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긴 해봤어?

해봤니.“중요한 것은 비평가들이 아니다. 공功은 실제 경기장에서 먼지와 땀 그리고 피에 뒤범벅되어 용맹스럽게 싸우는 자의 몫이다. 그는 실수하고 반복적으로 실패한다. 또 가치 있는 이유를 위해 열정과 헌신으로 자신을 불태운다. 무엇보다 그는 마지막에 주어지는 위대한 승리와 패배를 알기에, 그것들을 전혀 모르는 차갑고 겁 많은 영혼들과 결코 함께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시민의식’연설 중. 1910년 4월 23일 파리 소르본 대학. 테오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해보긴 해봤어?”라고 한다(물론 그 특유의 악센트와 톤으로). 그가 살아생전에 직원들한테 힘든 일을 시키면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회장님, (이렇고 저렇고 해서) 그건 안될 겁니다. 이미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시도해봤는데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였다. 그러면 그는 바로 “그래서 니가 해보긴 해봤어? 니가 해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면 남이 그랬다는 거야?”라고 바로 받아치면서 해보지도 않고 으레 겁먹고 포기하는 직원들을 야단쳤다고 한다.

“해보긴 해봤어?”

아, 정말 단순하면서도 많은 걸 내포하고 있는 질문이다. 나도 일을 하면서 이 말을 자주 하는데 정주영 회장같이 남들한테 그러기보다는 나 스스로 이 질문을 많이 던진다.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건 생각만큼 어렵고 고달픈 일이다. 불행하게도 아직 뮤직쉐이크는 Pandora나 Spotify와 같이 유명하고 수백만 명의 글로벌 인구들이 즐기는 음악 사이트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 이룩할 수 있던 건 미약한 발전들은 모두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일단 한번 직접 부딪혀 보고 판단하자.’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 같다. 오늘은 이와 관련 내 최근 경험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뮤직쉐이크 플랫폼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빌보드 차트의 웬만한 곡들을 뮤직쉐이크의 음원들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걸 거꾸로 해석해보면 바로 웬만한 기성곡들을 뮤직쉐이크 플랫폼에 입력해서 유저들이 손쉽고 간편하게 – 음악의 지식이 전혀 없어도 – 리믹스를 할 수 있다는 매우 파워풀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 2008년 2월, 미국 사무실을 설립할 당시, 우리는 팝 가수들의 유명 곡들을 가지고 리믹스 할 수 있는 application을 만들어서 우리의 브랜딩과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였고 많은 연구와 조사를 했다. 이걸 가능케 하려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가장 어렵고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음원의 ‘저작권’이라는 게 걸려있었다.

저작권이라는 건 정말로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용어이다. 나도 음악을 원래 하던 사람이 아니고, 음악 산업에서 오래 몸을 담았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만 해도 IT 바닥에서 유일하게 음악 저작권을 접할 수 있었던 건 Napster와 관련된 안 좋은 기사들뿐이었다. 뭐, 이 세상 모든 것이 주인과 권리가 있듯이 음악도 누군가는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건 당연한 거지만 뮤직쉐이크가 특정 곡을 가지고 리믹스를 하려면 과연 누구한테 어떤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 그리고 이건 짧은 버전이다. 1년 6개월 동안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음반 산업 사람들과 우리가 경험하고, 배우고, 울고, 웃고 (웃을 수 있었던 사건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스트레스받았던 걸 모두 설명하려면 이 또한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을 거 같다 – 고 정주영 회장의 “해보긴 해봤어?”가 왜 중요한지 잘 설명해줄 것이다:

