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올린 ‘한국 대기업들도 할 말 많다‘라는 글에 대해서 논란도 많았고 예상치 못했던 코멘트들도 많이 달렸다. 솔직히 나는 이 글을 나쁜 의도 보다는 좋은 의도에서 썼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분들도 많았나 보다. 전반적인 의견은 한국과 미국은 환경 자체가 다르므로 미국과 같은 exit을 한국에서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댓글 중 솔직히 상당히 거슬렸던 내용이 있었는데, 여기서 한번 공유해 본다(내 블로그에 직접 올라온 거는 아니고 비석세스에 올라온 답글이다). 그런데 이 정도 소신으로 답글을 쓰시려면 왠만하면 ‘익명’이나 ‘가명’이 아닌 본명을 쓰라고 권장하고 싶다. 이딴 욕지거리를 익명으로 쓰는 사람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기보다는 그냥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글을 읽어보면 기본적으로 그냥 너는 ‘미국 상황 잘모르는 병신’ ‘너는 자본주의 개념조차 모르는 jot밥’ ‘자유경쟁이 뭔지 모르는 개병신’ 이렇게 상대를 기본적으로 하대하고 글을 적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기업가 분이였는데 정말 큰 실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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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자본주의 개념 많이 배우고 똑똑하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미국에서 창업 경험해보았고, 대 성공(?)은 모르겠으나 투자자로 활동하셔서 스타트업 평가하는 사회적 위치에 올라가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미국상황 잘 모르는 한국 스타트업에 ‘닥치고 개발해라’라고 좋은 말씀해주시면 ‘어익후’ ‘이런 좋은 말씀을’ 하고 립서비스 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좋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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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배기홍님. 아무리 좆밥처럼 보이는 아시아 변방, 한국의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하시길 권합니다. 배기홍님이 좆밥처럼 생각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훌륭한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잘나셨는지 모르겠으나 겸손하시길 권합니다.
솔직히 난 이 분의 정확한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분이 옳다 틀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판단하고 싶지도, 할 자격도 없다. 이건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차피 우린 우리만의 의견이 모두 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리 Strong Ventures는 이 분이 말하는 ‘좆밥’같은 한국 회사들에 매우 활발하게 투자를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 좆밥같은 회사들이 빨리 글로벌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회사들로 성장할 수 있을까 대가리 터지게 1년 365일 고민하고 있다. 이 분이 말하는 “배기홍님이 좆밥처럼 생각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거쳐 훌륭한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와, 제발 이렇게 되길, 그리고 제발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이렇게 훌륭한 기업이 되길 나랑 내 파트너 John은 매일 기도하고 있다. 이 분은 뭘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결과에 따라서 천국으로 날아갈 수도 있고 지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과 커리어가 이 분이 말하는 ‘좆밥’같은 한국 스타트업에 달려있는데 내가 과연 ‘너무 잘나서’ 한국 회사들이 잘 안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우리가 투자한 한국 회사들이 잘 돼야 하지만, 이 중 너무 매력적이어서 대기업이 당장 큰 금액에 인수를 고려하게끔 하는 회사들은 아직 없다. 아니 – 우리가 투자해서 어떻게 보면 우리 얼굴에 침 뱉기지만 – 대부분의 회사는 한참 멀었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라면 항상 가능성은 존재하며, 우리 모두 창업팀들과 같이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그래, 어쩌면 전에 쓴 글에서 내가 한국 스타트업들을 ‘좆밥’으로 보고 있다는 냄새를 풍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야말로 이 회사들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같이 일하고 있고 한국 회사들이 잘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점도 제발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분은 이렇게 열정적으로 댓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제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시길. 벤처를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자신의 회사가 ‘좆밥’이 되지 않도록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정말로.
익명
와 진짜 멋있으십니다.. 혁명가적 기질이 보이심. ‘좆밥기업’에 투자한다.. 제목보고 카운터펀치 맞은듯했음
Kihong Bae
혁명가적 기질은 잘 모르겠지만…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정욱교
대기업이 사들이기에 매력적이지 않아서
아니면 그냥 대기업 지들이 하는게 나아서
전 둘 다 맞다고 봅니다.
