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 투자사와의 관계를 많은 분이 결혼에 비유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고, 섬세하기 때문에 이렇게 비유하는 거 같은데, 나는 우리 투자사와 스트롱의 관계가 결혼 정도까진 아니고, 서로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명확한 비즈니스 관계가 더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의무 중 하나가 서로 잘 소통하기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소통이라면 좀 애매하기도 하고 광범위한 뜻이 포함되는데, 창업가와 투자자 간의 소통 중,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간과되기 쉬운 게 투자자에 대한 비즈니스 업데이트/보고인 거 같다. 우리도 많은 회사에 투자했고, 투자계약서에 투자사는 투자자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비즈니스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게 명시되어 있지만, 이걸 종교와 같이 잘 실행하는 대표도 있고, 아예 정기적인 업데이트는 안 하고, 특별한 일이 발생할때만 – 안타깝게도, 이 특별한 일이 주로 회사의 잔고가 거의 바닥났거나,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거나 하는 그런 나쁜 상황일때 – 연락을 하는 대표가 있다. 실은, 스타트업 운영하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이고, 일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나는 우리 대표님들한테 그래도 시간을 만들어서 투자자들한테 매달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투자자’는 단지 스트롱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그 회사에 조금이라도 투자를 한, 개인과 기관 모두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투자를 받았으면, 회사에 돈을 제공한 투자자들에게는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비즈니스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업데이트를 하는 건 계약서를 떠나서,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창업가의 업무 시간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많은 양의 보고를 너무 자주 해달라고 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어떤 대표나 한 달을 마감하면, 비즈니스를 정리하고, 한 달 동안의 수치를 트래킹하고, 잘한 점을 정리하고, 잘 못 한 점도 검토하고, 현재 은행에 얼마의 캐시가 남아 있는지 등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좀 어색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발생하겠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우리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KPI들이 나올 것이고, 매달 이 KPI를 모니터링하고 트래킹하면서 우리가 뭘 잘하고 있고, 뭐가 부족한지를 감이 아닌 객관적인 수치를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자료를 그냥 그대로 투자자들과 공유해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막 이쁘고 formal 한 자료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남을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를 스스로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해서 만드는 그 내용을 그냥 공유하면 된다. 어떤 회사는 굉장히 자세하고 분석적인 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이런 자료를 보면 대표이사가 비즈니스를 이렇게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트래킹한다는 사실에 우리도 가끔 놀랄 때가 있지만, 대부분 그냥 이메일로 내용을 공유한다.
이런 월간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그냥 커뮤니케이션의 빈도를 높이는 데 있다. 이 글의 초반에서 말했듯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대표의 특징은,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안 좋아질 때, 다급하게 연락이 온다는 점이다. 주로, 회사 통장에 한 달 치 월급 밖에 남아 있지 않거나, 직원이 대부분 퇴사해서 회사에 인력이 몇 명 안 남았을 때이다. 6개월 만에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와서 회사에 돈이 급하니까 투자를 검토해달라고 하거나,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하면, 우린 당연히 적극적으로 같이 고민하고 도와주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 때가 많다. 일단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 잘 공유를 했다면,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회사에 현금이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을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상황이 조금 더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대표의 우선순위 넘버 원은 무조건 비즈니스, 제품, 그리고 고객이다. 이걸 소홀히 하면서 투자자들한테 보고하기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건 우리도 원치 않은 거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매달, 매주, 매일, 검토하고, 트래킹하고, 모니터링하는 것 또한 위의 비즈니스, 제품, 고객이라는 상위 개념에 포함되는 중요한 일이고, 이걸 그냥 그대로 공유해 달라는 게 내 포인트이다. 만약에 이런 걸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문제가 있다. 나는 우리 투자사들한테 이런 정기 업데이트 공유를 부탁하면서, 항상 포함해 달라고 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재 회사에 남은 현금 상황이다. 이걸 공유해줘야지만 투자자들도 다음번 펀드레이징은 언제부터 또 해야 하는지 같이 준비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회사가 투자자들한테 바라거나 부탁하고 싶은 내용이다. 이건, 좋은 엔지니어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이 될 수도 있고, 다른 VC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정기적인 보고나 업데이트를 잘 안 한다고 우리랑 연락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언제든지 연락은 되고, 내가 만나서 비즈니스 상황 업데이트를 받고 싶으면, 연락하고 만나면 되지만, 우리가 워낙 투자사가 많다 보니까, 나야말로 꼭 만나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주로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이메일을 통한 정기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익명
소통은 어떤 이유에서는 중요합니다 투자사나 스타트업이나 목표는 같으니까요 투자사는 돈을 대주는 사람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야 소통이 쉽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