일단 나는 주위에 있는 음악 좀 한다는 인간들과 LA에 깔린 크고 작은 음악 전문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들부터 시작했다 – 우리가 이런 걸 하려는데 이렇게 하려면 누구한테 어떤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를 물어봤다. 참으로 신기하고 답답했던 건 바로 50명한테 이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50가지였다. 어떤 이들은 유니버설과 같은 음반사에 돈을 주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어떤 변호사는 음반사랑 퍼블리셔들한테 동시에 권리를 clear 해야 한다고 했다. Black Eyed Peas의 리더 Will.i.am.의 매니저는 그냥 바로 가수한테 허락만 받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나한테 여러 번 컨펌을 해줬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인 – 시간당 $700 이상 버는 – K씨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뮤직쉐이크의 경우 유저들이 같은 곡을 가지고 수만 개의 리믹스를 만들 텐데 그 리믹스 하나씩 파생 저작권(derivative right)이라는 게 생기고 각 파생 저작권에 대해서 음반사들이 공식적으로 승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니버설과 소니 뮤직에서 15년 이상 임원을 하셨던 분은 나 같은 음악산업 경험이 전무한 애송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뮤직쉐이크와 같은 회사와 음반사들을 전문적으로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브로커들이 있으니까 이들을 통해서 일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어쨌든 전반적인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하려는 거는 거의 불가능한 거기 때문에 그냥 아예 시간 낭비 하지 말라는 거였다.

과연 그런 것일까? 아니, 서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가 여기 있는데 아무리 선례가 없더라도 웬만큼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이면 이야기라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고, 아무도 해보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나는 항상 그랬듯이 내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 일단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스탠포드와 워튼 주소록을 통해서 음반사에서 일하고 있는 동문의 연락처를 땄다. 그리고 약 70명 이상 동문의 이메일/전화번호를 따서 하나씩 연락을 해서 내 상황을 설명하고 이 바닥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좀 배우는 거부터 시작을 했다. 연락되는 경우도 있었고, 안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어쨌든 나는 여기저기 사람들을 많이 소개받아서 LA와 뉴욕을 왔다 갔다 하면서 (대부분의 음반사가 LA와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열심히 미팅과 데모를 했다. 운 좋게도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Universal Music Group의 전설적인 CEO Doug Morris와도 미팅했고 – 신기한거는 이렇게 음악 산업에서 짬밥을 많이 먹은 분들도 우리의 리믹스 권리에 대해서 100%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지 못하더라 – 대략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음악 산업 사람들 100명 이상과 전화 통화와 미팅을 했다.

