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2018년 French Open이 한참 진행 중이다. 이제 후반 부인 2주 차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재미있고, 치열한 시합들이 많아지면서 이번 주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테니스라는 운동 자체가 워낙 체력소모가 많고, 30대 중반부터는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우승하려면 무조건 젊어야지 유리하다. 이걸 증명하듯이, 16강 진출한 선수들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라파엘 나달이나 노박 조코비치와 같은 30대 노장?들도 있지만, 어리고 아직 테니스 업계에서는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다크호스’들도 상당히 많다.
주말에 이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봤는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남자 테니스의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릴만한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고, 힘과 스피드에 있어서는 역시 30대 노장 선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세했다. 220km에 육박하는 서브를 3시간 내내 뿜어대면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고,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플레이를 하는 20대 초반 선수들을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까 경기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마치 얼마 전에 내가 썼던 제도권을 위협하는 10대 창업가와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경기의 결과는 조금 더 나이가 있고, 국제무대의 경험이 많은 노장들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체력적으로 밀리고,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느리다는 단점을 이들은 노련함, 꾸준함과 일관성으로 극복했다. 시작은 밀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역시 끝나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과거 수많은 시합으로부터 몸으로 배우고 익힌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플레이를 꾸준히 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계속 공격했다. 화려한 서브나 풋워크, 또는 미사일 같은 포핸드와 백핸드를 시합 내내 구사할 수 있는 체력은 없었지만, 착실하게 포인트를 하나씩 이기면서 시합을 잘 마무리했다.
요새 내가 점점 더 젊어지는 창업가를 만나면서 이제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하려면 무조건 나이가 젊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접근성이 없는 신세대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하고 만날 수 있겠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 오픈을 보면서 또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젊은 패기, 체력, 기존 방식에 대한 거부감은 실은 테니스나 스타트업에서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큰 편견은 없지만, 이왕이면 나이가 좀 있는 창업가보단 젊은 창업가들한테 더 관심이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젊은 창업가한테 베팅할 수 없는 가장 큰 요인은 ‘경험’ 때문이다. 실은, 성공 경험이 더 좋긴 하지만, 실패 경험도 절대로 무시할 순 없다. 우리 업에서 경험은 배움과 일치하기 때문에, 성공하든 실패를 하든 배움의 깊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first time entrepreneur들은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그런 노련함이나 끈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성공적인 창업에 젊은 패기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돌아다니는 글 제목을 보니까 가장 성공하는 창업가의 평균 나이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20대도 아니고, 30대도 아니고, 40대라고 하던데, 아마도 내가 말하는 거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경험이 있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아무리 같은 분야의 비슷한 서비스라도,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성공과 직결되어있진 않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과거의 경험이 유연한 사고를 방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험 없는 무식한 패기가 유니콘을 만드는 걸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아니면 패기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패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고, 습득할 수 있지만, 패기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