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生生MBA리포트] 시리즈

3 주 전부터 박은정씨의 [生生MBA리포트]라는 기고글을 내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내 글이나 책을 읽은 분들은 내가 MBA의 가치를 얼마나 낮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MBA 관련 글 연재에 대해 약간 의아하게 생각할텐데 이 자리를 통해 몇가지 밝히고 싶다.

내가 과거에 MBA 무용론에 대해서 쓴 몇가지 글들이다:
MBA와 창업
Case study 공부하지 말기

예상은 했었지만 위 글들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비난과 욕을 먹었다. 많은 분들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대부분이 “당신이 MBA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런 글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작 5개월 하고 휴학했으면서 2년 MBA 프로그램에 대해서 마치 모든걸 다 알고있다는 듯 경영대학원이 이렇다 저렇다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류의 내용들이다. 물론, 이메일 내용의 수위는 이보다 훨씬 강했다.
이런 이메일들을 읽고 나도 곰곰히 한 번 생각해 봤다. 일리가 있고 충분히 그들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내가 MBA에 대해서 잘 모르고 너무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보기로 했고 그래서 연재하게 된게 [生生MBA리포트] 시리즈다. 기고자 박은정씨는 워튼 MBA 지만 – 당당히 졸업했다 – 매우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MBA를 바라보기 때문에 MBA가 진짜 어떤건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한테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창업을 하기위해서 MBA 학위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내 블로그를 읽는 분들 중 MBA에 관심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그동안 느꼈고, 모든 분들한테 이 시리즈는 재미와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生生MBA리포트] 미국 회사들은 왜 (아직도) MBA 를 원하는가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 MBA졸업생들의 취업률도 낮아지고 starting salary 도 한동안 동결되면서 MBA 회의론이 급부상했습니다. MBA는 기업에서 졸업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 그 생명이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나 취업률은 금융위기 전만큼은 아니라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펌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향후 조직의 리더로 성장할 인재를 여전히 MBA에서 찾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 때문은 아닙니다. 예전에 “10일만에 끝내는 MBA (The Ten-Day MBA)”라는 베스트셀러가 있었습니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서 이야기하면, 사실 MBA에서 가르치는 경영학 지식의 깊이는 이 책보다 딱히 대단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대가 교수들의 학문적인 연구는 MBA는 이해할 수도 없을 뿐더러, MBA가 배워서 실무에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네트워킹 이라는 측면에서도, MBA가 좋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네트워킹은 취업할 때 제일 유용하지, 회사 입장에서는 크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기업(특히 미국회사)들은 MBA들을 좋은 조건으로 여전히 채용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 선별 과정에 대해 갖고 있는 깊은 신뢰 때문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중간관리자 이상의 위치에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은 주체적인 리더십을 갖춘 인재여야 한다고 믿는데, 그러한 인재를 골라낼 훌륭한 안목을 가진 전문가가 MBA Admission Committee 라고 믿습니다. MBA는 리더십이 없는 사람들을 뽑아서 리더십을 개발해 장착시켜 주는 곳이 아닙니다. 이미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있는 이들을 선별하여 훈련하는 곳입니다. 