내가 배우고 느낀 점은? 직접 해보지 않은 수많은 사람이 나한테 알려 줬던 거와는 달리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게 의외로 단순하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Bruno Mars라는 가수의 (한국에서도 유명한지 모르겠지만, top of the top 가수이다) “Just the Way You Are”라는 빌보드 1위 곡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이 곡을 부르는 가수는 Bruno Mars이고 그는 Warner Music Group이라는 음반사(music label) 소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을 가지고 뭐라도 하려면 워너 뮤직을 통해서 Bruno Mars라는 가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흔히 업계에서는 master 승인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 끝인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노래를 부르는 가수 못지않게 그 노래를 작사/작곡한 송라이터들도 이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웬만한 곡들은 한 명의 송라이터가 아닌 여러 명의 송라이터들이 작업을 하므로 모든 송라이터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유명한 송라이터들은 소속사가 있는데 바로 이 소속사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퍼블리셔(publisher)들이다. EMI Publishing과 같이 크고 유명한 기업형 퍼블리셔들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지구 반대쪽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구글로 검색해도 찾을 수 없는 송라이터를 관리하는 퍼블리셔 또한 있다. “Just the Way You Are”라는 곡은 복잡하게도 8명의 송라이터들이 있고 – 그 중 2명이 곡의 80%를 작사/작곡했고, 나머지는 노래 가사 중 한 줄만 작사한 사람도 있다 – 이 곡을 사용하려면 이 8명의 송라이터들의 소속 퍼블리셔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부분이 조금 시간이 걸리는 프로세스이다. 특히, 유명하지 않은 퍼블리셔는 연락처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재수 없으면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직접 찾아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일단 위에서 내가 말한 게 기본 와꾸이다. 특정 곡에 대해서 그 권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이들로부터 하나하나씩 승인을 받아야지만 그 곡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곡을 통해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정해진 %에 따라서 분배된다. 이 지루하고 복잡했던 1년 6개월의 경험을 통해서 내가 느낀 점은, 대부분의 사람은:
1/ 위와 같은 이 바닥의 판 짜임새 자체를 모르고 있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2/ 알아도 “와, 이 많은 사람을 언제 어떻게 컨택하냐”라면서 스스로 해보기도 전에 포기한다.
3/ 그리고 직접 해보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하다가 중간에 가수/label/퍼블리셔들과 이야기가 잘 안 되어서 일을 진행하지 못한다.
4/ 이도 저도 아니고 나한테 처음부터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말한 사람들은 지네들은 직접 해보지도 않고, 해볼 노력도 하지 않고 위의 1번, 2번, 3번 사람들의 말만 듣고 마치 본인이 직접 해본 마냥 남들한테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주위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서 1년 6개월간의 지루하고 집요한 시도 후 많은 가수/매니저/음반사/퍼블리셔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졌고 정확한 절차를 밟은 후에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몇 곡들의 권리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얼마 전에 출시한 Jackson 5의 “ABC” Remix 아이폰 앱이었고 3월에 또 다른 대형 히트곡의 리믹스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내가 여기서 말하는 거와 같이 쉽고 차곡차곡 진행된 거는 아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중간에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결론은 성공적이었고 나랑 우리 회사 사람들은 이제는 웬만한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들보다 이 바닥의 법칙과 생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2010년 8월 ‘스타트업 바이블’이 출간된 이후로 꾸준히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독자분은 언젠가는 창업해서 자신만의 스타트업을 꿈꾸는 젊은 학생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제가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창업할 수 있을까요?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요? 배기홍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화가 난다. 이 친구들아 –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 당신들이 직접 해보기나 하고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 있을지를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직접 해봐라. 그리고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직접 시도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느라 이메일을 쓰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아라. 직접 해보고 고객들의 반응이 있다면 이미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직접 해봤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없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하면 된다. 만약 그 단계에서 나한테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고자 하면 그땐 나도 기꺼이 도와주고 피드백을 주겠지만, 직접 부딪혀보지도 않고 처음부터 제삼자의 의견을 구하지 말라고 나는 충고하고 싶다. 나한테 물어봐서 내가 “아,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니까 할 생각도 하지 말아라.”라고 해서 안 할 것이라면, 창업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그렇지 않다면 일단 직접 해보라고 강력하고 권장하고 싶다.

뮤직쉐이크를 미국에서 한 3년 정도 운영한 이후로 나는 남의 충고나 의견을 잘 물어보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주위 분들이 나한테 “이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그건 해봤자 안되니까 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하면 나는 그냥 웃어넘기고 – 약간의 비웃음과 함께 – 그들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런 나의 태도에 대해서 “너 대가리 좀 컸다고 많이 건방져졌구나.”라고 말을 하지만 그건 나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그릇된 의견일 뿐이다. 모든 사람의 조언을 내가 무시하는 건 아니다. 자기들이 해보지도 않고 여기저기서 들은 말을 가지고 마치 자신들이 경험한 일처럼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들의 말만 나는 무시한다. 불행하게도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오로지 내가 직접 해보고 경험한 후에서야 비즈니스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해야지만 회사와 직원들, 그리고 자신을 위한 올바르고 하늘을 우러러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참고로, 지금까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일들의 80% 이상이 직접 해보니까 가능했었고, 나머지 20%도 단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불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말에 처음으로 디즈니랜드를 다녀왔다. 우리 집에서 차로 15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애도 없고 귀찮아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그래도 나중에 멀리 이사를 가게 되면 아쉬울 거 같아서 가봤다. 이미 디즈니랜드보다 더 재미있고 새로 생긴 놀이공원들을 경험해서인지, 파크 자체는 조금 시시했지만, 공원을 떠나면서 나를 계속 감동하게 한 거는 바로 연 매출 40조 원 이상의 세계 최대 media/entertainment 기업의 시작은 88년 전 미키 마우스라는 생쥐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이었다. 로이와 월트 디즈니씨가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전 세계인을 감동하게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왕국을 꿈꾸는 거에 대해서 수많은 주위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비웃었을 것이다. 디즈니 형제는 그런 비난과 손가락질을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꿈과 믿음을 직접 실행에 옮겼고 그 과정에서 실패와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에는 성공했다. 그들을 비웃고 비난하던 많은 사람이 지금은 디즈니사의 열혈 주주인 사실이 매우 아이러니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든, 제조업을 하든, 구멍가게를 운영하든,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든 간에 새로운 일을 벌이기 전에 특히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그런 일들, 그리고 본인조차 의구심을 살짝 갖게 되는 그런 류의 일들 – 스스로에게 항상 다음의 질문을 던져봐라:

