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내가 이런 내용을 쓴 적이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KPI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그 KPI를 매주 5%씩 성장할 수 있다면, 매달 20% 성장할 수 있고, 1년 동안 9배 성장할 수 있고, 이걸 해마다 반복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이 제발 투자하게 해달라고 애걸할 것이라고.
많은 유니콘 회사들이 이렇게 성장한다. 이렇게 창업 초기 3년~5년 안에 말도 안 되는 미친 성장을 하는 회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조금은 걱정되기도 한다. 너무 높이 날면, 언젠가는 내려올 수밖에 없고, 요새 이 동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위워크와 같은 유니콘들의 기업가치가 인정사정없이 깎이는걸 보면 –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 꼭 미친 성장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성장’ 자체는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이자, 투자를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나도 이 질문을 자주 받는데, 우리 투자사 중 다른 회사들보다 비즈니스를 잘하는 대표들을 보면, 그 방법이나 형태는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기울기가 일정한 의도된 성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3개월 동안 300% 성장하기보단, 이걸 의도적으로 12개월 동안 300% 성장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진 않다. 일단 무조건 성장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걱정하자가 대부분 창업가가 가진 태도이고, 굳이 3개월에 300% 성장할 수 있는 걸, 왜 일부로 제한을 하느냐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실은 일차원적으로 보면, 이게 맞다. 나도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할 때 성장을 의도적으로 컨트롤 하자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무조건 성장할 수 있을 때 성장하자는 전략이었다(그래도 별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 항상 문제가 생기는 걸 자주 경험했다. 일단 단기간 내에 너무 빨리 성장을 하면, 창업자도 왜 회사가 그렇게 많이 성장했는지 원인 파악을 하기가 힘들다. 그럴 시간도 없고, 원인 파악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성장을 하니까,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위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게 행복한 고민이긴 한데, 나중에 성장이 멈춘 후에, 과거의 성장을 반복해야 할 텐데, 왜 그렇게 성장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이런 성장 사이클을 반복하지 못하는걸 여러 번 봤다. 그리고 적절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그때마다 적절한 인력이 보강되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성장을 하면, 너무 빨리, 그리고 신중하지 못하게 사람을 뽑는데, 이게 항상 나중에 문제가 되는 걸 봤다. 어떤 성장을 할 때,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아야지만, 미래에도 계속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데, 이걸 생각할 시간도 없고, 고민할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성장의 기울기와 배움의 기울기가 일치해야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회사 내부에 만들 수 있다. 성장의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면, 배움이 그 기울기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배움의 기울기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만큼만 성장의 기울기를 조정해보라고 권장한다. 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여기서 또 하나 나오는 게 성장의 공식이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회사의 성장을 공식화할 수만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성장을 제한하거나, 또는 더 가속할 수 있는 거 같다. 우리 투자사, 또는 주위에 내가 아는 회사 중, 정말 비즈니스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이런 성장의 공식을 어느 정도 내재화하고 있다. 그래서 목표와 계획보다 성장이 더디면, 이 중 몇 개의 변수를 조정해서 성장을 조금 더 촉진한다. 이와 반대로, 회사 내부 배움의 기울기보다 성장이 너무 가파르다 싶으면, 또 변수를 조정해서 성장을 조금 더 늦춘다. 나는 이런 걸 실제로 봤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창업가에게 이런 성장의 공식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이런 성장과 배움의 기울기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내가 아는 많은 VC는 초기에는 무조건 미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달 업다운이 심하더라도 일단은 성장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성장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니콘 회사는 없다고 한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단 투자자 돈으로 유니콘 되고, 어떻게 돈 벌고, 어떻게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지는 그 이후에 고민해보자는 식의 생각과 태도는 요새 참 위험천만하다고 매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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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찰스
저도 얼마전에 다른 VC로 부터 비슷한 결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버블형 성장과 내실있는 성장으로 구분될 것 같은데요, 버블형 성장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은 근래 유니콘으로 꼽히는 기업들(예: 위워, 우버 등)을 보며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