이 점은 리더십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의 습득을 강조하는 다른 MS 프로그램과 (London Business School의  Master in Finance나 카네기멜로 Tepper의 Master of Computational Finance 등)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트레이딩처럼 technical한 분야(크게 리더십이 필요없는 분야)에서 MBA 학위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국 문화에서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는 John F. Kennedy나 오바마에 가깝습니다. 천재적인 두뇌나 학벌, 훌륭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외려 달변가로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들이 리더의 자질이 있다고 믿습니다. (반대로 우리 나라에서는 유교적 전통 때문에 달변가보다는 묵묵히 결과로 승부하는 사람을 더 높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MBA 지원자가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있는지를 어떻게 판별할까요? 미국 학교에서는 종종 “Past success is the best predictor of future success(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의 가장 확실한 지표다)”라는 말을 합니다. 학교들은 지원자가 과거에 불확실성이나 위기상황 속에서 다른 이들을 설득하여 조직을 이끌어나간 경험이나, 다른 이들과 갈등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봉합하고 팀을 단합했는지에 대한 에세이를 근거로 리더십의 자질을 판단합니다. 다양해 보이는 에세이 질문들도, 결국은 ‘당신에게는 리더십이 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신뢰의 사회고, 미국 지원자들이 자기 에세이에 거짓말을 쓰기를 꺼려하는 부분도 이런 선별과정에 힘을 실어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선별과정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들은 매년 에세이나 인터뷰 질문, 형식을 바꾸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선별과정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일단 선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리더십 기회를 제공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리더십 수업들도 있고, 선택할 수 있는 활동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Wharton에는 Leadership Venture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남극이나 킬리만자로 등을 함께 등정/등반할 수 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하에서 사람들과 협업하고 스스로를 절제하여 리더십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하여 학생들은 체력 및 안전훈련을 소화해야 할 뿐 아니라, $10,000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하여 도전하는 정신을 가진 학생들을 기업에서는 높게 평가합니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뽑는 역할을 비즈니스 스쿨에 아웃소싱을 맡겨온 셈입니다. Formal MBA Recruiting을 거의 하지 않던 Tech(Google, Paypal etc.) 회사들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전략적인 insight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MBA 채용을 시작하거나 늘리고 있습니다. MBA가 수십년간 해온 아웃소싱의 역할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안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이 최근의 부정적인 통계들에도 불구하고 MBA의 미래에 대해 밝은 견해를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MBA 에 관심은 있는데 미래에 행여나 유명무실한 스펙이 되지 않을까 고민은 접어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生生MBA리포트] MBA 랭킹은 정말 얼마나 중요한가?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 지원자들이 학교를 결정할 때 첫번째로 고려하는 요소는 랭킹입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랭킹이 높을수록 취업의 문이 넓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M7*이 아니면 갈 이유가 없다고들 합니다. 어떤 이들은 Top 30까지는 괜찮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랭킹,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취업에 정말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M7: MBA의 아이비 리그 스쿨들 – HBS, Wharton, Columbia, Kellogg, Chicago, Stanford, MIT Sloan

