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카카오와 타다/쏘카가 택시 조합과 정부와 싸우는 걸 보면서 정말 한국은 필요 이상의 규제가 너무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규제와 싸우는 것만이 최고의 방법은 아니지만, 나는 타다가 끝까지 버티면서 싸워주길 개인적으로는 내심 바라고 있다. 모빌리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닌데, 이 분야 말고도 정부의 규제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묶는 분야는 상당히 많다. 규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있는 기존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이걸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겠지만, 나는 정부의 규제가 소비자를 보호하기보단, 그냥 기존 플레이어들을 – 주로 대기업 또는 대량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 –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생각을 요새 더욱더 하고 있다.
규제가 심한 산업에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힘도 없는 스타트업은 더 큰 기존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것도 벅찬데, 여기에 규제까지 골리앗을 돕는다면 작은 회사는 생존의 위협마저 느낄 것이다. 한 1년 전에 이런 규제 때문에 발목이 묶인 산업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좋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사업을 너무 이상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고, “정부에서 이것만 해주면…” 이라는 말을 계속했다. 대기업을 보호하고 자기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정부 부처에서 곧 없앨 것이라는 발표를 했기 때문에, 규제가 없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고,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이 커져서 대박 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이 분과 조금 더 이야기해보니, 정부에서 이와 비슷한 발표를 한 건 맞지만,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 한 거지 당장 규제를 없애겠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 이후에는 실제로 스타트업한테 유리하게 규제를 완화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거센 반대에 부딪혀서 1년이 넘은 이 시점에도 이분은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정부가 이것만 해주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자신을 위안하고,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분이 바라는 대로 정부가 규제를 곧 완화할까? 1년 동안 아무 변화가 없었는데, 앞으로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 운이 좋아서 정말로 규제가 완화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이분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정말로 사업이 대박날까? 실은,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불확실성 투성이인 벤처인데,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을 되도록 최소화하는 게 사업의 목적 중 하나인데, 회사의 존재 자체를 내가 기본적으로 전혀 컨트롤 할 수 없는 남한테 의존해서 잘 된 사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그것도 그 ‘남’이 정부일 경우에는 더욱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회사들을 만나면 “앞으로 어떤 굵직한 일이 외부에서 발생하면, 회사가 크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여기에 대한 답변인 “만약에 이게 되면, 사업이 잘될 것이다”에서 그 일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내부적으로 전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냥 잘 될 거라는 현실성이 부족한 희망이 만든 환상이라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