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투자도 하지만, 투자한 스타트업들과 거의 co-founder 수준으로 같이 일을 하기도 한다. 벤처를 운영함에 있어서 성공 공식이란 없다. 매번 다르고, 새롭고, 매우 힘들다. 그럴때마다 나도 내가 쓴 책을 포함한 여러가지 자료와 경험들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바이블 2’의 명언들을 한번 추려봤다. 각 계명 별로 정리를 해봤고, 그 계명에 대한 상세 포스팅을 과거에 한적이 있으면 링크를 걸었다.

계명 01 – 시작이 전부다
“(예비) 창업자에게 가장 힘든 결정은 바로 시작 그 자체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한 말이다. 벤처 창업은 시작이 반이 아니라 ‘전부’다. 채용, 투자 유치, 영업 등 운영상의 문제는 나중 일이다. 난 이미 창업을 해봤고 주위의 수많은 벤처 기업을 관찰해왔는데, 시작하기 정말정말 어렵다.

간혹, 주위의 미혼남녀 중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요.”라며 창업을 못하는 경우를 본다. 부모님 반대보다는 자신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을 부모님 탓으로 돌리는거다.

사 람은 더 편하고 덜 위험한 차선책이 있으면 반드시 그 차선책 쪽으로 발이 가고 몸이 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게 안 되면’하고 차선책을 생각하기 쉽다. 차선책을 마련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좋은 전략이지만, 창업 여부를 정하는 결정에서 차선책은 도움보다는 방해물이다.

창업 시작 조금 쉽게 안 될까? 안된다. 따라서 “믿어라, 받아들여라, 그리고 도약하라”는 신념의 도약이 필요하다. 일단 시작부터 해보라고 권한다. 나중 일은 그때 가서 대처하면 된다.

계명 02 – 벤처 현장은 대학 계급장이 필요없는 전장이다
사실 대기업 입사는 명문대 계급장이 있으면 유리하다. 그러나 맨땅에서 시작하는 창업에서도 명문대 출신만 성공하란 법 있나? 분야와 시대는 다르지만 현대 그룹을 창업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초등학교만 나왔다.

명문 대학 계급장은 오히려 창업의 장애물일 수도 있다고 본다. 자부심과 두려움 때문이다. 창업자가 창업해서 실패할 확률은 높게는 90%나 된다. 그래서 명문대 출신은 실패하면 남들이 흉볼까봐 안정적인 대기업을 택해 안주하기 쉽다.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은 창업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오히려 더 열심히 노력하며, 동문 층이 두텁지 않으므로 사회 밑바닥부터 성실하게 일을 배워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

“창업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입니다.” 꼭 기억해두자. 사실 대학은 직업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창업을 잘하는 것과 대학은 전혀 별개의 문제란 이야기다.

계명 03 – MBA 갈 돈으로 창업하라
(MBA 학위 가치는) “마이너스 25만 달러죠.” -가이 가와사키

나도 MBA 과정에 발을 담가봐서 아는데, MBA는 대기업, 컨설팅, 은행 또는 중견 벤처에 취업할 때 아주 유용하다. 하지만 실제 창업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벤 처 창업을 해보니 MBA 과정에서 배운 어떤 이론이나 사례도 통하지 않았다. 이론은 말 그대로 실용성이 떨어지는 일반론이며, 다른 기업의 사례는 말 그대로 다른 회사의 사례일 뿐이다. 내 경험상 벤처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요즘 MBA 과정에서 벤처 창업 관련 수업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벤처 창업과 창업가 정신을 학교 교수가 가르친다? 내 관점에서는 교수 대부분이 스스로 한 번도 제품을 만들거나 팔아보지 못한 책상물림 학자인데, 어떤 이론과 사례를 거부하고 매 순간이 예측 불가능한 벤처 세계를 학자가 어떻게 가르치나?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벤처 현장은 전쟁터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시대로 움직이지 말고 현장에서 싸우는 자신이 직접 현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서 즉각 행동해야 한다. 이런 기술은 책으로 못 배운다. 오로지 몸으로 부딪히고 쓰러지고 일어나는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다.

MBA 학위는커녕 학사 학위도 없는 젊고 거침없는 청년이 세상을 바꿀만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다. 하버드를 중퇴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나 졸업을 6개월 앞두고 MIT를 중퇴한 드롭박스 공동 창업자 아라쉬 퍼도우스키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부 더하고 경험 더 쌓고 창업하려고 MBA 과정 2년을 보내는 건 마치 40대에 섹스하려고 20~30대에 체력을 비축하는 거와 같다. 창업하려고 MBA 학위를 고민하지 마시라. 그냥 당장 창업해라.

