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에 갔다. 운전 막 하는 택시기사는 이제 좀 익숙해졌는데, 대시보드에 계속 빨간 에어백 불이 깜박거렸다. 에어백 고장이 난 거 같은데, 이거 안 고쳐도 되는지 물어보니까 기사 왈, “괜찮습니다. 전 사고 안 나요.”
우리나라 택시업계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단편적인 일화이며, 요새 내 타임라인에 VCNC의 새로운 서비스 타다에 대한 좋은 내용이 엄청 많이 올라오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난 과거에 우버에 대한 글을 자주 썼다. 우버의 창업가 트래비스 칼라닉의 도덕성은 의심스럽고, 우버의 기업 문화도 자주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미국 장기 출장을 다녀온 후에 나는 우버라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완전히 팬이 됐다. 투자자로서 죽기 전에 우버와 같은 회사에 한번 투자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까지 했다. 잘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우버X는 불법이다.
이야기가 좀 셌는데…우버나 타다가 대중의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이 서비스가 편리한 점도 있지만, 기존 택시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다. 실은, 이 이유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서울같이 택시요금이 다른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길거리 나가서 손만 들면 택시가 바로 올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한 곳에서 왜 사람들은 타다에 열광할까? 왜냐하면,
1/ 운전이 직업인 택시기사들이 일반인보다 운전을 못한다. 급출발과 급정차는 기본이고, 과연 이분들이 운전면허 시험은 봤는지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2/ 손님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 손님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위에서 말한 에어백 상황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직도 많은 택시기사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다는 걸 매일 경험하고 있다. 어떤 기사들은 DMB로 TV 보면서 운전하는 데 정말 당황스럽다.
3/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없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택시는 정말 짜증 난다. 자신의 사무실을 이렇게 더럽게 어지럽히면서 일하는 직장인은 없다. 그리고 손님의 기분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안녕하세요” ,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대꾸도 안 할 때도 있다. 라디오는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틀고, 나는 관심도 없는 정치 이야기를 목청 터져라 혼자 한다.
4/ 승차 거부는 불법이다. 그리고 남의 택시를 운전하는 것도 불법이다. 하지만, 이런 범죄가 아직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5/ 이 외에 많은 불편함을 오늘도 택시를 타는 승객들이 겪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내 앞에서 택시 새치기하는 인간들 때문에 내가 처음 발견하고 손을 들어서 타려고 했던 택시를 15분 동안 다른 사람들한테 빼앗겼다. 분명히 나랑 눈이 마주친 택시 기사님들도 다른 사람이 새치기해서 손을 드니, 그냥 그 사람을 태웠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택시기사분이 이렇지는 않다. 가끔 아주 존경스러운 분들도 만난다. 하지만, 나같이 택시를 많이 타는 사람의 과거 3년 경험이 이렇다면, 이건 일반화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버와 같은 새로운 택시 서비스에 결사반대하는 택시 관련 각종 노조와 협회 임원들은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분들은 자꾸 법 뒤에 숨어서 로비하기 전에, 왜 사람들이 더 비싸고,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타다와 같은 서비스에 열광하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저렴하고, 공급량이 월등하게 많은 일반 택시들이 불친절하고, 위험하고, 위에서 내가 나열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면 – 그리고, 서로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이건 금방 개선될 것이다 – 우버, 타다, 카카오풀과 같은 택시 서비스를 시민들이 굳이 돈을 더 내고 타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확한 가격을 찾진 못 했지만, 개인택시면허 가격이 대략 1억 원 정도라고 들었다. 엄청 큰돈이고, 택시 운전이 업인 분들한테는 대단한 인생의 투자임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 큰 결심을 했고, 큰 투자를 했다면, 나는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버X와 같은 공유 택시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합법화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건 거역할 수 없는 트렌드이다. 택시 협회나 노조는 결국 없어질 자기 밥그릇을 조금 더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쓰기보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과거 우버 관련 글>
–카카오택시와 우버
–멈추지 않는 우버의 질주
–우버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