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스톡옵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글을 꽤 많은 분이 유용하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요새도 가끔 듣는데, 오늘도 스톡옵션 관련 내용이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이분들이 다른 회사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우리 회사에 계속 남아서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고액 연봉도 필수지만, 회사의 오너십을 일부 갖게 해서 개인과 회사의 이해관계를 일치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톡옵션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회사의 지분을 약속받게 되면 – 지금 당장 받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일정 시점에 일정 가격에 회사의 지분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고, 어쨌든 본인이 가진 지분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회사가 잘 돼야 하고, 회사가 잘 되려면, 본인이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에 – 옵션이 없는 것보단 애사심을 갖고 열실히 일한다. 이렇게 돼서 나중에 회사가 잘 되면, 창업자, 직원, 투자자 모두한테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우리도 일정 수준의 옵션 풀을 적용해서 투자한다. 투자자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10%, 그리고 많게는 25%까지 적용하는 걸 봤다. 옵션 풀을 확보해 놓으면, 그만큼 스톡옵션을 주는 게 쉽고, 그때마다 주주명부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많은 대표가 좋은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서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궁금해하고, 나 역시 최근에 이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비상장 회사의 주식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Fair Market Value(=FMV)를 사용한다. 복잡한 건 아니고, 가장 최근에 투자 받았을 때의 주식 가격을 주로 FMV라고 한다. 우리 회사가 지난주에 주식당 가격 100만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현재 우리 주식의 FMV는 100만 원이라고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만약에 2년 전에 마지막 투자를 받았고, 그때 가격이 100만 원인데, 그 사이에 회사의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했다면 현재의 주식 가격은 훨씬 더 높아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이걸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수적으로 그냥 100만 원을 FMV라고 가정한다. 물론, 회사의 가치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가장 최근에 투자받은 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가격을 책정한다.
그래서 주로 이 FMV 가격을 기준으로, 스톡옵션 가격을 약간 할인해서 산정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가장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회사와 상관없는 남한테 주는 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한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밸류를 극대화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좋은 인재들에게 부여하는 거라서 굳이 높은 가격에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일 한 사람들이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이들이 나중에 옵션을 행사할 때 부담이 안 되는 가격에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스톡옵션 가격을 액면가에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게 법적으로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 오래전에 미국 국세청에서 409a라는 법을 만들었는데, 이 법에 의하면 스톡옵션이 실제 시장가격(=FMV)보다 너무 낮게 부여되면, 옵션을 받는 사람은 미래에 행사하는 시점이 아니라 옵션을 받는 그 시점에 세금을 내야하고, 회사도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회사는 제삼자를 통해서 이 스톡옵션의 적당한 시장가격(=FMV)을 정해야 하는데, 위에서 말한 대로 최근에 투자 받았을 때의 주식 가치를 기반으로 주로 산정된다. 한국에는 아직은 이런 법이 없다. 나도 한국법에 대해서 잘 모를 때는, 미국의 409a 법을 생각해서 최근 투자받았던 주식 가격보다 조금 낮게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회사의 경영진과 주주들만 동의한다면, 회사에 기여도가 높은 직원들에게는 웬만하면 액면가 또는 그 가격보다 너무 높지 않은 가격에 스톡옵션 주는 걸 권장한다.
그런데 어떤 투자자들은 액면가나 너무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발행하는 걸 반대한다. 본인들은 이 회사에 투자할 때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했는데, 그리고 이후 회사의 실적이 더 좋아져서 가치는 올랐는데, 직원들에게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고, 나도 미국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이런 지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법적으로 가능한 가장 낮은 가격에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상훈
배기홍님 안녕하세요. 이제 막 사업을 꾸려나가게 된 30살 청년입니다. 스톡옵션 관련해서 머리 속이 지끈지끈했는데 정말 핵심을 짚어 잘 설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성장하여 훗날 찾아뵐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Kihong Bae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화이팅입니다!
콩
투자 계약서에 투자계약시 가격보다 낮게 스톡옵션 부여하려면 투자사 동의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대부부 넣는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우리나라 법에는 오히려 액면가로 발행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조항이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옵션 행사 시점의 가격과 액면가의 차이 x 주식 수가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안되는 조항이었던가…가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Kihong Bae
저도 이 부분은 몰랐네요. 혹시 조항 링크 같은게 있으면 공유해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콩
아래와 같습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1조의3(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방법 등)
③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가격으로 새로 주식을 발행하여 주는 방법으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제2항제1호에도 불구하고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가격을 부여 당시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할 수 있다.
1.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가격이 해당 주식의 권면액 이상일 것
2. 부여 당시 시가보다 낮은 행사가격으로 부여받았거나 부여받을 각 주식매수선택권에 대하여 다음 계산식에 따라 계산한 금액의 합계가 1명마다 5억원 이하일 것
(부여 당시 시가 – 행사가격) x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대상 주식 수
Kihong Bae
감사합니다^^ 그럼 액면가 또는 액면가보다 조금 더 높게 부여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미누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느 투자자는 형평성보다는 이런 이유로 액면가에 주는 것을 꺼려한다고 들었습니다.
“스톡옵션 액면가에 행사할 수 있게 해 주면 직원(스톡옵션을 받은)들은 그만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게 만들려면 행사가격이 높아야 한다.”
IPO를 눈앞에 둔 회사라면 모를까, 불확실성이 높은 시리즈A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팀원들을 투자자가 저렇게 바라본다는 게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모든 투자자들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Kihong Bae
투자자마다 철학도 다르고, 전략도 다르기 때문에,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고 할 순 없을거 같네요. 네, 그래도 말씀하신 어느 투자자의 이야기는 저도 동의하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