계명 04 – 사업 계획서는 필요 없다
“우린 신청 양식과 인터뷰만으로 투자를 결정합니다. 데모는 재밌게 보지만 사업 계획서는 절대 안 봐요.” 벤처캐피털 기업 Y 콤비네이터의 공식 입장이다.

10 년 전에는 투자를 받으려면 5개년 매출을 정교하게 예측한 사업 계획서가 필수였다. 하지만 《스타트업 바이블》 1편에서 나는 사업 계획서를 완벽하게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편을 쓰면서 말을 바꾸겠다. 완벽이고 자시고, 벤처는 사업 계획서를 아예 쓰지 말라.

사업 계획서는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종이에 써댄 장밋빛 동화이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라서 상품이 없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팔지 못한다.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자. 창업자는 사업 계획서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형태를 갖춘 프로토타입을 뚝딱 내놔야 한다.

계명 05 – 혼자 창업하지 말라
Y 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첫 번째 실수가 바로 ‘단 한 명뿐인 창업 팀’이라고 말한다.

창 업자가 한 명이라면 동업자를 찾고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주위 사람이 창업자의 비전과 능력을 못 미더워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도 설득하지 못하면 창업자의 자신감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창 업은 보기보다 어렵고 외롭다. 가족의 반대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 특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 감당한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바람 잘 날 없는 벤처를 운영하다 받는 스트레스는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같이 가면 외롭지 않은, 벤처의 고행길을 동행할 동료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1인 창조 기업은 크게 성장하기가 어렵고, 2인 창조 기업보다 성장하는데 3.6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까칠하기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도 인터뷰에서 “전 사업하면서 비틀즈를 모델로 삼아요. 4명이 서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균형을 잡거든요. 사업에서 혼자선 신통한 일을 못해요”라며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상적인 창업 인원은 2명 또는 3명이다. 난 3명을 선호한다. 3명 일 때 경우의 수를 나열하면 1) 모두 찬성 2) 모두 반대 3) 두 명 찬성, 한 명 반대 4) 한 명 찬성, 두 명 반대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다수결을 따를 수 있어 신속하고 공정하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계명 06 – 창업은 저렴하다 I
“페이스북 같은 기업을 시작하려면 타이밍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동 창업자들이 계속 학교에 남았다면, 2년 후 페이스북이란 위대한 기업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학생도 큰 자본금 없이 창업할 수 있을 만큼 벤처 창업이 저렴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폴 그레이엄이 말하는 창업비용 절감의 이유. 저렴해진 하드웨어; 오픈 소스 무료 소프트웨어; 무료 소셜 마케팅; 인건비 절감

가이 가와사키의 창업비용 절감의 이유.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불경기로 인한 넘치는 좋은 인력; 기술 발달로 인한 재택근무

인터넷 사업만큼은 큰 초기 투자비용 없이도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저렴하게 창업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임을 명심하라.

계명 07 – 창업은 저렴하다 II
인터넷 기반의 웹 서비스만 온갖 혜택을 받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다.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어서 필요 자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본 개념은 IT 서비스나 제조업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창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큰 초기 자본 없이도 가능하다.

계명 08 – 창업은 발명이 아니다
“정말로 창업하고 싶지만, 세상을 바꿀만한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요. 어떻게 하죠?”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예비 창업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다시 진지하게 말한다. 창업은 발명이 아니다.

창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제품을 발명하는 게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편리하게 변형하는 재주다.

영 국 최고의 재벌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예비 창업자에게 ‘짜증’만한 탐사도구가 없다고 조언한다. “자신을 짜증 나게 하는 뭔가를 떠올려보세요. ‘이걸 더 잘 만들 수 없을까?’ 본인이 직접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작은 거라도 상관없어요. 개선할 방법이 보이면, 사업하면 됩니다.”

ZocDoc의 창업자는 2007년, 고막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바로 이비인후과 의사를 찾았지만 찾고 예약하는 데 4일이 걸렸다. 담당 의료보험사 웹 사이트에서 알려준 전문의 리스트는 오류가 너무 많았고 예약 가능한 의사를 찾아 전화를 걸고 또 거는 여정은 울화통 터지는 일이었다. 고막 터진 환자는 창업자가 됐다.

스티브 잡스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든 적이 없다. 잡스는 기존의 기술을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으로 ‘편집’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이었을 뿐이다.

창 업이 항상 발명일 필요는 없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제품의 단점을 잘 파악해서 그 시대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도록 ‘편집’을 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는 건 핑계다.

계명 09 – 남 탓 말고 ‘나’를 보라
창업 초기에 팀원이 우수수 떠나면 바로 창업자가 문제다. 몇 년 지나고 퇴사한다면 이해하겠다. 제품에 대한 확신 부족, 전략의 문제, 다른 직원과의 불화는 어느 회사라도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창업 초기에는 이런 문제점이 나올 수 없다. 일단 제품이 없어서 제품에 대한 확신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전략 또한 벤처 초기에는 맘에 들고 안 들고 할 수준이 아니다.

