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에 워렌 버핏에 대해서 꽤 많은 글을 썼다. 내가 아는 많은 투자자들이 오마하의 현자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 특히, 유동성의 끝판왕이었던 팬데믹 기간 동안 – 버핏의 투자 철학은 공격의 대상이 됐었다. 기술주와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번 젊은 투자자와 Web3/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버핏의 보수적인 투자 원칙을 한없이 비웃었고, 오마하의 늙은이가 이제 한물갔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면서 과열된 불장에서 본인들의 회사가 버크셔해서웨이보다 수익률이 높았다고 경솔하게 자랑했다.

버핏의 투자철학은 장기전이다. 그것도 5년, 10년의 장기전이 아니라, 좋은 기업에 한 번 투자하면 그 지분을 평생 보유한다는 장기전 중의 장기전이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하면, 불경기와 호경기 동안 돈을 많이 벌거나, 잃거나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팔지 않기 때문에, 종이 상으로는 가치가 내려가더라도 실제도 손실을 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장기전을 좋아하고, 이런 철학을 갖고 투자하는 분들을 존경하지만, 이 믿음이 살짝 흔들릴 때도 있다. 대표적인 시기가 지난 2년이었던 것 같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장이 하도 기이하게 움직였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손가락만 있으면 너도나도 키보드를 통해서 투자에 대한 개똥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에, 이 중 잡음을 모두 다 걸러서 나만의 원칙을 지키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투자 경험도 없는 초짜들이 단기간 안에 엄청난 돈을 벌고, 버핏의 장기철학과 완전히 반대의 방법으로 어마무시한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그를 비난했을 때, 이제 버핏도 한물갔다는 의문을 했던 적이 실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흐르고, 경기 사이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진정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다. 요새 시장으로 보면 “썰물이 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버핏의 말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할 뿐이다. 단기적으로 코인이나 tech 주식 사고팔기를 반복하면서 돈을 벌었던 투자자들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모두 다 크게 손실을 봤거나, 아예 이 판에서 사라졌는데, 버크셔해서웨이는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 2021년도 순수익이 100조 원 이상이고, 현재 160조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버핏은 저평가된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남들이 욕심을 부릴 때 시장을 두려워했고, 이제 남들이 시장을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릴 준비를 하고 있다.

솔직히 스트롱은 아직까지 한 번도 불경기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우리가 2012년도 하반기부터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후 10년 동안 아직 글로벌 불경기가 온 적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하게 멍청한 투자를 하지 않았으면, 우리를 비롯한 다른 VC들의 성적은 대부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정말로 10년마다 한 번씩 온다는 불경기와 스태그플레이션이 함께 온다면, 우리가 투자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소위 말하는 다운사이클을 경험하게 되는 건데, 이 기간 동안에는 어떻게 투자하는지, 또는 어떻게 버티는지 잘 모르겠다.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경험을 한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준비해야 하는데, 다운사이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 내가 확실한 게 있다면, 결국엔 불경기도 언젠가는 끝나고, 다시 바닥을 치고 리바운드될 것이기 때문에, 버핏과 같은 장기전의 마인드는 필수다. 장기전을 하기 위해선, 기본 체력이 필요하고, 결국엔 나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꾸준히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런 걸 우린 종합적으로 ‘뚝심’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좀 미련할 정도로 본인의 철학을 굳세게 지키는 건데,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건 미련한 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면 2키로미터도 못 가서 토하고 쓰러진다. 물론, 2키로 동안 전속력으로 뛸 땐, 엄청 빠르다고 온갖 칭송을 다 받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투기는 가능해도, 투자는 절대로 못 한다. 어느 때보다 뚝심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