“해보긴 해봤어?”

내가 장담하건대 대부분의 일이 직접 부딪혀서 해보면 잘 해결될 것이고,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적어도 나중에 남들한테 떳떳하게 “내가 해봤는데 그건 잘 안되더라”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왜 안되는지를 잘 분석해서 다시 해보고 또 해봐서 결국에는 성공하더라.

글이 조금 길었지만, let’s all remember. 이 “해보긴 해봤어?” 정신이 바로 소 한 마리로 시작한 구멍가게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그룹으로 성장시켰고, 쥐새끼 한 마리로 시작한 만화를 전 세계에 감동을 가져다주는 디즈니 그룹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미지 출처 = http://rossovir.tistory.com/1031>

Y Combinator의 투자 조건: 창업자의 “굳은 의지”

얼마전에 실리콘 밸리로 잠깐 출장 갈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스탠포드 대학 캠퍼스에 잠깐 들렸다. 내가 스탠포드에 입학했을때가 1999년 9월이니까 벌써 12년 전인데 놀랍게도 아직도 내 입학 동기 몇명이 같은 연구실에서 post-doc을 하고 있었다. 뭐, 그들만의 사정은 있지만 – 중간에 한국에서 군대다녀온 친구들도 있고, 재수없게 박사과정 말년에 담당 교수가 돌아가셔서 새로운 교수 밑에서 박사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한 후배도 있었다. 그래도 12년째 학교에 있는다는건 좀….
어쨌던간에 마침 한 공대 강의실에서 창업 관련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어서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서 편한 의자에 앉아서 12년 전 학창 시절 생각에 잠시 잠기면서 주위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다. 실리콘 밸리의 심장에 위치해 있어서일까, 마치 스탠포드 대학 학생들은 창업을 위해서 학교를 다닌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창업에 대한 생각과 철학들이 학부생치고는 (학부 졸업반이라고 해봤자 우리 나이로 22살밖에 안되는 애송이들이다) 나름대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제를 조금 바꿔서 – 스탠포드 대학생들이 가장 우러러보고 투자를 받았으면 하는 VC는? KPCB? Sequoia? Accel? 모두 엄청난 VC들 이지만 이날 내가 10명 이상의 스탠포드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바로 Y Combinator의 Paul Graham이라는 이야기를 모두가 이구동성을 했다.

Loopt, Reddit, Xobni, Bump…이 스타트업들이 시작할 수 있었던 Paul Graham이 창업한 Y Combinator의 종자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동안 Y Combinator는 4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시작할 수 있도록 소액의 종자돈을 제공했다. 이 VC가 남들보다 먼저 유망주들한테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많은 대학생들과 first-time entrepreneur들이 스스로 Y Combinator한테 돈을 달라고 접근을 하기 때문인데 이 중 어떤 스타트업들이 Y Combinator한테 투자받을 수 있을까? Entrepreneur 잡지에서 Paul Graham과 이 주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했다:

1.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건?
창업자/창업팀입니다. 우리가 6년동안 Y Combinator를 운영하면서 배운 점이 하나 있다면, 비즈니스 아이디어 보다는 창업자가 누군지를 잘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와 같이 종자돈 단계에 투자를 하면 실제 비즈니스 보다는 사람들한테 투자하는것이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가 19살에 Microsoft를 창업했을때, 그가 당시 가지고 있었던 사업 아이템은 Altair라는 마이크로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사업이었는데 솔직히 그 아이디어는 상당히 말도 안되는 거였죠. 그러니까 그 당시에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를 한 사람들은 비즈니스보다는 빌 게이츠라는 창업자의 가능성에 투자를 한거죠.

