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이 product market fit(PMF)을 찾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료 서비스의 가능성이라고 한 적이 있다. 즉, 매출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실제로 사용자들이 돈을 내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건 어느 정도의 PMF를 찾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전 포스팅에서는 제품의 문제냐 아니면 시장의 문제냐에 대해서 내 의견을 공유했었는데, 오늘은 비슷한 이야기를 제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해보고 싶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면 – 출시하기 전까진 이걸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계속 수정하는걸 권장한다. –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유료 제품이라면 더욱더 돈을 내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을 잘 못 읽고, 우리 제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지 않고, 시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고 하면, 유니콘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스스로 버리게 된다. 후진 제품이라서 시장에서 외면하는 걸 인지하지 못하면, 제품은 너무 좋은데 이런 제품을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고, 그래서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이 없을 수도 있다.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큰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우리가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이 신호를 잘 못 읽어서 너무 일찍 포기하고 이 시장을 떠나면,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런데 또 이 반대의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제품의 완성도는 너무 높지만, 정말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서 유료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확실하다면, 이 완성도 높은 제품이 먹힐 수 있는 다른 시장으로 빨리 옮겨 가야 하는데, 계속 같은 시장에서 제품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는 창업가들도 있다.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 제품이 준비가 너무 안 돼서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는 착각을 하게 되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계속 제품 개발만 하고 여기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다가 그냥 망할 수가 있다.

현실은,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제품과 시장의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 사이 어딘가에서 오늘도 많은 창업가들이 열심히 AB 테스팅, product iteration, 그리고 고객 설문을 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분들은 크게 성공할 것이고, 어떤 분들은 크게 실패할 것이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