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 – 멕시코 월드컵 축구경기에 대해서 어떤 외국인이 나한테 “한국 팀치곤 그 정도면 괜찮게 했다”라고 했는데, 난 이 말을 듣고 얼마 전에 어떤 외국 VC가 했던 “한국 스타트업치곤 나쁘지 않네”라는 말이 생각나서 기분이 좀 그랬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한 회사에 최소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 꽤 큰 미국 투자자를 만나서 우리가 투자한 몇 스타트업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다. 큰 규모의 투자를 하므로, 우리 투자사 중에서도 내가 생각하기에 꽤 잘하고,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수치나 팀의 수준이 괜찮은 회사들 이야기를 했다. 흥미 있게 들었지만, 결국 “Not bad. For a Korean startup”이라는 말을 했다.

실은,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냐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질 텐데, 나는 이 말을 좀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은 자존심도 상했다. 그냥 좋은 회사면 좋은 회사지, 굳이 “한국 회사치곤”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스타트업에 비교해서 부족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반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 전에 태국에 갔다가 TV에서 태국 음악 프로그램을 봤는데, 태국을 대표하는 가수조차 흔한 한국 연습생보다 춤과 노래 실력이 떨어진다는 걸 느꼈다. 그때, “그래도 태국치곤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도 위에서 말한 그 투자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나는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더 잘해줬으면 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 성장하고 있고, 실은 한 나라에서 좋은 회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 보다 훨씬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시간이 5년~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나는 가능하면 이 시간을 계속 단축하는 노력을 창업가, 투자자, 기업인, 정부, 학교가 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한국 회사치곤’이 아닌, 누가 봐도 좋은 회사가 –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도 양보받지 않고, 남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좋은 회사 – 한국에서 많이 탄생했으면 한다.

실은 이렇게 대등한 경쟁을 하려면, 우리 스스로 잘 해야 한다.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님이 항상 강조하는 “더, 더, 더”를 모든 창업가가 매일 연습해야 한다. 한국을 벗어나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영어도 더 잘 해야 하고,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숫자/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더 잘 해야 하고, 한국 축구가 강조하는 투혼이 아니라 실적과 성과가 뒷받침되는 진정한 실력을 더 잘 키워야 한다.

나도 이 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