2. 창업자가 제일 중요하다면, 당신은 창업자의 어떤 자질을 봅니까?
굳은 의지 (determination) 입니다. 우리가 6년전에 투자를 시작했을때 우리는 똑똑한 창업자들을 선호했죠. 그런데 하다보니 똑똑한 사람들과 스타트업의 성공과는 큰 상관이 없더라구요. 어떠한 어려움과 험난함을 극복하고, 남들이 뭐라하던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는 굳은 의지 – entrepreneurship과 스타트업은 이거 빼면 시체입니다 (이 부분은 내가 첨가).

3. 창업자가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하나요?
우리는 창업자들과 인터뷰 시작 후 10분만에 투자 결정을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물어보는거죠. 많은 질문들을 하는데 대부분의 질문들에 대해서 망설이지 않고 답변을 한다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 좋은 현상입니다. 장황하지 않고 아주 간결하게 답변하는것도 중요합니다. 창업자들이 본인들이 하고 싶은거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다면, 아주 짧은 몇 마디로 핵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4. 좋은 아이디어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죠?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아주 안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하버드 대학생들의 연락처였던 Facebook은 처음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였겠죠. 구글 창업 당시 이미 10개 이상의 잘나가는 다른 검색 엔진들이 있었고, 검색 엔진이라는 비즈니스가 얼마나 재미없고 인기없는 비즈니스였냐면 당시 모든 검색 엔진들이 스스로를 ‘포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니까요.
이 바닥에서 성공의 정도는 리스크에 비례합니다. 즉, 최고의 스타트업 아이디어들은 – 소위 말하는 대박나는 아이디어들 – 창업자와 투자자들도 “이게 과연 될까”라고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그런 아이디어들입니다.

5. 그말은 당신은 대박 나는 아이디어와 그렇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구분할수 있다는 말인가요?
글쎄요…그래서 우리는 투자할때 항상 창업자들한테 투자하는거죠^^

한국의 Founders @Work 1 – 임원준/BDirect

한국에서는 “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이라는 약간은 거지 같은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 있다. 원작은 “Founders At Work“이며 Y Combinator 창업자 중 한명인 Jessica Livingston이 성공한 32명의 창업가들과 (PayPal의 Max Levchin, Hotmail의 Sabeer Bhatia, Craigslist의 Craig Newmark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전설적인 founder들이 다 포함) 인터뷰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굉장히 실용적이고 알찬 책이다.  나도 2번이나 읽었는데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스타트업의 직원도 투자자도 아닌, 아이디어의 아버지이자 이 아이디어들을 직접 실행한 창업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벤처 창업 초기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실은 스타트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벤처 초창기에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생각들이 왔다갔다 하는지 상상도 못하고, 알게되면 매우 놀란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창업자만큼 정확하게 알고 이야기해줄 사람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or 나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거 같다. 한국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founder들은 많고 나는 그들을 이 블로그를 통해서 한명씩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 영광의? 첫 주인공은 (주)부동산 다이렉트의 임원준 대표이다. 우리는 나처럼 최첨단 IT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매일매일 새로운 웹서비스들이 수백개씩 생기고 이러한 신기술들은 우리의 삶에 quantum leap을 가져왔다. 실로 인터넷과 기술은 old business model들에 혁신을 가져왔고 수백년동안 존재하던 비즈니스 모델들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데 일등 공신을 했다.
그런데 정말 모든 분야에 이런 혁신이 적용되었을까? 그렇지 않은 비즈니스가 나는 부동산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는 집을 사거나/팔거나/전세를 얻으려면 수십년 전부터 존재하던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한다. 이사가고자 하는 동네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가서 쓸데없이 많은 시간, 노력 그리고 비용을 투자한다.
임원준 대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1년 과정 도중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자 학교를 휴학하고 (주)부동산 다이렉트를 창업했다. 참고로, 나는 개인적으로 임원준 대표를 잘 알고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같이 일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부동산다이렉트의 advisory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밑의 내용들은 내 개인적인 의견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1. 부동산다이렉트는?
소유한 집을 전세를 놓고 계시는데 2년마다 매번 많은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깝지 않으신가요?
중소 및 벤처기업 사장님들, 사무실을 옮길 때 마다 열심히 발품을 팔고 또 한달치 월세를 수수료로 내야 하지 않으셨나요?
동네 부동산들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셨거나, 온라인에 있는 허위매물 정보로 인해 불편하지 않으셨나요?
 
