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라이프에도 적용되지만, 특히 벤처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거절(rejection)’에 익숙해져야 한다. 실은, 이건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되지만 – 어릴적 갖고 싶은 장난감을 부모님이 사주지 않거나, 가고 싶은 학교에 떨어져서 못 들어가거나 하는 게 다 이 거절이라는 범주에 들어간다 –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스타트업을 하면서 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NO’ 인 거 같다.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5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NO였고, 이에 따른 거절을 정말 많이 당했던 거 같다. 실은, 그땐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우울하기까지도 했다. “이렇게 좋은 회사에 저 VC는 왜 투자하지 않을까” , “저 인간은 나보다 잘난 것도 없고, 운 좋아서 저 위치에 있으면서, 왜 나를 개무시할까” , “왜 이렇게 나는 되는 게 없을까” 뭐, 한번 거절 당할 때 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를 정말 괴롭혔고, 자다가도 이 생각을 하면 열 받아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깨달은 건, 스타트업하면서 YES를 NO보다 더 많이 들으면 오히려 진짜 이상한 거고, 내가 거절 당하는 건 내가 개인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배기홍’이라는 인간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내가 하는 비즈니스와 실적을 무시하고 거절하는 거라는 사실이었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나를 개인적으로 거절하고 무시하는 걸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자가발전 했던 거 같다. 좌절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그리고 완벽하게 떨구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떨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내가 이런 거절에 굉장히 무덤덤해지고 면역력이 생긴 사람이 됐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미팅-피칭-거절이라는 과정을 하루에도 여러번 경험하다보니까 이젠 중요한 미팅이 있어도, 크게 기대하지 않고, 크게 기대하지 않으니까, 거절당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혹시나 잘 되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최적화 된 태도를 스스로 개발하게 됐다.
그러다가 투자를 하는 VC가 되었고, 나는 스타트업을 할때보단 거절당하는 일이 없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해서 스타트업할 때 VC한테 피칭하듯이, 이젠 LP들한테 피칭을 해야 했다. 회사를 VC한테 피칭할 때는 뭔가 제품도 있고, 수치도 조금 있고, 이걸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VC는 뭔가 수치를 만들려면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업인 관계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오롯이 나와 존이라는 인간을 믿고 돈을 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게 잘 될 리가 없었다. 결과는 엄청난 NO와 거절이었고, VC한테 뺀찌 먹을때와 LP한테 뺀찌 먹을때의 그 느낌이 묘하게 달랐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 자존감 상실, 남에 대한 원망 등의 과정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한, LP한테 거절 당하는 것 보다 그 빈도는 낮지만, 좋은 회사에 투자하고 싶은데, 대표이사한테 거절당해서 투자를 못 하는 경험도 몇 번 겪어 봤는데, 이 또한 꽤 자존심 상하고 순간적으로 좌절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거절에 아무리 익숙하다고 해도, YES라고 할 줄 알았던 사람이나 기관으로부터 NO 라는 답변을 받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다. 특히, 연속적으로 거절을 당하면 – 심할땐, 30번 연속으로 –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육체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그런데도, 계속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데, 이럴 때 내가 스스로 다짐하면서 최면을 거는 말이 있다. 이는 아마도 많은 운동선수와 사업가가 이런 거절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NO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이 실제로 의미하는 건 NO가 아니라 MAYBE이다. 그리고 MAYBE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실제로 의미하는 건 YES이다. 여기서 핵심은, NO라고 말을 했을 때 이걸 MAYBE로 해석을 해서, 다시 일어나서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이고, MAYBE를 YES로 확실히 전환하는 방법은 또다시 일어나서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모든 거절을 이 프레임으로 생각하면, 거절이 결국엔 YES가 되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오늘도 많이 거절당하지만, 매번 다시 일어나서 NO가 MAYBE가 되고, MAYBE가 YES가 되는 스트롱한 하루가 되길.
익명
요즘 많은 거절을 겪고 있는데 정말 힘이 되는 글 입니다..!!
익명
결국 “No”를 personal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성장하고 단단해져야 하는 것 같아요.. 고난의 시간을 성장에 이용하신 것이 보여 제가 다 기쁘네요!
Kihong Bae
고맙습니다^^
정윤호
항상 좋은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Kihong Bae
Thank you.
Anonymous
매주 열심히 보는데 힘을 얻고 가는거 같습니다.
익명
정말 좋은 글이라 느껴졌습니다, 대표님…
오세림
스트롱의 리더도 수많은 거절을 당했으며 그걸 이겨내고 다시 힘낼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에 저희같은 초보도 힘을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