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이 말 한국와서 정말 신물나게 들었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건 모든 한국 기업인들의 꿈이자 지상과제이다. 좋은 말이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 중 한국 밖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성격의 회사라면 다 글로벌 시장 진출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오늘은 글로벌 시장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 싶다. 참고로 내가 그나마 조금 알고 경험한 유일한 글로벌 시장은 북미 시장이기 때문에 이 내용들은 대부분 북미 시장에 국한되어 있다.

창업가들에게 왜 북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미국 시장이 한국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것은 10배 이상 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건 100배 이상 어렵다는 점이다. 북미 시장은 세계 최대의 시장임은 확실하지만 그만큼 미국 어렵다. 나도 뮤직쉐이크를 5년 정도 북미에서 운영하면서 매일 몸으로 경험했던건 바로 “미국 고객에게 뭔가를 파는건 너무너무 어렵다”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은 북미 시장 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 어떤 스타트업도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하지 못 했다. 많은 꿈, 자신감, 허상과 자원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모두 다 보란듯이 실패했다. 왜 그럴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을것 같지만 그래도 굳이 한가지를 꼽아 보라고 하면 바로 사람을 채용하지 못해서인 거 같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하려면 사람을 잘 뽑아야 하는데,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들도 이걸 잘 못 하니 스타트업들한테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실은 제대로 된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건 너무나 당연한 말 같이 들리겠지만, 실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일이다.

요새는 달라졌지만 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할때는 미국 시장을 모르는 본사의 사장님이 직접 가거나 본사 인력으로 구성된 ‘별동부대’를 보냈다.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현지 근무경험이 있거나 영어실력이 있다기보다는 거의 본사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인데 단지 본사에서 근무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잘 안다고 생각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처음에 미국 시장에서 판을 잘 깔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실패의 지름길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걸 지난 5년 동안 경험한거 같다.

이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한다(단, 창업팀이 미국에서 자랐고 공부했다면 직접 한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조인할 제대로 된 미국인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많은 회사들이 좌절하고, 채용은 힘들고 시간은 없으니까 그냥 미국에서 공부했고 영어 좀 하는 한국인이나 교포들을 채용하는데 이렇게 해서 성공한 회사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첫 번째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면 미국 시장 진출을 접거나 제대로 된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미루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사람이 중요하다.
이 첫 번째 사람을 뽑을때 고려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스킬은 바로 현지 산업의 네트워크 이다. 이 첫 번째 사람을 잘 뽑아 놓으면 미국 시장에서 시작을 잘 할 수 있다. 시작을 잘 하면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 지는데, 본격적으로 성장을 하려면 더 많은, 더 좋은 현지 인력들이 필요하다.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 그리고 이들로 구성된 top 실력의 핵심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 첫 번째 사람을 잘 뽑아 놓으면 이 사람이 알아서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대부분의 핵심인력을 모두 단 시간 내에 채용할 수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네트워크가 약하면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한 추가 인력을 뽑는데 상당히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불확실한 인터뷰 결과를 기반으로 사람을 뽑았는데 같이 일하다 보니 아니다 싶으면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새로운 시장에서 빨리 움직여야하는 스타트업한테는 상당히 좋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실력있고 믿을만한 그런 사람들이 이 첫 번째 사람의 네트워크 안에 있다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이런 네트워크가 있다는 건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일단 영어가 자유롭고,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일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좋은 네트워크가 있다는 의미이다.

현실적으로 이제 갓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북미시장에서 이런 인력들을 찾는다는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한국을 나가서 글로벌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이런 좋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력, 즉 첫 번째 사람을 정말 잘 뽑아야 한다. 그러면 글로벌 진출의 90% 이상이 해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