부동산다이렉트에서는 기존에 부동산 정보를 찾고 거래를 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필요했던 점들을 해결해 드립니다. 예산, 지역 등의 조건만 알려주시면 전문가가 매물을 추천해드릴 뿐만 아니라 중개수수료도 최대 50% 할인해 드립니다.
강남 사무실을 찾고 계신다면 여기에서 직접 매물을 구글 지도상에서 로드뷰와 함께 쉽게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다이렉트 사무실 검색 서비스 소개 동영상>

2. 어떻게 이런 비즈니스를 생각하게 됐나요?
부동산 시장은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을 뿐 아니라, 주거용 중개서비스 시장만 4조원에 이를 정도로 potential이 큰 시장입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수십년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동네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매물을 내놓고, 매물을 구하려면 발품을 팝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비즈니스 opportunity를 찾던 중 direct 금융상품의 케이스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이를 부동산 시장에 결합하면 좀 더 효율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Redfin이나 Zillow와 같은 유사한 모델이 비즈니스적으로 검증이 되어 큰 성장세를 보이며 보수적이었던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3. 이제 비즈니스 초기 단계일텐데 성장을 위해서 집중하고 있는 분야/전략은?
작년에는 주거용 부동산에만 집중하며 한국웨딩플래너협회와의 제휴를 통해 신혼부부들을 위한 신혼집 구하기 서비스에 집중하였습니다.
올해 집중할 분야 중 첫번째는 사무실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입니다.
지금까지 사무실을 구하는 사람은 발품을 팔 수 밖에는 없고, 빌딩 주인들은 건물 외벽에 붙이는 현수막 외에는 특별히 광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를 강남3구에서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사들과도 제휴하였습니다.
올해 집중할 두번째 분야는 제휴를 통한 정보 제공입니다.
현재 한국경제와의 컨텐츠 제휴를 진행 중이며, 이를 포함하여 진행중인 여러 제휴들을 통하여 회사 인지도 상승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4. 듣기로는 좋은 학교를 때려치웠다고 하던데…
사업을 시작하기 전 Harvard Business School에서 MBA 1학년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장기 휴학중이구요.
Yelp의 창업자 Jeremy Stoppelman과 같은 경우에도 1학년을 마친 후 휴학을 하고 창업을 한 경우입니다. 물론 그분처럼 크게 성공을 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저의 목표겠죠? =)