내 주위를 보면 창업한 지 몇 년 됐지만, 아직도 제품이 없는 벤처가 더러 있다. 다 창업자에게 결함이 있는 경우다.

계명 10 – 개발자와 동업하라
Y Combinator가 투자하는 모든 스타트업은 개발자 출신의 공동 창업자가 있던지, 창업 구성원 모두가 개발자 출신이다. Y 콤비네이터가 소액 투자해서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가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인데, 두 스타트업 모두 개발자가 창업팀의 주를 이루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이제 씨가 말랐다. 뭔가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 있어야 씨가 먹히고, 씨가 먹혀야 돈이 들어오는데, 제품을 만들 기술자가 없는 팀이 어떻게 창업을 하나?

비 개발자 출신 경영인들의 개발자를 동급이 아니라 직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사고방식은 문제다. ‘나는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몰라요’라는 선언이다. 인터넷 벤처라면 좋은 제품이 가장 핵심이고,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좋은 개발자가 필수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개발자를 왜 공동 창업자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까?

개발자가 창업팀 일부가 아니면 책임의식이 전혀 없으니까 벤처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회사를 떠난다. 당장 제품 개발이 멈춘다. 벤처의 생명도 동시에 멈춘다.

개 발은 외주 업체를 통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예비 창업자도 있다. 절대 금기다. 제품 개발 외주는 하도급이다. 영업으로 먹고사는 원청회사나 하는 일이다. 외주 업체는 제품을 개발해서 전달하면 임무 끝이다. 그리고 돈 받은 만큼만 일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투지로 불타는 창업팀의 마음과 같을까?

“아, 개발자요? 그냥 기획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실제로 어떤 중소기업의 기획자가 한 말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찮게 보는 관점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사회적인 문제다. 언젠가 내가 유튜브와 트위터를 방문했을 때 매니저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우리 회사 최고 자산은 엔지니어죠”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페 이스북의 도매금 인력 인수는 ‘acqhire’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인수를 의미하는 ‘acquire’와 채용을 의미하는 ‘hire’의 합성어다. 회사 자산 중에 사람이(개발자) 제일 탐나서 회사를 인수하는 걸 의미한다. 물론 저커버그도 개발자 출신이다.

역시 멋진 서비스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반드시 창업팀에는 개발자를 영입하고, 개발자를 신줏단지처럼 아껴라.

계명 11 – 명품에는 명품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유튜브와 그루폰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단순한 느낌이 들면서도 유용하다. 요란한 화장 없이 단정하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기능을 배열한 이런 디자인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최근에 내가 만난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들은 “일단 디자인이 좋으면 무조건 투자하겠다”고 한다.

웹 서비스의 생명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이다. 즉, 인간은 새 서비스를 볼 때 첫 느낌이 좋아야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한다. 아니면 바로 사이트를 떠난다. 아무리 기능이 좋고 유용한 서비스라도 ‘나쁜 디자인’ 안에 갇혀 있으면 사용자의 눈길도 못 받는다.

소개팅에서는 일단 상대 외모가 좋아야 호감이 간다. 첫인상이 나쁘면, 사람을 더 알고 싶은 흥미가 없어서 빨리 자리를 벗어나려고 꾀를 쓴다. 웹 서비스에서도 첫인상이 나쁘면 바로 웹 브라우저 탭을 닫아버린다. 디자인 무척 중요하다.

앞에서 개발자가 없는 창업팀은 시작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하나 더 말하면, 디자이너가 없는 창업팀은 시작은 해도 오래가기가 어렵다.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는 단순히 시각적 능력뿐 아니라, 인간의 욕구와 겉으로 표출되지 않은 기회를 발견하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디자인이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많은 CEO가 애플을 벤치마킹하면서 “우리 회사의 핵심은 디자인입니다”라고 말은 해도, 막상 행동은 반대다. 디자인 인력을 줄이고, 디자이너를 막 부린다.

자동차 운전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와 자동차 전체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오래가는 벤처를 하려면 둘 다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창업팀에 필요하다.

계명 12 – 벤처는 인재를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한다
“사장은 스타트업 초기에 업무 시간의 50% 이상을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써야 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채용한 인력이 계속 회사에 남게 하는 데 써야 합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실리콘 밸리 VC인 비노드 코슬라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이다.

대 기업과는 달리 벤처는 직원 하나하나가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한 명이라도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주어진 일을 끝까지 처리하는 사람이 필수이고, 그래서 대기업보다는 벤처의 인재 채용이 훨씬 중요하다.

이력서는 업무 능력을 가늠하는 데 사용하는 과거 지표지, 실제 내 회사가 찾는 업무 능력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은 아예 이력서를 찾지 않는다. 남한테 돈내고 작성한 이력서에 속지 말자.

