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주 오랜만에 우리 투자사 대표님을 직접 만나서 같이 식사했다. 이메일, 메신저, 그리고 전화로는 자주 이야기를 했지만, 직접 만나는 건 거의 1년 만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자주 만나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식사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총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스타트업이었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라서 유독 힘든 상황이 많았지만, 매달 좋은 성장을 만들면서 스트롱이 처음 투자할 때 대비 말 그대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이 회사의 성장 그래프를 보면 정말로 눈이 부시다). 하지만, 눈부신 성장 뒤엔 대표님의 눈물이 많았다. 코파운더의 탈퇴, 노가다에서 시스템으로의 전환의 어려움, 힘든 채용, 그리고 잘 모르는 분야라서 어려운 펀딩 때문에 스트레스가 상당히 많이 쌓인 듯 했다.

특히 펀딩 관련해서 대표님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우리가 이 회사를 처음부터 봤었고, 내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큰 시장에서 좋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걸 내부자로서 알고 있지만, 이 시장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고, 요새 글로벌 경제도 좋지 않아서 아마도 이 사업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은 선뜻 투자하길 꺼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나는 대표님의 눈빛에서는 희망과 자신감을 봤다. 말로는 요새 스트레스가 너무 많고,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다고는 했지만, 눈은 마치 영화 록키에서 말하는 ‘호랑이의 눈(eye of the tiger)’같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성공에 굶주린, 그리고 희망과 자신감이 넘쳐서 옆 사람들에게 전염될 정도의 그런 마음에 드는 눈빛이었다.

이 분을 내가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이 났다. 좋은 대기업에서 일을 잘하고 계셨지만, 본인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이 험난한 창업의 세상으로 나왔고, 대부분의 창업가들과 같이 초기에는 세상으로부터 보기 좋게 거절당했었다. 당시엔 두려움과 불확실로 가득 찬 눈빛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내가 회사를 괜히 그만뒀나, 이게 정말로 안 되는 사업인가, 뭐 이런 생각이 눈빛에 반영됐었던 것 같다.

하지만, 며칠 전에 내가 봤던 건 완전히 다른 눈빛이었다. 그때와 같이 아직도 사업은 너무 어렵지만, 이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자신감과 확신의 눈빛이었고, 성공을 갈망하는 독기가 가득 찬 눈빛이었다. 록키가 승리할 때의 그 eye of the tiger였다.

그래서 너무 좋았고, 이런 분이 하는 스타트업에 우리가 투자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오늘도 모두 독기찬 호랑이의 눈으로 승리하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