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분야에 있는 정말 많은 회사에 투자한다. 아무리 같은 분야에 있는 회사라도,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른 회사이고, 창업가마다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정말 모든 창업가와 회사는 one of a kind이다.

이렇게 다양한 창업가들을 다양한 방법과 각도로 분류해볼 수 있는데, 성장과 관련해서 회사의 방향을 정하는 면에서 보면, 내실을 중요시하는 창업가와 외실을 중요시하는 창업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내실에 집중하는 파운더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우선시 하는 건, 매출이 발생하고, 손실이 나지 않는 것이다. 돈 버는 거에 집착한다고 느낄 만큼, 절대로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있는 분들이다. 스타트업 분야에 팽배해있고, 실은 우리 같은 투자자는 너무 익숙한, 일단 손실을 보더라도, 마케팅을 통해서 고객을 획득하고, unit economics는 잘 안 맞지만, 좋은 경험을 제공해서 플랫폼에 고객을 락인하는 사업 방식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이분들에게 사업은, 시작부터 돈을 벌어야 하고, 마이너스만은 절대로 나면 안 되고, CAC와 LTV는 그냥 말장난이다. 회사에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을 가져다줄 LTV가 크다고 해서, 지금 당장 말도 안 되는 CAC를 부담하는 건, 사업이 아니라 도박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런 스타일의 대표님들을 나도 많이 알고 있다.

항상 그렇지 않지만, 이 스타일의 대표들은 과거에 사업을 했는데, 잘 안 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다. 잘 안 된 이유를 보면, 돈을 너무 막 썼고, 예산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이 비즈니스를 했기 때문에, 다시 사업을 할 때는 돈 관리만은 철저히 하고, 아껴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분들이다.

외실에 집중하는 파운더는 이와는 반대이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초반에는 돈을 써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적 성장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장기적인 성장과 규모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손실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하며, LTV가 충분히 크다고 판단되면, 단기적으로 높은 CAC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돈을 까먹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데, 어떻게 계속 자금을 마련하는가? 이 단계에서는 투자금이다. 돈을 벌진 못 하고, 엄청난 마이너스가 나도, 성장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면, 이 비즈니스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은 시장에 충분히 있다. 성장을 최우선시하는 이런 스타트업의 성장은 자연적인 성장이라기보단, 투자자들의 스폰서를 받는 성장이다. 이렇게 돈을 써서 고객을 확보하고 락인시키고, 이들에게 계속 재방문하고 재구매할 이유를 제공함으로써, 결국엔 경쟁을 이기고 시장을 선점하는 꿈을 꾸면서 비즈니스를 한다.

이 글을 읽어보면, 내실을 중요시하는 비즈니스는 성공하고, 외실을 중요시하는 비즈니스는 망할 것 같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 한국의 유니콘 회사들은 오히려 내실보단 외실을 강조하는 창업가들이 만들었고, 오랜 시간 동안 성장에 집착한 결과로 결국엔 엄청난 해자(垓字)를 만든 좋은 사례들이 많다.

재미있는 건, 이 스타일의 대표들 또한 과거에 사업을 했는데, 잘 안 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그리고 이들의 잘 안됐던 이유는 내실을 중요시한 대표의 망한 이유와는 완전히 반대이다. 돈을 너무 안 썼고, 외적 성장보단 내적 성장만을 과거에 너무 중요시했고, 그 결과로 성장하는 비즈니스를 못 만들었기 때문에 경쟁사에 완전히 시장을 내줬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다시 사업을 할 때는 돈 버는 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일단 돈을 많이 써서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분들이다.

내실을 중요시하는 파운더를 약간 비하하면 장사꾼이고, 외실을 중요시하는 파운더를 약간 미화하면 사업가이다. 나는 두 부류의 파운더를 너무 많이, 자주 본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 세계에는 공식과 법칙은 없어서, 어떤 파운더가 더 성공하는가는 그때마다 다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성장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성장만큼 중요한건 없지만, 그렇다고 다 쓰면 또 투자받으면 될 거라는 대책 없는 태도로 돈을 펑펑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외적 성장에 대한 갈망, 하지만, 그러면서 돈을 어느 정도 벌어야겠다는 내적 탄탄함의 의지가 잘 혼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