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운동 경기를, 특히 미식축구, 보면 Hail Mary pass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사전적인 의미는 미식축구에서 매우 긴 앞으로의 패스로, 일반적으로 필사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힘과 도움을 구하는 가톨릭의 “Hail Mary(=아베마리아)” 기도의 Hail Mary가 붙는다. 나는 미식축구를 즐겨 보진 않지만, 응원하는 몇 개의 대학팀이 있어서 가끔 보는데,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봤던 10개가 안 되는 헤일메리 패스 중 기적적으로 점수로 이어져서 극적인 우승에 기여했던 게 딱 한 개 있었다. 가능성은 작지만,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게 성공하면 정말 짜릿하다.
작년에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헤일메리 패스를 시도했다. 우리 투자사 중에도 이런 곳들이 있는데, 대부분 자금이 다 소진됐고, 팀원들이 대부분 나간, 어떻게 보면 그냥 문을 닫는 게 더 정상인 회사들이었다. 어떤 회사는 5년 이상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이제 창업가들도 지쳤고, 직원들도 지쳐서, 그동안 정말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었는데 차마 돈이 절대로 안 될 것 같아서 해보진 못했지만, 그냥 마지막 헤일메리 시도로 마지막 피봇팅을 했다. 그동안 이 회사가 걸어온 길을 보면 이번 아이템도 안 될 것 같았지만, 당시 내 머릿속은 “오래전에 봤던 그 미식축구 경기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막판 헤일메리 패스로 역전승을 거뒀던 걸 내가 두 눈으로 생생해 봤지. 어쩌면 이 회사도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과 기대감으로 꽉 차 있었다.
결과는, 이 마지막 헤일메리 시도는 실패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히 확률적으로 이게 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헤일메리 시도가 다 실패해서 결국 대부분의 회사들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도 없다는 걸 새삼 다시 한번 느꼈다. 그냥 어떻게 잘 되는 사업은 이 세상에 없다.
이렇게 막판에 하늘에 우리 운명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자. 미식축구도 1시간의 공식 경기 시간이 있고, 이 시간 동안 실력에 의존하면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내서 이기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스타트업도 평소에 잘하는 게 가장 좋다. 이렇게 하려면 요행을 바라지도 말고, 그냥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도 말고, 그냥 매일 매일 꾸준히 해야 할 일을, 그리고 해야 할 일만 연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