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에 이은, 왜 한국이 엄청난 시장인지에 대한 두 번째 포스팅이다.

우리 투자사 중 당근, 미소, 지바이크, 그리고 플랩풋볼이라는 회사/서비스가 있다. 4개 회사 모두 각각의 영역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household brand)가 됐다. 당근은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겠다. 미소는 청소 도우미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홈서비스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고, 얼마 전에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 미소 로고가 달린 이삿짐 트럭을 봤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지바이크는 한국의 압도적인 No.1 마이크로모빌리티(=킥보드, 전기자전거) 스타트업인데, 최근에 이 분야에서 아시아 No.1 회사가 됐다. 플랩 풋볼은 풋살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풋살 중개 플랫폼인데, 플랩풋볼이 서비스명이고 회사 이름은 마이플레이컴퍼니이다.

이 4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이미 내가 말했듯이, 각각의 분야에서 현재 No.1이라는 점인데, 이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실은, 이 다른 공통점이 나를 항상 자랑스럽게 만드는데, 바로 비슷한 해외 서비스보다 한국에서 훨씬 잘하고 있어서, 오히려 이 한국 회사들이 글로벌 벤치마크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해외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해외 서비스들이 오히려 한국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자랑하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그냥 한 회사씩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다.

당근은 미국의 Craigslist, OfferUp, 그리고 Nextdoor라는 서비스들을 동시에 벤치마킹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성격의 모바일 앱을 만들었다. 한국인 특유의 감성이 녹아 있는 매너온도 또는 지역 기반의 아기자기한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완전히 한국적인 모바일 제품으로 성장했고, 심지어는 토끼 옷을 입은 강아지 마스코트 ‘당근이’도 매우 한국적인 귀여운 이미지의 캐릭터다. 수많은 글로벌 회사가 지역 기반의 앱이나 로컬 검색 엔진을 만드는 노력을 부단히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는데 –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지역 관련 시도를 많이 했지만 대부분 실패 – 이걸 대한민국의 당근이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이제 해외에서 지역 기반 서비스를 만드는 많은 창업가들이 한국의 당근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조만간 이들이 “우리는 영국의 당근마켓입니다.” , “간략하게 말하면 우리가 하는 건 남미의 당근마켓입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길 기대한다.

미소 이전에 미국에 Homejoy라는 꽤 핫 한 YC 출신 서비스가 있었다. 한 500억 원 정도 펀딩을 받았는데 2015년에 망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청소 관련 서비스들이 많이 생겼지만 대부분 망하거나 잘 안됐는데, 유독 미소만 한국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 시장이 미소와 같은 서비스가 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여기에 청소를 꼼꼼히 잘하는 한국의 근면성실한 공급자들이 미소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실은 우리가 미소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면, 대부분 의아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분야에서 유니콘이 된 글로벌 스타트업이 아직 없어서 뭔가 비교할 수 있는 벤치마크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투자를 받은 글로벌 스타트업은 잘 못 하는데, 이들의 5분의 1 정도만 투자받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렇게 잘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이제 미소가 홈서비스 플랫폼의 글로벌 벤치마크가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지바이크는 아시아의 No.1 공유킥보드/자전거 마이크로모빌리티 플랫폼이다. 한국 시장점유율 1위였는데, 최근에 아시아의 No.1 회사로 성장했다. 몇 년 전에 해외에서 이런 사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그중 Bird와 Lime이라는 스타트업이 단시간에 대형 유니콘이 됐다. 지바이크는 이 사업들을 벤치마킹했고, 심지어는 한국에서조차 후발주자로 시작했는데 몇 년 내에 아시아에서 이 사업을 가장 잘하는 회사가 됐다. 참고로 Bird는 거의 망했고, 지바이크보다 훨씬 더 투자를 많이 받았던 외국 스타트업도 대부분 잘 안되고 있다. 내가 알기론, 지바이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효율이 좋은 마이크로모빌리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건 한국 시장이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구밀도가 높고,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여 있고, 시민의식이 높은 게 대표적인 이유이다. 이제 외국에서 마이크로모빌리티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창업가들은 한국의 지바이크를 벤치마킹할 것이다.

플랩풋볼은 풋살을 중개해주는 소셜 스포츠 플랫폼이다. 우린 이 회사에 아주 오래전에 투자했는데, 내 기억으론 처음 투자할 때 한 달에 30개의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한 달에 거의 1만 개의 풋살 경기를 중개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굉장히 독특한 사업이고, 풋살이 이렇게 인기 있고 발달한 나라가 전 세계에 별로 없고, 있어도 플랩풋볼같이 수요와 공급을 잘 매칭해주는 플랫폼이 없다.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종목은 풋살밖에 없는데, 한국 시장의 특성 때문에 플랩풋볼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풋살은 일본이나 싱가폴과 같이 인구 밀집도가 비교적 높고 면적이 작은 지역에서도 관심이 많은 종목이라서 글로벌 확장도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우리 투자사와 비슷하게, 이제 외국에서 풋살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창업가들이라면 한국의 플랩풋볼이 이들의 글로벌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실은, 이 외에도 글로벌 벤치마크가 이미 됐거나, 되어가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꽤 있는데,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 시장의 독특한 점들을 잘 살리면 한국에서도 큰 사업을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이 사업이 글로벌 시장의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제 외국 투자자들이 나에게 한국 시장에 대해서 물어보면, 나는 더 이상 한국이 ‘좋은’ 시장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한국이 ‘위대한’ 시장이라고 항상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