공신력있는 MBA 랭킹을 발표하는 기관은 대략 다섯 곳 – US News, Financial Times, Forbes, Business Week, Economist – 입니다. 기관마다 발표하는 결과물은 천차만별입니다 (아래표를 참조하시면, 오른쪽에는 이 다섯 기관들이 각각 발표한 랭킹이 있고, 왼쪽은 모든 랭킹을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Business Week 와 Economist 에서 1등을 한 시카고는,  Financial Times 와 US News 에서는 5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흔히 MBA Top 3로 여겨지는 Wharton 은 Economist 상 랭킹으로는 간신히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Economist 상 켈로그는 심지어 15위입니다.

랭킹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산정 기준이 워낙 다르기 때문입니다. Forbes는 간단하게, 졸업 이후 5년간의 ROI만 계산합니다. 즉, MBA하는데 들어간 모든 기회비용(MBA 이전에 받던 연봉 포함) vs. 졸업 이후 5년간 버는 돈을 따져볼 때 얼마나 남는 장사냐는 개념입니다. 창업자가 많이  나오는 학교나 nonprofit career 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가 불리합니다. Financial Times는 졸업 후 3년간의 월급에 평가의 40%를 할당하고, 기타 teaching staff 및 학생 등의 gender, nationality, international reach 등을 고려하여 산정합니다. Business Week는 학생 및 리크루터의 만족도로 평가하고, Economist는  졸업생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학교가 더 international할 수록 높게 평가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MBA 랭킹과 가장 유사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은 US News 입니다. HBS와 스탠포드가 공동 1위, Wharton이 3위, 켈로그와 MIT가 공동 4위입니다. 비즈니스 스쿨들의 학장과 director, 그리고 리크루터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MBA 후 연봉 및 취업률, GMAT 및 학부학점 평균을 모두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산정되는 MBA 랭킹, 정말로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다시 말하면, 취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랭킹은 취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취업과 그 이후의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는 데 익숙해져 있기에, 미국 MBA 랭킹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회사까지 갈 것도 없이, 컨설팅 펌들의 서울 오피스 썸머인턴 채용 과정만 봐도, 이력서를 통과한 이후에는 오로지 case와 interview 실력에 따라 당락이 나뉩니다. 게다가 랭킹 높은 학교 학생이라고 이력서 서류심사에서 더 많이 통과시켜주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위기 이후, MBA 채용이 줄고 졸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교 간판보다 진짜 실력을 따지는 이런 분위기는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Tepper(카네기 멜론) 보다는 Wharton에 와서 사람을 구하는 회사가 더 많고 이름있는 곳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유명한 사모펀드 회사인 Blackstone은 Wharton에는 오지만(1년에 한명을 뽑을지라도) Tepper에는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MBA 학생들에게 Blackstone이 리크루팅을 오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MBA를 졸업한 후에 목표로 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학교가 얼마나 도와 주는가 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내 투자은행을 목표로 한다면, Wharton보다 Tuck(Dartmouth) 같은 학교가 더 목표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Wharton 같은 경우 career management office가 1,600명의 학생을 상대하다보니 외국인 학생이라고 신경을 써주기는 커녕 officer와 약속 잡기도 쉽지 않아 문화적으로 익숙치않은 외국인들이 경쟁에 더 치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 Tuck은 소규모 class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정기/정규 MBA 채용이 존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문화가 자유로운 tech/startup 회사들의 경우는, 더욱 랭킹의 영향에서 자유롭습니다. 덕분에 Tepper에서도 미국내 유명 tech company 등에 당당히 입사하시는 한국분들이 Wharton에 비해 적지 않습니다. 시민권자도 아니고 영어도 네이티브가 아닌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랭킹이 높은 학교일수록 나에게 맞는 학교”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지원자분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적당히해라 라는 의도가 절대 아닙니다.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내가 가고자 하는 커리어의 목표를 결정하셨다면, 내가 관심있는 학교들의 취업관련 수치와 정보를 찾아보고 재학생이나 동문과 연락하여 관심있는 회사에 현실적으로 취업이 가능한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만일 나와 비슷한 목표를 성취한 (한국인) 동문이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찾아서 이야기를 듣고 최소한 그만큼은 해야 합니다. 랭킹의 벽은 우리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취업 프로세스나 취업 사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이견이 있으시거나 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生生MBA리포트]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生生MBA리포트]라는 이름으로 기고를 시작하게 된 박은정입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을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에 다니다  2007년에 와튼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일단 가던 길 계속 가자’라는 신념으로 미국 뉴욕에서 HSBC 투자은행의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 경험은 finance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되시는 배기홍 씨와는 Wharton의 입학동기인데, Wharton에서의 시간이 그분과 제 인생을 뒤흔드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와튼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심사숙고와 자기성찰 끝에 MBA에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반면, 저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그대로 MBA에 대한 깊은 생각없이, 그저 회사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떠난 바 있습니다. 그런 제게, 와튼 MBA 과정은 제게 엄청난 멘붕과 자기반성의 기회를 선사하였습니다.

그 여파로 MBA에서 흔치않은 휴학까지 감수한 저는, 우연히 “Top MBA가는 길“이라는 책을 공저한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제가 경험한 바를 나누는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피츠버그에 살면서 MBA 지원자분들을 위한 admission consultant로 일하고 있으며, Carnegie Mellon 의 Tepper Business School 교수인 남편을 통해 business school 관련 정보 및 트렌드를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Admission consultant라면 “무조건 MBA 가라, 일단 가는 게 남는 것!” 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 2007년도 저와 같은 생각으로 MBA 가시려는 분을 만나면 전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MBA 에는 답이 없습니다!”

