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제는 뭐를 해도 절대 놀라지도 않고 관심도 갖지 않을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건만, 내일은 괜히 기대가 된다. 10월 26일은 Windows 8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이다 (10월 25일 뉴욕에서 공식 launch 행사가 있다).
나도 Windows 8을 직접 사용해 보지는 못했다. 여러 사람들의 사용후기, 이번 주 부터 세게 보여주고 있는 TV 광고, 동영상, 스크린샷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아직 일하고 있는 옛 동료들을 통해서 들은 게 전부이다. 10명 중 9명으로 부터는 상당히 좋은 피드백을 들었고 나머지 한 명으로부터는 엄청나게 좋은 피드백을 들었다 (그 한명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공룡이라는 비판을 받는 마이크로소프트이지만 과거에 전혀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거는 아니다. Xbox, Zune, Office365, Microsoft Store 등과 같은 제품과 서비스들을 통해서 마이크로소프트도 많은 새로운 실험을 하긴 했다. 하지만 Windows 8은 과거 그 어떤 시도보다 훨씬 강도가 크고 그만큼 리스크도 큰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제품이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운명이 걸려있는 비싸고 위험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Windows 운영 체제를 사용하고 있는 전세계 사용자 10억명에게 Windows 8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운영체제의 지각변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만 3억 3,600만대의 PC가 팔렸다고 한다. 감이 잘 안온다면 이건 1초마다 PC가 10대씩 팔린 꼴이다. 대부분의 PC는 개인보다는 변화를 엄청 싫어하는 기업고객들이 구매했는데 과연 이 보수적인 기업고객들이 완전히 바뀐 운영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새로운 운영체제로 10억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용히 풀을 잘 뜯어 먹고 있던 캐쉬카우를 스스로 죽여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Microsoft Windows는 25년 동안 동일한 디자인과 기본 컨셉을 유지했다. 파일들을 폴더에 보관하고 실제 사물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아이콘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물리적인 책상을 따라만든 인터페이스는 Windows 1.0 이후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기본 디자인과 컨셉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Windows 8은 이런 구시대의 디자인과 컨셉을 완전히 탈피하고 Metro라는 새로운 미니멀리스트 UI 개념을 도입했다.
물론, 누구나 다 변화에 발맞춰서 바뀌어야하고 빨리 변화는 tech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라면 더욱 더 그렇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5백만 명의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2년된 스타트업이 아니다. 전세계 10억명의 유료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25년된 베스트셀러 제품 Windows를 만드는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Windows 8의 변신은 바로 전세계 computing 방법과 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어로 흔히 말하는 ‘tectonic shift(지각변동)’를 컴퓨터 산업에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뛰어난 engineering power만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공장같이 찍어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갑자기 디자인과 UX에 올인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에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공?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이사 스티브 발머는 ‘design’의 철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아름다움과 형태에 무관심하고 감이 없는 CEO다. 뭐, 딱 보면 그렇게 생겼다. 하지만, iPad 단일 제품의 매출이 Windows의 매출을 능가하고, iPhone 단일 제품의 매출이 마이크로소프트의 1년 전체 매출보다 커지는걸 보고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메트로 UI와 Windows 8이 탄생했다고 관계자들은 말을 한다. 하지만…애플이라는 강력한 경쟁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디자인 위주의 전략을 채택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히 애플을 배끼는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디자인, 소프트웨어, UI, UX를 접근했고 뭔가 굉장히 참신하고 새로운 제품과 방법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시장과 고객의 반응은 어떨까? 나 역시 정말 궁금하다. 어쨌던간에 마이크로소프트한테 이번만큼은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지금 내 머리속에는 이미 육중한 몸의 절반이 늪에 빠진 한마리의 덩치 큰 공룡이 죽을 힘을 다해서 바둥거리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제살을 깍으면서 피똥싸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 아름다움이 메트로 UI를 통해서 승화되길 바란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글: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습
–Microsoft – 이제는 어디로?
–Microsoft – in deep shit?
–Andreessen and Skype
–Microsoft Store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
Anonymous
아니 써보지도 않고 무슨 찬양의 글을 쓰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