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Bloomberg에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뽑은 적이 있다. 특히 하이테크와 연구개발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준걸로 알고 있는데, 블룸버그 심사위원들이 한국 공공기관들의 웹사이트를 한 번만 사용해 봤으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미 나는 과거에 한국 공공기관 사이트들과 액티브엑스에 대한 포스팅을 한적이 있는데 개선되기는 커녕 갈수록 더 심해지는 거 같아서 과연 이런 사이트들이 진짜 국민들을 위해서 만들어진건지 아니면 그냥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진건지 궁금해진다.
솔직히 액티브엑스에 대해서는 이제 불평하지 않겠다. 여러가지 정책, 법 그리고 기술에 대한 낮은 이해도 때문에 한국 사이트들에서 – 특히 공공사이트 – 액티브엑스를 걷어내는 건 정말 어려울거 같다는 깨달음을 나도 이제는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UX (사용자경험)적인 많은 부분들은 충분히 개선이 가능할거 같은데 왜 이렇게 지저분한 웹사이트를 고집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나같이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사이트는 하나도 없는거 같다. 회원가입을 하면 본인임을 인증하는 수 많은 방법 중 한국의 공공사이트들은 대부분 아이핀 또는 핸드폰 인증 옵션만을 제공하는데 외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여러가지 다른 옵션을 주면 좋겠다. 한국 핸드폰이 없거나, 있어도 외국에 있으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 한국 핸드폰을 국제 로밍해서 평생 사용하지 않으면 –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해야하는 건 아이핀 인증인데 결국 아이핀을 처음에 설치하려면 핸드폰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결론은 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은 사용하지 말라는 말이다. 굳이 인증을 해야한다면 그냥 미국같이 심플하게 이메일 인증은 안 되는건가? 이메일은 별로 안전하지 않아서? 핸드폰 인증이나 이메일 인증이나 맘만 먹으면 해킹하고 털 수 있는건데 왜 굳이 이 방법을 수 년 동안 고수하는지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이 비행기보다 더 자주 이용하는 기차 예매 사이트 코레일도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는 개판이다. 대전 갈 일이 있어서 KTX 표를 미국에서 미리 예매하려고 코레일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역시 회원 가입은 불가능해서 못 했다. 그런데 코레일 사이트는 비회원도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비회원 구매는 왕복표에는 적용이 안되어서 편도표를 2개 따로 구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회원가입을 유도하려면 그냥 비회원 구매 기능을 구현하지 말던지…..이런 반쪽짜리 기능을 만들어 놓고…..(솔직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왕콩글리쉬 “Let’s Korail!” 이라는 슬로건도 상당히 거슬렸다)
그리고 신용카드 결제를 선택하면 굳이 개인카드와 법인카드를 구분해야 하는것도 이해가 안간다. 어쩌면 우리나라 금융결제법일지도 모른다. 개인카드를 이용하려면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또 인증을 해야하고 (개인인증서로), 법인카드를 이용하려면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는 (법인인증서로) 절차가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비효율인거 같다. 전화번호도 마찬가지이다. 요새는 별도로 집 전화번호나 회사 전화번호를 안 만드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그냥 핸드폰으로 모든걸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몇 몇 사이트들은 ‘집전화번호’ 또는 ‘회사전화번호’를 요구하고 여기에는 010 옵션은 없고 그냥 일반 전화번호 옵션만 제공을 한다. 즉, 핸드폰으로 모든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는 가입을 못 한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고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은데 위에서 나열한 것들은 내가 최근에 한국의 공공사이트를 외국에서 사용하면서 절실히 느낀 부분들이다. 내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건, 과연 이런 공공기관의 높으신 분들은 자신들의 얼굴인 웹사이트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을까? 이다. 딱 한번이라도 자세히 사용을 해보면 이런 불편한 부분들을 누구나 다 느끼고 지적할 수 있을거 같은데 매번 사용할 때마다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오히려 더 지저분해지는걸 보면 윗분들은 사용하지 않는게 확실하다. 서울시 행정을 하시는 높으신 분들은 인터넷으로 지방세를 한번도 납입해보지 않았고, 코레일 윗 분들은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한번도 예매해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제대로 하려면 내가 항상 강조하는 자기 개밥을 직접 먹어봐야 한다.
한국의 모든 공공사이트들에 UX 전문가의 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누구를 위한 공공사이트인지도 궁금하다. 국민과 시민이 편리하게 사용하라고 만든건지 아니면 이제는 옛말이 된 ‘IT 강국 대한민국’ 위상을 위해서 걸레조각들을 덕지덕지 붙여서 만든 ‘보여주기’위한 사이트인지.
HyeJung Park
몇 달 전에 쓰신 글이지만, 격하게(!) 공감하여 달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나마 인터넷이 잘 되는 나라에서야 엑티브 엑스쯤 깔 수 있겠지만,
저같이 underdeveloped 혹은 developing country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문수준입니다.
결재는 왜 이리 어려운지..하루 종~일 사이트만 왔다갔다 다운로드했다가 오류를 반복하고..
결국은 포기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지요..ㅠㅠ
Kihong Bae
언젠가는 좋아지겠죠? ^^
furllsail
여러가지 이유들을 댓글로 쓰셨는데 공공기관의 웹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핵심은 공공기관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발주 할때 최조 기획자라는 것이 없는거 같아 보이더군요. 이런 서비스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식으로 어디가에서(보통 윗선) 내려옵니다.
