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에서 VC의 종말에 대한 포스팅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이제 이 낙후된 VC의 투자 모델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AI의 시대에 아직도 사람에게 집중하는 VC 모델은 더 이상 옛날처럼 작동할 수 없다는 주장들을 강하게 한다.
실은 나도 몇 년 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은 VC가 끝났다는 말은 아니라, VC의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 오래돼서, 이제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돈을 버는 방식도 조금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그런데, 2017년도에 쓴 글인데, VC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도 2/20 수수료 모델 그대로이긴 하다.
VC가 죽었다고 하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몇 가지 공통된 부분이 있고, 솔직히 이 내용들은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라서 나도 동의한다. 2021년 대비 시장에 투입되는 벤처 투자금이 절반 이상이 줄었다는 점, 엑싯 또한 신통치 않아서 수익률이 예전에 비하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 VC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LP들 또한 과거 대비 VC 펀드 출자를 상당히 줄였다는 점, 등으로 인해서 벤처 투자는 그 어느 때보다 돈 버는 게 어려워졌다. 엑싯이 안 되면, 회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회수가 안 되면 VC에 자금을 제공하는 LP들에게 돈이 배분되지 않고, 이렇게 되면 시장에 돈이 안 돌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시기임은 맞다.
이런 거시적인 시장 상황 외에도 AI의 발달로 인해서 똑똑한 창업가들은 큰 투자 없이 큰 사업을 만들 수 있어서 더 이상 VC 투자가 이들에겐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 개나 소나 펀드를 만들어서 창업가 대비 VC의 비율이 점점 더 VC에게 불리해지는 상황, 그리고 이제 과거와 같은 큰 혁신은 나오지 않는다는 이론 등으로 인해서 VC라는 산업 자체가 앞으로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다. 특히, AI가 좋아지면서 조만간 사람이 하는 VC 투자를 기계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들도 있다.
이런 의견과 시장 상황은 틀리지 않았다. 나 같은 VC도 매일매일 몸으로 느끼는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VC는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은, 완전히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좋은 창업가들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VC 산업은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고, 이들이 투자한 좋은 회사들이 큰 엑싯을 하면서 그들이 투자하는 지역의 경제를 가장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가 보는 현상은 그 어떤 산업에서나 볼 수 있는 보정 과정이다. 코로나 기간 너무 많은 돈이 너무 빨리 시장에 풀려서 VC라는 게임이 살짝 고장 나긴 했지만, 이 또한 고쳐지고 치유될 것이다. 이미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고,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칙을 지키면서 제대로 된 전략으로 투자했던 건강한 VC들만 살아남을 것이고, 살아남는 VC는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그 어떤 시장이라도 너무 커지고, 돈이 너무 많이 집중되면, 이상한 사람들과 회사가 항상 생길 수밖에 없는데, 건강한 시장이라면, 결국 이런건 스스로 정화된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2020년과 2021년, 전 세계에 너무 많은 신생 VC가 생겼고 – 한국도 심할 정도로 많이 생겼다 – 이미 투자하고 있던 VC들도 펀드 규모를 엄청나게 불렸고, 그 큰 펀드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 많은, 더 큰, 더 말도 안 되는 투자를 상당히 많이 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우리가 모두 지금 치르고 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건재하면서 잘하는 VC들도 많다. 이들은 시장이 어떻든 그냥 본인들이 잘하는 투자를 꾸준히 했고, 본인들이 해야 하는 투자를 꾸준히 했다. 시장의 상황에 따라서 투자하는 방법, 규모, 전략 등은 변하고 보정되고 미세조정 될 수 있지만, VC라는 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VC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한 마디만 더. VC는 이제 끝났다고 하는 분들의 프로필을 대략 보면, 한 번도 제대로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를 해본 적이 없는 분들과 VC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투자는 거의 안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분들의 말은 그냥 무시하면 된다.
Vc와 스타트업들이 낡은 관행을 혁신하고 효율을 찾는다고 주장하지만, 그 어떤 업계보다 혁신이 없던게 한국 vc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관계에 기대서 공공자금 타서 연명하던 수많은 vc들, 큰 하우스에서 투자하는거 따라서 투자하는게 사업 모델이던 vc 들이 과연 시장에 얼만큼 add value를 했나 의문이 듭니다.
비효율과 혁신이 없는 업계는 쇠퇴하듯이, vc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축 되는게 오히려 제자리를 찾는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지금 있는 vc와 수많은 심사역 중 90% 가 사라져도 시장에 큰 악영향이 있을까요? 투자 할곳이 많지 않아서 일년에 투자가 한건도 없는곳들도 많고, 큰 하우스에서도 자금 소진율이 낮은데, vc 90%가 사라져도 잘될 기업이 돈 못 받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결정적으로 수십배 돈 벌어줄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전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vc가 줄어도 괜찮다고보입니다.
그동안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해외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서 내수용 기업으로 성장하는게 사실상 전부였는데, 이제 나올만한 기업은 다나와서 큰 성장이 기대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 유니콘 회사들은 다 어디선가 있는 모델을 내수용으로 만든거였죠.
그러다보니 다음 narrative로 셀링을 한게 해외진출 이었지만 최근의 k뷰티 산업과 아주 극소수의 회사를 제외하면 해외 진출에 성공적인 회사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죠.
효율적인 시장이었다면 진작에 여러 vc들이 셧다운 됐을텐데, 이런저런 이유로 서서히 진행중인것으로 보입니다
의견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말씀하신 것 만큼 극단적이진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매력적인 스타트업은 아직도 한국에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들이 모두 잘 시작하고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VC 투자금이 10배는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VC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겠죠.
안녕하세요, 작년 프라이머 데모데이 이벤트 후, 대표님께 다가가 질문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AI 스티브 잡스를 프로젝트 멘토로 활용하고 있는데 괜찮다고 생각하시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랬던 만큼 AI가 없었다면, VC에 approach하는 것이 저희 팀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VC의 본질은 변함없다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앞서 현상과 본질을 명확히 구분하셔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One thing I would like to add, since I have the founder’s point of view, is that the VCs’ essence stays the same in our perspective too. If the journey is the reward, I would rather go through it with a real life being than AI. Also, if the change you want to bring to humanity is big enough, that will cost more than a lifetime. So, if you want to go as far as you can while you’re alive, why not accelerate the journey with VC’s help? Any founder who values his time and genuinely want to realize the vision, will inevitably seek for V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