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에 대해서는 내가 여러 번 글을 썼지만, 나도 실은 잘 모르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정답을 제공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창업하고 잘 해보려고 정말 별짓을 다해봤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을 때, 이땐 어떻게 하나?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존버하는게 맞을지, 아니면 고집부리지 말고 깨끗하게 여기서 접는 게 맞을지에 대한 결정에 대한 이야기다.
실은 이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은 항상 왔다 갔다 한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하는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버티다가 결국 성공하는 사례를 보면 역시 계속 버티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너무 오래 버티기만 하면서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시간도 다 허비하고 결국 잘 안 되는 사례를 보면, 역시 아니다 싶을 때 그만두는 게 본인, 동료, 가족 그리고 인류를 위해 유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과연 그 “아니다 싶을 때”는 도대체 언제일까? 회사를 시작하고 처음 이런 생각이 들면, 그때가 그만둘 때인가? 아니면 두 번째로 이런 생각이 들 때인가? 자금을 다 소진하고, 전 직원이 무급으로 일하는 기간이 12개월이 될 때인가? 내가 만나는 창업가 중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 “대표님, 이제 정말 죽을 거 같아요. 더 하면 돌아버릴 거 같은데요, 여기서 그만둬야 하는 건가요? 그래도 더 버티면 어쩌면 뭔가 잘 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 정말 이분들한테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새 나는 조금 더 버티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본다. 평지가 아닌 가파른 경사의 언덕길을 뛰어 오를 때 중요한 건 속도 보다는 인내력이고, 체력보다는 정신력이다. 벤처도 비슷한 거 같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버티는 정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존버’ 정신인 거 같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무식하게 버티기보단 스마트하게 버텨야 한다. 그냥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오기로 버티기보단,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을 포기하면 남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은 도움이 안 되니,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이 사업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 “어렵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정말 이 힘든 상황을 바꿀 자신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내 내면의 목소리가 정말 그렇다고 답하면, 그땐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죽을 거 같이 어려우면서도 내가 이 비즈니스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가 주위의 시선, 자존심, 그리고 자격지심 때문이라면 당장 멈추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사업을 접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 아는 창업가가 현명한 창업가다. 스타트업이 실패했다고 그 창업가 개인이 실패한 건 아니다. 그냥 사업이 잘 안 된 거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서 가던 길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