그러면 밑에 사람(보통 실무자)은 대략적인 기획안을 가지고 예산을 신청합니다.
예산이 승인이 나면 서비스를 개발할 업체를 입찰 공고합니다. 단 개발기간이 굉장히 짧습니다(일반 기업의 대부분의 개발건도 기간이 짧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 프러젝트 이므로 개발방법론 부터 감사가 들어가죠 그럼 개발 진행 업체는 필요한 인력보다 적은 인력으로 개발을 진행 합니다. 설계부터 문서 감사대응을 모두 진행합니다. 또한 UX단 설계또한 개발자기 진행합니다. 필요한 이미지 정도는 디자인 회사나 인력에게 의뢰하죠
예를 들어 6개월의 총개발 기간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입찰진행전에 오픈일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입찰업체 선정도 포함된다고 보면 됩니다. 입찰업체 선정이 2개월 늦어져서 개발 기간이 4개월밖에 안남았어도 그안에 해야됩니다. 개발 인력이 고급 2 중급 4 초급 4 이런식으로 입찰진행시 진행되어도 개발업체에서는 인건비 문제로 고급을 중급으로 대체 하고 중급을 초급으로 대채하여 실제 투입인력은 반 정도밖에 투입이 안되죠 이런 문제가 전반적으로 발생 하다 보니 완성도 높은 서비스는 거의 불가는 하다고 볼수 있죠
그리고 기능이 동작하는것에 모든 초점이 마춰저 있습니다. 그래야 정해진 시기에 오픈을 할 수 있으닌까요…..글을쓰다 보니 우울해지내요
Kihong Bae
저도 읽다 보니 좀 우울해 지네요….’기능이 동작하는것’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그 기능이 참 힘들게 구현되는것도 안타깝습니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서 그냥 작은 벤처기업보다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건 이해가 가면서도 항상 “그래도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정부인데 이정도 밖에 안되나?”라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네요.
Danny Byounghun Oh
예전에 공기업 프로젝트를 할때를 생각해 보면 높은데 계신분때문에 그런건 아닌듯 합니다. 높은데 계신분은 딱 한번 보겠죠. 오픈 행사할때. 그리고 그 비서는 보지도 않죠. UX문제는 너무 많은 기능을 넣고 싶어하는 업무 담당자들을 조율할 만큼 권한이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사람도 자기 업무가 아니고 프로젝트를 만들동안 임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UX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구요. 그리고 개발하는 쪽에서도 갑과 싸워가면서 UX를 개선할 생각도 없습니다. 향후에 그 UX가 맘에 안든다고 하면 곤란하니까요. 정해진 기간내에 정해진 예산안에서 많은 기능을 넣은 사이트를 만들때 그리고 그 기능들이 계속 추가될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걸 개선할 방법이 있기는 한데… 공기업에서는 그냥 API만 만들고 개별 기업이 예약사이트를 만들어야죠. 그럼 순식간에 개선될겁니다. 그런데 과연 공기업에서 이런 업무를 내놓으려고 할까요?
helpmetomakeavatar컴포지트
대한민국에 UX 인력은 공기입니다. 어쩌면 그 이하일 수 있죠.
왜냐고요? 제아무리 개선을 하려 해도 어른들의 사정 앞에서는 깨갱입니다.
코레일 4호선 라인 안산선 역안내 디스플레이나, 중앙선 절철 내 디스플레이를 보세요.
그러면 UX 인력은 애초부터 생각 없고 앞으로도 생각 없어서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웹이요? 전자정부 아니면 안됩니다. 왜냐? 안행부 지침이기 때문에.
즉,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너무나 뿌리깊은 관피아와 로비. 대한민국 글로벌 경쟁력을 좀먹는 놈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절대 개선될 일 없습니다.
Kihong Bae
안녕하세요. 이거 보고 4호선 타면서 디스플레이를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문제가 좀 있네요^^ ‘관피아’ – 좋은 단어 배웠습니다. 땡쓰!
다램쥐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저도 외국사는데 회사직원중 한명이 한국회사 조회를 해본다고 국세청 홈페이지 들어갔다가 막 이상한게 덕지덕지 뜨고 특히 파이어폭스인데 안되는게 많아서 결국 저한테 부탁하는데 창피할 정도 더라고요…
영국정부사이트를 보면 정말 단순하고 찾기 쉽더라고요… 디자인, 사용편리성등 여러가지 항목을 디지털서비스팀을 만들어 모든 정부기간 웹사이트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한다고 하더라고요…. 비용도 절감되구요 https://www.gov.uk/
이것도 한번 보세요 🙂 http://youtu.be/4_1gld1PIkA
Kihong Bae
영국에 거주하시나 보네요. gov.uk 사이트 들어가 봤는데 정말 심플하게 잘 만든거 같네요 (한국 웹사이트에 길들여진 분들이 보면 너무 단순하고 허접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Thanks for your valuable comments and sharing!
cesia
윗사람들은 아무도 직접 저런데 들어가지 않아요.. 모두 비서가 하지. 그러려고 기쓰고 출세한 사람들이고..
Kihong Bae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을거 같네요. 그런데 비서들도 우리랑 똑같은 고충이 있지 않을까요? 귀찮아서 말 안하겠죠…
stokkid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정말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인사들이 개밥을 먹어봐야할텐데요…
Kihong Bae
누군가 나타나서 이 분야도 좀 심하게 disrupt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