나는 지원자에게 항상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이력서를 자세하게 보지는 않는다. 그냥 학력·배경을 참고할 뿐이다. 그러나 절대로 이력서에 눈이 멀진 않는다.

벤 처 영업사원은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모든 (합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시도해야 하고, 벤처 개발자라면 코드 한 줄 한 줄이 완벽하게 돌아가기 전까지는 잠을 자지 말아야 하며, 벤처 홍보 담당자라면 밤 11시에 유력 일간지 기자에게 서슴없이 전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벤처가 필요한 ‘끝을 보는’ 사람이다.

벤처의 기본 공식은 ‘벤처 = 사람’이다. 나도 10년 넘게 벤처에서 잔뼈가 굵었는데 아직도 사람과 팀이 벤처 전부라는 진리를 매일 실감한다. “지금 뽑아서 만드는 팀이 당신의 벤처 자체”다. 비노드 코슬라 말씀.

계명 13 – VC는 NO라고 말하지 않는다
VC는 절대로 창업자에게 직설적으로 ‘NO’라고 하지 않고, 해서도 안 된다. 방금 만난 이 ‘오덕후’ 청년이 지금은 볼품없지만,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혹시라도 되면 큰일이다. 그래서 VC는 당장 투자는 안 해도 보험 차원에서 ‘어장관리’를 한다.

VC를 다시 찾을 때는 매출 증가나 높아진 사용자 수치를 들고 가야 한다. 첫 미팅과 똑같은 상태의 제품과 비즈니스를 들고 같은 투자자를 찾아가는 것은 결국 투자자를 귀찮게 하는 일이다.

내 벤처가 투자를 못 받으면 이유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판단해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가끔 가벼운 안부 전화라도 하면서 투자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라. 기회가 좋으면 당장에라도 당신 사무실로 달려와 투자 계약서를 내미는 게 모든 투자자의 기본 성향이다.

탁월한 제품을 찾는 투자금은 아직 실리콘 밸리에는 넘쳐난다. 대신 소수 벤처에 모든 돈이 몰려 있다. 훌륭한 제품을 들고 소수의 벤처 대열에 끼면 된다.

계명 14 – VC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투자자 다수가 고개를 저으면 사업 여부를 재고해야 하나, 아니면 소신껏 추진해야 하나? 답은 없다. 적중률 100% 증권 분석가가 없듯이 세상 어디에도 미래를 훤히 바라보는 족집게 도사는 없다.

VC의 예측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 내가 관찰해보니 틀린 경우가 더 많다. 아무리 유명한 VC라도 성공한 투자 한 건 대비 실패한 투자가 많게는 20건 이상 있다.

아무리 유명한 VC라도 신이 아닌 이상 항상 홈런을 칠 수는 없다. 성공적인 투자를 할 확률은 5%일 뿐이다.

VC의 조언은 말 그대로 조언이다. 창업자가 결단하기 전에 참조하는 자료일 뿐이지, 조언을 예언으로 받아들이진 말라. 아무리 능력 있고 성공 경험이 많은 VC라도 벤처의 성공이나 실패를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한다.

창업자가 VC의 판단으로 벤처 시작을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자신이 없어서 VC의 말을 듣고 소신을 접은 것인지도 모른다. 본인의 확신 없음을 VC가 인정해줘서 안도했을지도 모른다.

계명 16 – 태평양을 건너 실리콘 밸리로 오라
“무한 동력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일하라. 큰 파도를 타면 더 높게 도약한다.” 창업자 리드 호프먼의 조언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무조건 실리콘 밸리로 와서 창업하세요.” 내 조언이다.

벤처의 핵심은 사람·돈·아이디어인데 실리콘 밸리는 이러한 환경적인 조건 때문에도 세계에서 사람이, 그리고 사람 따라 돈이 제일 집중되는 지역이다.

벤처를 하려면 같은 부류의 사람이 많은 실리콘 밸리가 좋다. 비범하고 창의적인 창업자·엔지니어·디자이너가 넘쳐 흐른다. 그렇게 인재가 몰려서 비즈니스를 만들고, 좋은 비즈니스에 돈이 다발 채로 투자된다.

나 도 각국 각지의 VC를 만났지만 실리콘 밸리 VC는 세계 최고다. 이들의 특징을 보면 ‘초 공격 투자 철학’으로 다른 VC를 압도한다. 실리콘 밸리 VC가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투자 결정이 잽싼 이유는 스타트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자신감이다.

페 이스북도 처음에는 보스턴 기반의 VC에게 손을 벌렸지만, 모두 다 주춤하는 사이에 저커버그는 서부 실리콘 밸리로 이주했다. 거기서 바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투자기회를 놓쳤던 보스턴의 한 VC는 “그때 투자하지 않은 건 실수였다”고 후회한다.

