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포스팅에서 트래픽과 스케일에 대해서 좀 적어봤는데 많은 분들이 다양하고 좋은 피드백을 주셨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정도의 트래픽 확보가 가능하다면 일단 스케일에 집중을 하고 그 이후에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도 괜찮다는 의견, 어정쩡하게 트래픽을 키우면 비용만 많이 발생한다는 의견, 그리고 트래픽의 크기를 떠나서 궁극적으로는 그 ‘quality’ 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질 좋은 진성 트래픽을 어느 정도의 스케일까지 성장시킬 수 있다면 아주 이상적인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둘 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Scalability’ 라는 말을 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나 한국이나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은 너도나도 빨리 스케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실은 스케일이 항상 좋은건 아니지만, 투자자로서 나도 항상 강조하기 때문에 이걸 뭐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사용자 베이스가 없고 확장/성장이 느리다고 해서 그 비즈니스가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구아나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에 이구아나를 키우는 인구가 어느정도 규모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수백만명 – 수천만명은 아닐것이다. 스케일이 힘들다고 무조건 나쁜 비즈니스라고 판단하기 전에 이 사용자 베이스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면 좋을것이다. 회원들의 수는 적지만 이들이 정말로 이구아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 플랫폼에서 하루에 1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정보도 확인하고, 다른 회원들과 교류하고, 또 이구아나 관련 사료나 제품들을 구매한다면, 매일 수백만명의 회원들이 사이트를 방문해서 1분도 체류하지 않고 나가는, 단순히 광고로 돈을 버는 포탈사이트 보다는 훨씬 더 안정된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 아니, 안정적일뿐만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케일에서는 완전히 밀린다. 아무리 성장을 해도 우리나라 인구 모두가 다 이구아나를 키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은 사용자 베이스를 위한 제품이라도 각 사용자가 많은 시간과 돈을 고정적으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하드코어 서비스라면 나는 베팅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서비스는 특정 버티컬의 플랫폼으로 진화할수 있고, 탄탄한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면 이구아나 시장과 같이 작지만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재활용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한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면, 시장과 스케일에 대해서도 한 번 정도 고민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타겟 시장이 엄청나게 크다면, 서비스 단가를 아주 저렴하게 책정하거나 아예 무료로 제공하는것도 방법이다. 낮은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를 큰 스케일이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타겟 시장이 작다면 아주 충성도가 높고 질이 좋은 사용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아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100% 다 장악해도 스케일이 나오지 않는 시장을 대상으로 무료 또는 단가가 너무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의 스케일이면 적당할지는 각자가 계산해서 판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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