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과거에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이젠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같은 일을 오랫동안 항상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겉으로 보면 모두 같은 벤처 투자지만, 매번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스타트업은 수학과 같이 명확한 공식이 있고, 이 공식에 의한 명확한 답이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은 input이 동일해도, output은 항상 다르다. 같은 산업에서,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같은 사업을 하는 두 회사의 예를 들어보겠다.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 펀딩도 비슷한 수준으로 받았는데, 1년 후의 결과를 보면 한 회사는 압도적인 1등이 되어 있고, 다른 회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실은 이런 현상을 대부분 산업에서 볼 수가 있는데, 투자하면서 이런 게 참 신기하긴 했다. 워낙 경쟁이 심해서, 우리 투자사는 대부분 같은 분야에서 겉으로 보면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경쟁사가 많으면 5개 이상 존재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 스타트업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는 많이 다르다. 어떤 회사는 시장의 압도적인 1등이 되어 있고, 어떤 회사는 1등이 이렇게 잘하는데, 신기할 정도로 사업을 너무 못한다.
정확한 이유는 공식화할 순 없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는, 무엇을 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하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output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이렇게 수학같이 명확한 공식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스타트업 시장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에 비슷한 생각을 다시 한 적이 있었는데, 집중과 관련된 이야기다.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강조하고, 우리 투자사 창업가분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건, 잘 하는 거 한 가지만 하라는 것이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집중이고, 여러 가지를 하려고 하는 대표님들에게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을 강조한다.
하지만, 창업가들의 특징 중 하나는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건데,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다 하고, 여러 가지를 모두 잘 하는 걸 나는 최근에 목격했다. 실은, 교과서적인 ‘집중’의 개념과는 완전히 반대여서 그동안 집중에 대한 나의 믿음이 완전히 박살 났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러 가지를 하면 실패하고, 한 가지에 집중해야만 성공한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았는데, 이렇듯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유독 공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는 성공 스토리와 실패 스토리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 결국, 이렇게 무공식이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을 하냐 보단, 누가 하냐가 중요하고, 이렇기 때문에 input이 같아도 항상 다른 output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vc는 창업자가 본인이 누구인지와 어떤 인더스트리에 있는지를 좀 더 잘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하는게 본질일 수도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