5. 스타트업을 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에게 선배로써 주는 조언 3가지

  • Don’t underestimate your abilities : Start-up을 하려고 하는데 정말 내가 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까 망설이고 있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Mark Zuckerberg, Michael Dell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국내에도 훌륭한 젊은 대표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자신의 한계는 자신이 규정짓는 것 같습니다.
  • Beware of the herd mentality : 지금 주위의 사람들과 다르고 조금 느리게 간다고 불안해 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주위사람들이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 자신만 올바른 길로 가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적인 부담이 생깁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3년 이상 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고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Know yourself : 자신이 스타트업에 잘 맞는 사람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career choice’ 보다 ‘life-style choice’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하시기 전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끊임없이 self-motivation하고 인내할 수 있는지를 자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6.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건?
한국에서는 funding이나 exit 옵션들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고려해야만 초기투자자금과 지분구조를 포함한 중요한 재무적 결정들을 현실적으로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씨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한국이 실패 후 재기를 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고 이야기 하며 이는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하지만 실패가 없는 스타트업은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를 할 수 있도록 부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초기에 자금이 필요하다면 창업 및 연구개발을 위해서 국가지원과제들을 부지런히 찾아보고 활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7. 지금 특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와 같은 스타트업분들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사무실 무료 및 할인 중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 새로 회사를 시작하시거나 사세 확장으로 인해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이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미리 다음의 연락처로 전화나 메일 주시면 (임원준 / june@bdirect.co.kr / 02-393-3216)
“강남 지역의 사무실은 무료”, 그 외 지역 또는 오피스텔은 최대 50%할인된 가격에 중개 서비스를 파트너를 통해 제공해 드립니다.
많게는 한달치 월세를 절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이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은 주변 분들께 소개해 주셔도 동일한 혜택을 드리니 많은 이용 부탁 드리겠습니다.

All That 스타트업 Q5

*이 내용들은 [올댓 스타트업 앱]을 통해서 무료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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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반적으로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좋은 학벌과 능력, 많은 자본금 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런가요?

A: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디어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창업은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지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이디어라고 해서 무조건 다 획기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향후 2~3년의 산업 동향과 기술 흐름을 면밀히 파악해 기존 서비스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잡으면 됩니다. 오히려 엄청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창업의 실패 확률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학벌이 좋아야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오해에 불과합니다. 하버드 대학교 법대 수석연구원이자 UC버클리의 객원교수인 비벡 와드화(Vivek Wadhwa)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출신대학과 성공적인 창업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만약 스스로 아이디어와 능력이 지나치게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그 점을 보완해줄 동업자를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창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모든 자질을 다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또 다양한 변수와 위험요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이 필요하므로 동업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지요. 실제로 성공한 기업들 가운데 혼자 창업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창업을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말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창업과 돈의 긴밀한 상관관계는 부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창업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제조업처럼 공장을 짓거나 기타 부대시설을 갖춰야 하는 사업이라면 초기 투자비용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인터넷 사업으로 창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사업에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10년 전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을 10분의 1 정도로 절감시켰기 때문입니다.

All That 스타트업 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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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취업과 비교할 때 창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창업의 최대 장점은 ‘나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취업의 최대 단점은 ‘남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주변을 돌아보면 자신은 물론 친구와 지인의 대부분이 ‘남의 회사’에 취직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왜 취업을 두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하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은 둘째 문제지요. 가장 큰 고통은 자율성이 훼손된다는 데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부서에 배정을 받거나 신념에 어긋나는 업무를 지시받았을 때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해 본 적이 있나요? 또 업무 시간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 상사에게 망설임 없이 먼저 퇴근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놀라운 일도 아니지요. 직장생활이란 바로 그런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얼굴 한번 보기 힘든 회장 또는 사장이 만들어 놓은 사칙에 맞춰 근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구속되기를 꺼려하지요. 그렇지만 취업하는 그 순간부터 다른 이가 정해 놓은 규칙에 자신의 몸과 정신을 모두 맞추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창업은 다릅니다. 창업을 하면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창업은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CEO 중 한 명인 잭 웰치(Jack Welch)는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관리하라, 그렇지 않으면 남이 나의 운명을 지배할 것이다.”라고 종종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해요.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 최소 8시간, 일주일에 적어도 40시간을 회사에서 보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을 이렇게 지내지요. 그런데 그 시간은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짓는 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고 긴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그 긴 시간을 ‘남의 회사’가 아닌 ‘내 회사’를 위해 쓴다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관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창업의 장점은 정신적인 측면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손에 잡히는 금전적인 보상도 창업을 통해 얻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부를 얻을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