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집중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창업가들이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지만, 웬만한 일은 전부 다 쳐내서 하지 않는 게 내가 생각하는 집중의 의미이고, 아마도 내가 스트롱 대표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그냥 하나만 제대로 합시다.” , “작은 칼을 아주 뾰족하게 가는 게 최고의 전략입니다.” , 인 것 같다. 내가 전에 뮤직쉐이크 할 때도,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못 했던 게 이 집중이라서 그런지, 모든 창업가들에게 집중의 중요성을 마치 종교같이 주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고백했듯이, 이런 내 경험과 믿음이 보기 좋게 빗나가는 경우도 간혹 있다. 큰 스케일에서 보면 일론 머스크와 같이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와 같은 두 개의 큰 기업을 동시에 잘 운영하는 기업가, 또는 한때 트위터와 스퀘어를 동시에 운영하던 잭 도시와 같이 한 가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에 집중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고, 더 작은 스케일에서 보면 여러 가지 작은 사업을 동시에 하는 유능한 창업가도 가끔 본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를 일반화하면 안된다. 오히려 이런 분들은 아웃라이어라서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대부분의 창업가는 하나에만 집중해도 잘할까 말까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은 틀리겠지만,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걸 종교와도 같이 굳게 믿고 있고, 여러 가지 하는 창업가나 한눈을 너무 많이 파는 분들에게는 투자를 주저한다.

스타트업으로 기존 산업을 변화하거나, 이미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플레이어를 이기는 건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봤을 때 불가능한 미친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그 순간부터 창업가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열심히 위로 공을 차고, 다시 우리 골대로 내려오는 공을 차고, 계속 이런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하게 될 것이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때, 그나마 이 낮은 승률의 경기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영어에서 말하는 “inch wide, mile deep” 하게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굉장히 좁은 면적의 땅을 선택하고, 이곳을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 얼마나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하면, 지구의 핵에 도달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깊게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어쩌면 이길 수 있다. 나는 이런 전략을 주로 날카로운 칼에 비유하곤 한다. 크지만 무딘 칼 보단, 작지만 날카로운 칼로 아주 깊게 베어서 들어가야지만 애초에 불공평한 게임에서 그나마 승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다.

현실은, 너무 많은 창업가가 한눈팔기를 하고 있다. 창업가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넘치는 분들이라서,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자주 생긴다. 물론, 정말로 동시에 여러 가지 사업을 해서 모든 사업을 일등으로 키울 수 있는 자신감 때문에 한눈을 파는 건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신통치 않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한눈을 팔고 있는 건지 판단하는 건 참 어렵긴 하다. 오직 본인들만이 정확한 이유와 마음을 알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한눈팔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이렇게 해서 스타트업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만 선택하고, 이 한 가지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 집요하게 집중하지 않고, 한눈을 팔면, 잘 안되는 사업을 절대로 잘 되게 할 수 없고, 잘 되는 사업도 한순간에 망하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