계명 17 – 가족이 투자하겠다면 축복이다, 받아라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가 가족들의 투자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복 터졌다.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누가 채가기 전에 빨리 받아라.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돈을 주겠다면 아는 사람 돈은 무조건 받아서 빨리 시작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투자받으면 좋다. 막말로 사업하다 망해도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감옥 갈 일은 없다. 단점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가 투자하면 그 시점부터 공과 사의 구분이 어렵다.

계명 18 – 잠재적인 투자자는 온갖 행색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VC나 엔젤 투자자만 생각하는데, 세상엔 부자가 훨씬 많다. 부자는 우리의 고객일 수도 있고 우리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미래의 투자자와 부딪힐지 모른다. 창업자는 항상 모든 사람을 친절하고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

우리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면 노인, 어린아이, 옷차림이 허름한 사람이라도 친절하게 모셔라. 세상은 넓고 언제 어디서 투자자를 만날지 모르니까.

계명 19 – 투자는 최대한 많이 받아서 비상시에 대비하라
투자는 최대한 많이 받자. 장거리를 뛰려면 벤처 또한 탄탄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변덕스런 주식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자금 구조를 만들라.

실 리콘 밸리의 거물 마크 앤드리슨의 투자 조언: 투자받으려면 최대한 많이 받으라. 일반적으로 투자는 무조건 많이 받는 게 좋다. 특히 이런 불경기에는 내부 및 외부의 위험 요소에 대비해서 보험 든다 생각하고 투자를 많이 받아놓는 게 유리하다.

실리콘 밸리의 새로운 투자 법칙: 투자는 필요하면 받는 게 아니라 줄 때 받아야 한다.

계명 20 – 지분은 희석된다
지분 희석은 나쁜 게 아니다. 벤처 인생의 일부다. 벤처가 투자를 전혀 받지 않고 잘되지 않는 이상, 지분 희석은 천하의 탈세 귀신도 피할 수 없다.

벤처의 초기 단계에 투자하거나 취직하면, 그 이후에 투자하거나 합류하는 사람보다 많은 희석이 발생한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희석률은 남보다 크다.

실리콘 밸리의 정서는 “1억 달러 회사의 10%를 가지는 것이 백만 달러 회사의 50%를 가지는 것보다 낫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어 차피 희석은 피할 수 없으니, 신경 쓰지 말고 회사의 평가가격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라. 지분 희석이 심해져서 초기 지분 5%가 0.1%로 감소해도 회사의 평가가격이 6조 원이면, 그 0.1% 지분의 가치는 60억 원이 된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계명 21 – 라면 먹고 합숙하는 두 청년이 당신의 경쟁자다
“경쟁사가 어딥니까?”창업자가 가는 곳마다 투자자가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일종의 숙제 검사다. 제품을 원하는 시장이 열려있는지, 없다면 어떻게 시장을 개척할지, 있다면 시장 조사는 했는지, 시장 지배자를 어떻게 제칠지 궁금해한다.

경쟁사의 정의는 우리 제품이 공략할 틈새시장이 아니라, 동종업에서 비슷한 제품을 제공하는 모든 업체다.

경 쟁은 언제든지 발생한다. 현재 경쟁사가 없더라도 미래에 곧 경쟁사가 나온다. 규모가 크고 고객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면 다들 뛰어들기 마련이니 경쟁사가 없다고 자만하면 큰코다친다. 앞으로 나올, 더 뛰어난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쓰라.

” 만약에 구글이 이 시장에 진출하면 전략이나 대책이 있나요?” 실리콘 밸리 VC가 꼭 던지는 질문이다. “구글은 절대로 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습니다. 구글의 수익원은 인터넷 검색 광고라서, 제가 구상하는 분야와 겹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면 바로 쫓겨난다. 구글은 전기 자동차 관련 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슈퍼맨이 있으면 배트맨도 있고 스파이더맨도 있다. 자만하지 말자.

계명 22 – 특허는 기술 독점을 보장하지 않는다
특허는 특별하지 않다. 이제 특허는 지적재산권 지킴이가 아니라 그저 경비견이다. 도둑은 굳이 경비견 있는 집을 털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게 억제력이다. 하지만 억제력만으로는 절도를 막지 못한다.

특허라는 게 ‘어’ 다르고 ‘아’ 다르다. 실제로 미국 특허상표국에서 특정 단어로 특허 검색을 하면 비슷한 내용의 특허가 허다하다.

특허는 경쟁사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

계명 23 – 빨리 똑소리 나는 MVP를 만들라
프로토타입은 핵심 기능만큼은 제대로 작동하는 제품이다. 모양만 있고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제품을 내놓으면 곤란하다.

