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같이 어렵고 힘든 시기엔, 우리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모든 VC들이 투자사의 고충을 들어주고, 이들의 어려움을 같이 헤쳐 나가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린 상대적으로 더 많은 회사에 투자했고, 대부분이 이제 막 시작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라서 그런지, 다른 동료 VC의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더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사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요샌 투자 보단,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크고 작은 불을 끄는 소방수의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쉽고 미안한 게 있다면, 소방수의 역할은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화재 진압에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현금이 없어서 런웨이가 줄어드는 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경험하는 문제이다. 이 외에 코파운더, 경영진, 직원들의 이탈과 같은 사람들의 문제도 경기가 안 좋을 때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크고 작은 소송 건에 휘말린 회사도 있고, 불투명한 자금의 문제가 있는 회사도 있고, 하여튼 살면서 이런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온갖 다양한 사고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이런 걸 경험하다 보니 회사에 투자한 나도 정신이 없는데, 실제로 이 어려운 사업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은 말도 아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들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피곤함, 공포감, 그리고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된다.
내가 이런 고민과 문제를 하나씩 들어보면, 그 고민과 문제의 크기와 절박함은 가지각색이다. 큰 회사의 대표가 작은 회사 대표의 고민에 대해서 들어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작은 회사의 대표에겐 이 아무것도 아닌 작은 문제가 생지옥 그 자체다. 그리고 작은 회사 대표의 고민거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 큰 회사 대표가 현재 싸우고 있는 싸움이 본인에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전투지만, 이보다 더 큰 회사의 대표가 보면 장난같이 보인다.
이렇듯,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매일 매일 힘든 전투를 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조용히 사업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모두 다 자기만의 크고 작은 전투를 목숨 걸고 하고 있다. 이걸 우리가 모두 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스트롱 대표님들은 이 자기만의 전쟁에서 모두 다 이기길 바라지만, 이기는 전투보단 지는 전투가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든 이기든, 매일 매일 굳은 각오로 매번 이 전투에 기꺼이 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하나의 전투에서 지지 않고 이기면, 또 다른 더 힘든 전투가 나를 기다리겠지만, 중요한 건 그냥 계속 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