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건 과거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보다는 현재가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비해서 웹서비스나 모바일 앱들의 종류와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하루에도 수 백개의 새로운 제품들이 구상되고 개발되는거 같다. 대부분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 있지만, 뭔가 문제가 있거나 사용상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그런 단점들을 개선한 제품들이다. 그 누구나 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면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제품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기능이나 경험을 우리 제품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많은 경쟁 제품의 고객들을 다 가져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뭐, 당장은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기대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현실은 주로 그렇지 않다. 아니, 완전 반대다. 창업팀이 생각하는 대로 어쩌면 그들의 제품은 그동안 시장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할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걸 많은 분들이 경험했고, 현재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 경험할 것이다. 나도 이런 창업가들을 많이 만난다. 아니, 거의 매일 만나는데 이 분들에게 내가 항상 강조하는건 switching cost 이다. 즉,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유사 제품이 있는데 조금 더 좋은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데(=switching)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 “현재 경쟁사는 초점을 잘 못 잡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 제품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라며 자신의 제품과 논리를 방어한다. 어쩌면 이들이 맞을 수도 있다. 제품을 출시하면 엄청나게 인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수 많은 앱들이 내 아이폰에 깔려 있는데 정말로 필수 앱이 아니라면 – 우리 투자사 앱들은 예외다. 필수 앱이 아니라도 대부분 설치해서 사용해본다 – 내 아이폰 스크린에 설치될 확률은 매우 낮다. 실은 나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내 주위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현대인이라면 ‘앱 피로’ 현상을 매일 경험한다. 어떨때는 앱스토의 아이콘들만 봐도 토할거 같다. 현실이 이러니 사용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앱을 설치하게 하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설치 후에 앱을 실행했는데 로그인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만약에 페이스북 회원가입 프로세스가 없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면 바로 나가버리고 다시는 그 앱을 사용하지 않는게 일반적인 행동이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다.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은 커녕, 대부분 그 전에 앱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특히 이 앱이 이미 내가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비슷하다면. 그만큼 switching cost가 높다.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제품에 비해 아무리 새로운 기능과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어도, 내 인생에 정말로 유용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을 확보하는게 매우 어렵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보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든 창업팀은 이 ‘더’의 의미를 잘 정의해야한다.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기존 제품이 아무리 완벽하지 않고 몇 가지 기능이 빠져있더라고,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 switching cost가 너무 높으면 원래 사용하던 익숙한 제품을 계속 사용할 확률이 높다. 이 말을 조금 더 간단하게 풀어보면,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새 기능들에 익숙해져야하는 귀찮음이 새로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보다 크다면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