물론 비중은 대기업이 사들이기에 매력적이지 못한게 클테고요
…할 말은 많지만 짧게 끝내겠습니다..ㅇ ㅏ ㅇ ㅓ
ㅠ_ㅜ 이사님 한국오시면 꼭 저랑 술 한잔 해주세혈 (_ _)
Kihong Bae
길게 해도 괜찮은데 ㅎㅎ. (다음 주에 한국에 있는 너무 짧게 있다가 가서요…)
요구맹(堯口孟) (@eh_dirty)
1. 삼성전자 중소기업의 신주인수권부 사채 인수 80만 주 인수
http://news.mt.co.kr/mtview.php?no=20000111123300317&type=1
2. 삼성전자 협력업체(미국 알토스 투자 받음) 코스닥 상장
http://invest.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02/2012070201629.html
3. Parker(NYSE:PH) Acquires SSD Korea(Seoul)
http://www.reuters.com/article/2011/07/14/idUS234069+14-Jul-2011+PRN20110714
두 경우 다 삼성전자가 해당 업체 아이디어를 베낀 적도 없고, 1번은 코스닥 상장업체한테 삼성이 투자했고, 2번은 아직도 협력업체로 서로 잘 지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바이블 2
출판사 대표 올림
Kihong Bae
ㅋㅋ 잘 찾아주셨네요. 땡쓰!
요구맹(堯口孟) (@eh_dirty)
2번째 기업에서 삼성과의 협력관계를 보충설명.
Dae-Young Kim
CEO, Nable Communications, Inc.
“Young has a rare ability to lay out complex ideas clearly in writing. In 2003, when we were about to strike a co-development deal with Samsung, his technical documents received huge praise from the global cell phone maker, and were essential in the deal-making.”
August 23, 2007
“co-development deal with Samsung”
Young은 사람 이름입니다. 😉
Chris Jinouk Hwang
제목보는 순간 감이 확 왔습니다 ㅋ
아무래도 환경이 다르긴하지만 테크분야에서 보면 제 생각엔 되는 애들은 된다는게 정답 같습니다. 국내에도 왓챠나 젤리버스, 비트윈 같은 서비스도 있구요. 오히려 국내는 대기업보단 어릴때부터 받은 획일적인 교육환경이 나중에 이런 벤처분야에도 영향을 많이 줬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역시 그렇구요. 사업모델과 방향성에서 어디에 비중을 두는지에 접근이 미국과 많이 다른게 사실 이니까요^^ 좋은 서비스는 국내 대기업이 아니여도 인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요즘 좋은 서비스 정말 많아 진것 같습니다^^ 올해 4월전에 미국 들어갈땐 미리 연락드리고 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표님!!!
Kihong Bae
황대표님 안녕하세요^^ Happy New Year to you too and congrats~ 미국 오실때 전에 연락 주세요. 시간 여유 좀 갖고 저녁 식사 한번 해요 이번엔. 맞아요…한국,미국,아프리카,러시아 상관없이 잘하는 사람들은 잘하고 좋은 서비스는 많이 사용하죠…잘 못하는 사람들이 항상 말이 많은 거 같네요 🙂
김우두
현재 대기업의 루틴한 업무에 몸을 맡겨 살다가.. 어릴적 꿈인 창업에 도전하고자 공부중인 1인입니다. 그러다 읽게 된 스타트업 바이블1.. 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책이라 이렇게 블로그에 있는 글도 다 읽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일도 보냈습니다만.. 뭐 혹자는 배선배님의 와일드한 표현력에 난색을 표하는 이는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응원하겠습니다. 제가 창업을 시작하면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Kihong Bae
김우두님 안녕하세요. 메일 받았고 나중에 답변 드려야지 하고 있다가 계속 늦어지고 있네요~ 시간 날때 꼭 답변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양성진
늘 쓰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 글 먼저 읽고 이전의 이슈가 된 그 글을 읽어봤는데,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그래? 보여달라면 한 번 보여줄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다소 러프하지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게 만드는 글이더군요. 저는 현재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약간 동떨어져 있지만, 몇 년 내로 다시 예전에 운영하던 Micro-ISV 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관련 글은 늘 찾아보는데, 써주시는 글 / 책들(스타트업 바이블 1/2), 진심으로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쓰시는 글 중에 가끔 정제되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풀어내시는 글들이 가끔 논란이 되긴 하지만, 저같이 맘 속으로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응원 댓글 남기고 갑니다. 오늘도 에너제틱한 하루 되세요.:-)
Kihong Bae
좋은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글이 가끔씩 정제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그냥 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가기로 했습니다…성진님도 에너제틱한 하루가 되세요!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