 있습니다.(safari에서도 가능) 다른 분 말씀처럼 카카오페이도 대안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결제를 하려면 이처럼 사용자가 많은 결제수단을 이용해보면서 그나마 쉬운 결제수단을 찾는방법 밖에는 없네요.
Kihong Bae
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쉽지 않네요.
오민석
정말 부글부글 화가나는 경우가 많죠. 같은 회사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도 은행마다 달라서 계속 업데이트하고 왜이리 업데이트는 잦은지… 또 업데이트를 하면 되던게 안되기도하구요.
골든PC를 한대두고 잘 셋팅해서 상거래용으로만 쓰고싶을 지경이에요. (원격접속되게 해놓구요.)
어느 광고 카피가 생각나네요. Simple is the best.
Andromeda Rabbit
그나마 카카오페이로는 브라우저 가리지 않고 결제가 됩니다.
Kihong Bae
카카오페이라는 새로운 결제수단에 또 익숙해져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