프로토타입은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준비된’ 제품이다. 그리고 준비된 제품이란 에릭 리스가 <<린 스타트업>>에서 주장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실행 가능 제품)다.

내가 말하는 프로토타입과 MVP는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에릭 리스의 MVP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프로토타입보다는 완성도가 훨씬 떨어지며, 어떤 고객들은 MVP는 제품으로써 너무 준비가 안 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MVP 전략을 효과적으로 쓰면 야심만만하게 공들여 낸 기능이 헛수고로 전락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계명 24 – 덜 분석하고 자주 실험하라
모든 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고 사소한 결정 하나 하는데도 며칠을 고민하고 동네방네 조언을 구하지만, 첫 삽도 못 뜨는 창업 지망생이 많다. 내 진단으론 분석 마비증에 걸렸다고 본다.

분석 마비증은 상황을 너무 과도하게 분석해서, 결정을 아예 못 내리고 사고가 마비되는 경우를 말한다. 분석 마비증 환자는 처음부터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부정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면 결정을 전혀 못 내린다.

벤처를 운영하려면 때론 위험 요소를 감수하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창업자는 불확실성이 있어도 계속 시기적절한 결정을 해서 비즈니스를 진행해야 한다. 1부터 100까지 사소한 부분을 따지고 혹시 실수하면 큰일이라는 공포에 휩싸이면 사고 자체가 마비된다. 나는 이런 창업자를 너무나 많이 봤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건 바로 창업자가 실수와 실책을 마주하는 자세와 태도다. 실수를 복기해서, 새로운 걸 배우고 깨닫고, 긍정적으로 활용하면서 성공 기반이 축적된다.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업했을 때 과도한 분석을 했다면,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알타비스타 서비스에 정면 도전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100만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었을 것이다.

당 시 소셜 네트워킹 세계의 일인자 마이스페이스가 대세였는데, 마크 저커버그가 이런저런 가상 시나리오에 대해 분석만을 했다면 당연히 페이스북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논리로 따지면 시장 지배자에게 대드는 건 미개한 만용이기 때문이다.

분석은 좋은 습관이며, 고등 교육을 받은 자만의 특권이지만 너무 과하면 문제다. 분석을 많이 하면 당연히 비교우위보다는 위험 요소가 더 많이 나온다.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창업자에게 덜 분석하고 더 실험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계명 25 – 하나만 잘하라
내가 다시 처음부터 뮤직쉐이크를 운영한다면 뭘 다르게 할까? 대답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벤처건 대기업이건 직장생활을 좀 해보신 분은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초기 벤처는 그릇된 선택 한 번으로 회사가 주저앉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수천만 명이 쓰는 서비스는 단순히 포장이 좋거나 기능이 많아서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사용자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기능에 매료돼서 매일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라면 뮤직쉐이크의 제품군을 하나씩 나열해서 회사의 모든 인력이 각 제품의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하게 하겠어. 그리고 거기서 ‘딱 하나’만 선택해서 모든 인력·돈·에너지를 올인하겠어. 그러면 좋은 성과가 있을 거야.”

자원이 콩알만 한 벤처한테 포트폴리오 분산은 바로 콩알 쪼개기다. 걸작을 만들 확률을 극대화하자. 흩어지면 죽는다.

” 집중의 의미는 다른 좋은 100가지 후보를 내치는 겁니다. 신중하게 골라야 합니다. 저는 사실 제가 실행했던 일만큼 실행하지 않았던 일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혁신은 1,000가지 후보를 내쳐야 가능합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1998년 기존 애플 350개 제품군을 단 10개로 축소했다.

계명 26 – 프리미엄(Freemium) 서비스로 미끼를 던지라
프리미엄은 무료인 ‘free’와 고급/유료인 ‘premium’을 혼합한 신조어다. 기본 기능은 무료지만 그 이상의 고급 기능은 유료다.

일단 고객이 제품을 사랑하면 결국에는 돈을 낸다는 게 필 리빈의 지론이며, 필 리빈은 고객들이 지금 당장 돈을 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돈을 내지 않아도 계속 서비스를 사용하는 장기전략이 진정한 프리미엄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계명 27 – 영업과 마케팅에 돈 낭비 말라
“스타트업은 마케팅에 한 푼도 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의 프레드 윌슨이 한 말이니 새겨듣자.

스타트업의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무기는 바로 ‘제품’이다. 남다른 제품은 스스로 빛이 나기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이 필요 없다는 지론이다.

예 전에는 입소문이 인맥, 국경, 산, 바다, 강을 건너기 어려웠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는 입소문을 무소부재의 신으로 만들었다. 진정으로 유용한 제품이라면 입소문은 아무리 꼭꼭 숨어도 우리를 찾는다. 사람은 좋은 게 있으면 친구·지인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발이 없어도 천 리를 간다.

