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실적인 목표 설정에 대해서 몇 마디 하고 싶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deck을 보면, 지금까지 달성한 수치와 앞으로 달성할 예측치가 포함된 슬라이드가 몇 장 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린 초기든 중기든, 웬만한 스타트업의 매출과 같은 KPI 예측치는 안 믿는다. 내일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회사가 1년 후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건 큰 의미가 없고, 그냥 상상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슬라이드가 있다는 건, 대표가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증거이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 다양한 수치를 찾아보고, 공부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는 의미라서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창업가는 내가 공갈 예측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예측을 너무 많이 한다. 어떤 스타트업이 작년에 매출을 1억 했는데, 올해 목표 매출은 100억이었다. 이렇게 매출이 갑자기 100배 뛰는 것 자체도 비현실적인데, 그럼, 올해의 거의 3분의 1이 이미 지나간 4월 기준으로 이 100억 원 목표 매출 중 얼마를 했냐고 물어보면 2억 원을 했다고 한다. 2023년 12개월 중 3분의 1 기간 동안 목표 매출의 2%밖에 달성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남은 98억 원을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창업가를 투자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분들에게 내가 아무리 진지하게 말하고 설명해도 – 즉, 이건 너무 비현실적인 예측이니 다시 한번 사업을 자세히 보고, 조금 더 현실적인 계산을 해보라는 조언 – 내 말은 잘 안 듣는다. 본인들은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하고, 마치 내가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낮추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분도 있고, 어떤 창업가는 할 수 있다는데 왜 자꾸 못 한다고 공격하냐고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이분들이 주장하는 대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추정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역시 비현실적인 믿음과 확신만 존재한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영업하는데, 이 기관은 1월부터 10월까지 돈을 한 푼도 안 쓰다가 연말에 모든 예산을 털기 때문에 그때 목표 매출의 90%를 달성하겠다는 대표도 있다. 2년 동안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하지 못 한 창업가가 연말에 대단한 기능을 출시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성장을 해서 목표 MAU를 단숨에 초과하겠다는 대표도 있다. 또는, 2년째 영업하고 있는 빅딜이 연말에 마감될 예정인데, 이것만 되면 올해 목표 매출의 95%를 이 빅딜 하나로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도 있다. 실은 모든 창업가분들이 제발 예측한 대로 목표를 달성하고, 초과 달성까지 하길 바라지만, 이런 바램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현실은 이렇다. 공공기관은 연말에 예산을 안 턴다. 털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이 아니고, 우리한테 이 예산이 배정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연말에 대단한 제품은 출시되지 않는다. 출시는 또 미뤄진다. 만약에 출시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돈도 안 낸다. 연말에 마감되어야 하는 빅딜은 내년으로 또 넘어간다.

현실적으로 살자. 그리고 현실적으로 비즈니스를 하자. 모든 예측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라. 제과점에 가면 속은 텅 비었고 껍데기만 부풀어 오른 공갈빵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공갈빵 같은 속 빈 공갈 예측은 창업가에게도 독이 되고, 투자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실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