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비해서 O2O란 유행어는 조금 시들해졌지만, 관련 비즈니스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내가 최근에 만난 스타트업들의 절반 이상이 O2O 비즈니스인거 같다(실은 내가 보기엔 O2O가 아닌데, 본인들은 모두 O2O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해보겠다는건 진짜 좋은 현상이지만, 더 많은 회사들과 더 많은 잡음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O2O 비즈니스를 – 이상하게 나는 이 단어를 싫어한다 – 하고 있는 분들이나, 준비하는 창업가들이 이 단어에 대해서 조금은 더 깊게 고민을 했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굉장히 많이 한다. 과거 수 십년, 또는 수 백년 동안 오프라인에서만 존재하던 비즈니스에 IT 기술을 적용하면서 ‘온라인’ 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게 흔히 말하는 O2O 비즈니스인데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IT 기술이나 온라인 기술을 적용한다는게 그냥 상품을 구매하거나 주문하는 웹사이트를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시작은 인터넷으로 뭔가를 하거나 주문하기 위한 프론트 단의 웹사이트와 전자상거래 기능이겠지만 이는 단지 더 크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시작이자 수단이지 끝이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거 같다. 전에 내가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O2O의 승자는 offline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소화 하면서 online 부분을 강화하는 업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적은 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한계비용이 낮고 확장가능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요새 좀 안타까운건, O2O를 하겠다는 많은 팀들이 간단한 웹사이트만 제외하면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별반 다를게 없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는 건데, 내가 보기엔 껍데기만 O2O 이지 이건 그냥 오프라인 비즈니스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학력 좋고 체력 좋은 젊은 친구들이 조금 더 빠르고 세련되게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는거 같다.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IT 업계의 ‘총각네 야채가게’ 같은 느낌이랄까?

실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다. 오프라인에 집중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방향을 잡아서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하는건 이미 수 십년 또는 수 백년 동안 오프라인 비즈니스만 하시던 분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로 우리가 들어가서 경쟁하려는건데 이는 매우 어렵다. 내가 만나는 모든 팀들은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쪽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강점들을 아주 잘 활용해서 과거에 오프라인이었던 비즈니스에 온라인 기술을 적용해서 모든 프로세스를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쪽으로 공략했으면 좋겠다.

간혹 카카오의 O2O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많다. 카카오의 O2O 전략이야말로 그냥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카카오 플랫폼이라는 껍데기로 포장한게 아니냐 라면서. 카톡으로 먹을거리를 주문하면 슈퍼에서 집까지 배달해주는게 뭐가 그렇게 온라인스럽냐 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맞다. 아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조금은 다르게 봐야할 필요는 있을거 같다.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잘 구축해놨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가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이 플랫폼 위에 얹을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요를 한 방에 발생시킬 수 있는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고, 그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계속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르게 봐야 한다.

껍데기만 O2O인 비즈니스는 효율적으로 크게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