에버노트 직원은 약 100명인데 영업·마케팅 인력은 전혀 없다. 제품이 좋으니 고객이 고객을 부른다. 호주가 본사인 아틀라시안은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도와주는 제품기획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2011년에 1억 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전 세계 450명의 직원 중 영업 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스타트업의 초창기에는 돈을 쓰는 마케팅이 아니라 창업자가 직접 발로 뛰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마케팅에 돈을 쓰기보다는 뛰어난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채용해서 제품을 강화하는 데 돈을 쓰는 게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계명 28 – 봉이 김선달이 마케팅을 해도 제품이 나쁘면 황이다
돈을 쓰는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하면 한 일주일이나 열흘 동안은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가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앱을 다운로드한다. 그런데 캠페인이 끝난 후 사용자 수가 오히려 시작 전보다 낮아지기도 한다. 사용자도 부푼 기대를 하고 제품을 써보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서비스를 경험하면 바로 떠난다.

불만에 찬 고객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나도 그냥 떠나지 않는다. 친구와 지인에게 악의적인 경고를 하고 떠난다.

빈베리파이드가 TV 광고를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발견된 후 많은 인기와 매출을 누릴 수 있었던 유일하면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완성도가 높은 비범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걸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된다.

계명 29 – 고객의 말을 듣고, 답하고, 문제를 개선하라
설문조사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마케팅 담당자가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자사 웹 사이트에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직접적인 채널을 만들어 놓으면 된다. 간단한 피드백 양식도 좋고 게시판 형태도 좋다.

나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고객이 보낸 피드백 이메일을 다 확인하고 답변했다. 그리고 포럼의 모든 게시판을 검사해서 서비스 관련 내용을 챙겼다.

무식한 사용자는 없다. 왜 사용자가 어려워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쉽게 고쳐야 한다.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라고 피드백을 주는 고객은 스타트업의 두 번째로 고마운 고객이다. 물론 첫 번째는 유료 고객이다.

창업자 또는 고객 담당자는 인터넷상의 사적인 푸념을 24시간 지켜봐야 한다.

시장조사·고객조사 하는 데 헛수고하지 말고, 현재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과 직접 대화하라. 그리고 고객의 피드백을 아름답고, 편하고, 완성도 높은 기능으로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투자하라.

계명 30 – 최고의 개밥 요리사는 개밥을 직접 먹는다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때 ‘개밥을 직접 먹기’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개밥 먹기’는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길 원한다면 반드시 내가 먼저 사용해서 제품의 가치를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도덕이 있다.

자기 제품을 한 번도 깊게 안 써본 창업자는 고객 입장에 서보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에게 공감도 못 하고 신뢰도 못 준다.

구 글과는 반대로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종일 페이스북을 쓴다.”라고 댓글마저 달았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1월 동안, 페이스북 사용자의 월평균 사이트 체류 시간은 무려 420분(7시간)이었으며 트위터는 21분이었다고 한다. 반면에 구글플러스는 라면 한 봉지 삶는 3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창업자와 CEO가 보여주는 제품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고객이 열광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기본적이면서도 필수 조건이다. 자신의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대화하라.

계명 31 – 벤처 근성은 기본이다
내가 생각해도 ‘샤크 탱크’에 출연한 켈리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벤처 정신’이 부족하다.

‘벤 처 정신’은 정확히 뭘까? 나도 벤처 일을 하고 벤처 정신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라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힘든 상황에서 굳은 각오로 남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목표를 추구하는 근성이 벤처 정신이 아닐까 싶다.

“일반 시리얼을 1,000상자 사서 500개는 오바마 그림이 그려진 상자로, 나머지는 매케인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그림이 그려진 상자로 재포장했죠. 원래 3달러 정도 하는 걸 40달러에 내놨는데 오바마 시리얼은 동났어요. 당분간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자금을 모았죠.”

스타트업 운영은 어렵다. 그래서 보통 정신이 아닌 벤처 정신으로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력 없이는 성공도 없다.

계명 32 –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믿지 말라
“이봐, 한번 해보기나 해봤어?” 정주영 회장은 바로 맞받아치면서 해보지도 않고 으레 겁먹고 포기하는 직원들을 나무랐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문했던 이들은 대개 수동적이거나, 게으르거나, 추진력이 없거나, 말만 번지르르했다.

그래서 나는 직접 해보고 나서 결정을 내린다. ‘불가능한 일’을 손수 해보니 80% 이상이 가능했고, 나머지 20%도 단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절대로 불가능하지 않았다.

이 “해보긴 해봤어?” 정신이 바로 소 한 마리로 시작한 구멍가게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그룹으로 성장시켰고, 쥐새끼 한 마리로 시작한 만화를 전 세계에 감동을 가져다주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계명 33 – 매 순간 전력질주를 하면 장거리를 못 간다
짐 콜린스가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해법은 바로 꾸준한 ’20마일(=32km) 행군’이다. 짐 콜린스는 수십 년 넘게 성공을 유지하는 위대한 기업 뒤에는 바로 20마일 행군 법칙이 있다고 한다.