작년에 저는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젊은 증권사 직장인이 MBA를 준비하다가 과로사했다는 정말 안타까운 기사였는데요, 기사 내용은 이랬습니다. “MBA 출신 동료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최근 뒤늦게 MBA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친척은 ‘A씨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완벽주의 성향이라 일을 하면서도 MBA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저는 절대로 그분의 노력이나 의도를 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확실히, 제가 지원하던 2006년에 비하면, 요즘은 직장인이라면 MBA를 한번쯤 고려해보지 않으신 분이 드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졌습니다. 마치 MBA도 어학연수와 같은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많은 지원자분들을 만나보면, ‘나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MBA에 가는가’, 라는 정말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하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절반 정도는 ‘가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일단 입학한 후에 천천히 찾아보겠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분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MBA는 정글입니다. 9월 개강과 함께 레이스가 시작되는.
초원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어먹다가 갑자기 질주를 시작하는 아프리카의 물소 떼를 상상해보세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술먹고 퍼질러 놀던 외국 친구들,
‘내가 이렇게 덜떨어진 넘들이랑 경쟁하느라 MBA 준비하며 그렇게 피를 말렸단 말야?’ 어이없을 정도로 모자라 보였던 동기들이, 우다다다 갑자기 한 방향을 향해 질주하기 시직합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수업 듣고, 오후에 팀미팅 하고 reading material 읽고 숙제하고, 저녁에는 숨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회사설명회 다니고, 목요일 저녁에는 social event 참석하고, 금요일은 뉴욕에 가서 네트워킹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신기한 건, 나는 간신히 남들 하는 것만 흉내내는데, 이 ‘덜떨어져 보였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빠릿빠릿 주체적으로 다닌다는 겁니다. 이게 단순히 체력이나 영어의 차이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로 MBA는 엄청난 실제 비용 +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기회비용을 차치하고라도, 직접 지출되는 expense만 생각해도 1.5억원 이상이죠 (대도시, 평균적 소비성향을 가진 싱글 기준). 그러다보니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의 커리어골 + why MBA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와  그에 맞춘 action plan을 어느 정도는 갖고 학교에 입학한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친구들은 우선 본인이 노리는 목표에만 focus해서, 몇 개의 회사를 추려서 그 회사들에만 공을 들이고, 그 안에서 동문들을 찾아서 금요일마다 네트워킹을 합니다. 정작 이력서를 낼 기간이 되면, 이런 친구들은 이미 자기가 원하는 회사의, 가고자 하는 팀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 만나본 상태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인터뷰 기회를 받느냐 마느냐 걱정하고 있을 때, 이런 친구들은 resume 통과는 따놓은 당상이요, 실무 레벨은 이미 다 구워삶아놓은 거죠.

물론 저는 이렇게 ‘준비된’ 지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수의 한국 지원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양심에 손을 얹고, MBA에 가고자 하는 이유가 다음 중 하나에 해당되시는지 생각해 보세요.
1) 지금 커리어가 뭔가 답이 안 보이는데 MBA가면 답이 있을 것 같아서
2)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은데 그냥 비슷한 데로 이직하기는 왠지 내가 지는 것 같아서
3) 별 거 없던 대학동창이 MBA 다녀와서 잘 나가고 있어서
4) 아무래도 갔다오면 안 갔다온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확실한 목표와 확고한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 동일한 이유입니다. 단언컨데, MBA에는 답이 없습니다. 합격이 능사가 아닙니다 – 저런 마인드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원한 4학교중 HBS만 빼고 Wharton, Chicago, Ross 모두에서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 문제는 합격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학교생활이 구심점을 잃고 방황할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한 목표가 없으니(이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고), 어떤 회사의 어떤 포지션(관심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을 목표로 해야 할 지도 모르고, 네트워킹을 하긴 해야겠는데 대체 누굴 만나야 할 지도 모르는 겁니다.