위 대한 기업은 경기가 나빠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하고, 경기가 좋아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목표를 초과 달성하지 않는다. 호경기에는 쉽게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한 박자 쉬어가는 자제력을 발휘한다.

창업자는 이 ’20마일 행군’의 법칙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하룻밤에 백만 명의 얼리 어답터들이 갑자기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고 해서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돈이 되는 ‘시장’을 찾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물론 페이스북과 같은 예외도 있다).

급성장보다는 꾸준한 성장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핵심이다.

24시간 연속 일하고 회복하느라 일주일을 쉬느니 하루에 3시간씩 꾸준히 8일을 연속 일하는 게 결과가 좋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루에 20마일만 꾸준히 가자. 그러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한다.

계명 34 – 소셜 미디어 인기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
인기에 중독되고 나니 페이스북 친구가 몇 명이고 트위터에 팔로어가 몇 명인지 챙기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유익한 내용이 아니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배울 게 있는 사람만 팔로우한다.

소셜 미디어는 남용하지 말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는 스스로 빛을 내며 자신을 알린다. 소셜 미디어는 부가적인 홍보 수단일 뿐이다.

계명 35 – 소셜 네트워킹은 초기에만 영양가 있다
기업 세계 — 특히 한 다리 거치면 다 아는 실리콘 밸리 — 에서는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뭘 아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굴 아느냐가 중요하다.”는 법칙이 실리콘 밸리에서도 당연히 적용된다. 그렇다고 모든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르니까 지루했다. 이제는 내가 공식 초청을 받거나 꼭 만나야 하는 인사가 있는 행사가 아니면 절대 안 간다.

그러면 과거 네트워킹하던 시간에 이제 나는 뭘 할까? 열심히 일한다.

네트워킹을 느긋하게 즐기려면 창업해서 성공하면 된다. 남들이 꼭 말을 걸고 싶어하는 존재가 된다.

이제 갓 창업했다면 네트워킹할 시간에 제품을 만들라.

계명 36 – 팔 수 있을 때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팔라
마이스페이스는 2005년에 5억 8,500만 달러를 받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에 회사를 팔았다. 2011년 마이스페이스는 결국 3,500만 달러에 어떤 투자 회사에 팔렸다.

회사를 파느냐 아니면 계속 운영하면서 성장시키느냐는 선택의 옳고 그름은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다.

회사를 판 창업자는 무조건 옳은 결정이었다고 한다. 계속 회사를 운영했으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인수 제안을 뿌리치고 열심히 벤처의 가치를 더 키우려고 노력하는 창업자는 팔지 않길 잘했다고 한다. 2~3년 뒤에 훨씬 높은 가격에 벤처를 팔거나 상장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내 결론은 “창업자와 주주가 모두 만족하는 좋은 조건이라면 회사는 팔 수 있을 때 팔면 좋다.”이다.

계명 37 – 창업자 엔진은 녹슬지 않는다
내 주위에서 연쇄 창업자는 흔하다. 이들에게 돈은 행복이나 평생 휴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문제점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동안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수단일 뿐이다.

연쇄 창업자는 문제점이나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창업한다.

‘인생 한 방’ 성공하고 젊은 나이에 은퇴해서 부동산 투자나 식당업을 하거나, 미국에 이민 와서 노후를 즐기는 한국 창업자도 많다.

3대가 느긋하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번 창업자도 계속 도전한다. 아직 한 번도 성공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더 열심히 엔진을 돌려야 한다.

계명 38 – 근근이 먹고 사느니 과감하게 실패하라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 좋은 말이지만 벤처는 복보다 돈이 더 고프다.

내 경험에 의하면 벤처와 창업자한테 있어서 최악의 결과는 실패가 아니다. 최악의 결과는 바로 ‘그럭저럭 먹고 살게 되면서’ 정체된 상태로 평생을 가는 것이다.

모든 결정이 그렇듯이 이런 결정은 빨리 내려야 한다. 특히 창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바로 ‘시간’이기 때문에 시간 낭비를 줄이려면 필수다.

그냥 먹고 사는 정체된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빨리 문 닫고 빨리 재기하라.

계명 39 – Just Do It: 일단 저지르자
많은 분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창업한 사람은 없다.

일단 저지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거 자체가 창업이다.
독자 여러분께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세상은 급변한다. 금융 시장·고객·자연재해도 통제 불능이다. 기술의 변화도 우리가 멈출 수 없다. 결국,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각자 인생뿐이다. 어떤 대기업도 나만큼 나를 생각해주지는 않는다.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