‘MBA 에 가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MBA 를 마치고 과거에는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career jump를 성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조금만 발품을 팔고 여기저기 알아보면, MBA가 열어주는 기회의 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대체로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나도 모르는 답을 MBA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막상 학교에 가서 대다수 경쟁자들은 이미 답을 찾아와서 전력질주를 하는데, 나 혼자 답을 찾겠다고 이쪽 힐끔, 저쪽 힐끔하다가는 결국 제대로 고민도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끌려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왜 IB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지 아시겠죠 (ㅠ_ㅠ)

MBA를 고려하신다면,
나에게는 하버드가 맞을까 아니면 와튼이 더 잘 맞을까? 이런 걱정은 붙들어 두셔도 됩니다.
지난 3년간 스탠포드에 붙었다는 합격자 스펙 조사하느라 인터넷 뒤질 필요 없고요.
지금 해야 하는 가장 급한 임무는, 내가 MBA에 대체 왜 가야 하는지,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 직장에 올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후회했던 점은, 내가 지원 전에 했어야 하는 고민을 입학하고 나서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1년에 5만불이 넘는 학비를 내는 상황에서, 이런 때늦은 고민은 실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합니다.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시고, 입학하기 전까지는 전략을 다듬고, 입학하는 순간 전력질주를 시작하세요.

Case study 공부하지 말기

나도 한때는 MBA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케이스 스터디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학생이였다. 워튼 스쿨 입학 6개월만에 중퇴한 뒤로 나는 주위에 창업과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MBA를 한다고 하면 적극 말리고 있다. “MBA와 창업“에서 창업하는데 왜 MBA가 별로 도움이 안 되는지 설명했지만, 창업자가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이나 전략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MBA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MBA 프로그램 2년 동안 신물나게 읽고, 공부하고, 분석하고, 리포트를 쓰는 케이스 스터디들이 이 마이너스 요소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케이스 스터디는 남의 회사에 대한 과거와 그 회사가 과거에 직면했던 특정 문제에 대해서 fancy하고 극적인 말로 만든 사례집이다. 이런 사례들이 재미는 있고 어떤 사례들은 일반 경영 소설보다 훨씬 읽기 편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회사들이 과거에 직면했던 문제들과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를 한편의 단편 소설과 같이 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건 내 회사가 아닌 남의 회사 이야기이고 남의 성공 스토리라서 내가 실제 일할때 –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많이 읽을수록 우리는 실제 일하면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면 창조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꾸 그 상황과 비슷한 특정 사례에 대해서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맞아. 전에 그 회사 사례에서는 이런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이 다른 회사에서 사용했던 방법과 전략을 나의 현재 상황에 적용하려고 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회사가 생기고, 회사들이 망하고, 상황이 변하는게 이 바닥이다. 그 어떤것도 영원하지 않고, 모두에게 맞는 정석이라는게 없는게 이 세상이다. 수 년, 심지어는 수 십년 전에 남의 회사의 – 비슷한 업종에 있는 비슷한 회사라도 직면한 외부 요인들이 과거와는 다르다 – 케이스를 굳이 현재 상황에 적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너무 많은 케이스 독서와 다른 회사들에 대한 과도한 분석은 스타트업 운영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남에 대해서 너무 많이 공부하면 그들과 똑같은 길을 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벤처를 경험해보고, 매일매일 창업가들과 같이 일 할수록 더욱 더 확신을 갖게 된다. 남들이 하는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기존의 틀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깨버리는 사람들이 이 스타트업 바닥에서 살아남고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크다는 걸. 남들이 해보지 않은 나만의 방법으로 꾸준히 실험하고, 실패하고, 새로 배우고 또 실험하는 걸 지속적으로 반복하다보면 오히려 남들이 나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나 만들지도 모른다. 전에 PreMoney라는 conference에서 Marc Andreessen이 MBA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2년 동안 남의 성공사례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2억원 이상의 등록금을 낼 바에, 그 돈을 자기 자신한테 투자해서 뭐라도 하는게 좋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미래의 성공을 위한 ‘직접적’ 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