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주인인 창업팀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제품도 잘 만들고, 돈도 좀 벌고, 투자도 받으면 점점 더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 이러면서 직원도 더 채용하고, 채용한 직원이 또 다른 직원을 채용하게 되며, 이렇게 머릿수도 늘어난다. 직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단 좋은 현상이다. 사업이 괜찮게 되어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매출을 만들어내고, 새로 온 사람들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일감이 많다는 의미이다. 또는,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큰 매출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여서 외부 투자를 받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채용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지금 인원수를 늘릴 타이밍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어쨌든 회사의 임직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늘어나는 직원 수와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비례하여 증가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 명의 직원에서 두 명의 직원이 됐을 때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두 배가 되지만, 두 명의 직원에서 네 명의 직원이 되면 대표이사의 스트레스는 열 배가 된다. 이런 식으로 직원 수가 계속 늘어나면, 대표이사는 어느 순간 하루 24시간 아무 생각도 못 하고, 그/그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직원들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나는 자주 본다.
직원들에 대한 이들의 고민 종류는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적인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동기 부여이다. 같이 시작한 공동 창업가들이나 완전 초창기 멤버들은 지분을 꽤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옆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회사의 주인은 그 주인의식 자체가 자동으로 동기 부여가 된다. 그 누구도 옆에서 정기적으로 이들에게 인위적으로 동기 부여를 할 필요도 없고, 매니저나 경영진이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뽕’을 정기적으로 투약할 필요가 없다. 이들이 그냥 스스로 매일 스타트업 뽕을 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이 없거나 적은 직원들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월급쟁이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다. 그냥 회사에서 일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 분들인데, 이들은 누군가 – 주로 대표이사나 경영진 – 정기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줘야만 계속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들이라서, 대표들은 이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하여 능력치의 120%를 발휘하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직원이 많아지면 이 고민만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실은, 나도 직원이 수십 ~ 수백 명 되는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은 없다. 스트롱벤처스도 나를 포함해서 8명의 작은 조직이다. 물론 이 작은 조직에서도 나도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50명 이상 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들과는 차원이 다른 로우 레벨 고민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방의 거창한 동기부여보다 아주 소소한 동기부여를 자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똑똑한 대표라면 이런 소소한 동기부여를 적절한 타이밍에 캐주얼하게 자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영업 사원이 100만 원짜리 계약을 했다면,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서 우리가 같이 만든 제품으로 100만 원 계약을 했다고요? 정말? 대단한데요? 다음엔 150만 원 계약을 목표로!” 뭐, 이런 식으로 이 분에게 동기부여를 해준다. 이런 칭찬과 동기부여가 계속 쌓이다 보면 엄청난 자신감과 애사심이 생기고, 이게 결국엔 실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직원들이 조금씩 지칠 때마다 적시에 이들에게 계속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영감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어떤 대표는 이런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뭔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남이 만든 제품을 돈을 내고 삽니다. 그런데, 우린 우리가 직접 만든 제품으로 이번 달 매출 300만 원이나 했어요. 그것도 우리를 생판 모르는 남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기 위해서 지갑을 열었단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대단한 업적이죠.” 솔직히 이 말을 듣고 동기 부여가 안 되는 직원이 과연 있을까?
이런 작은 좋은 일들이 쌓이다 보면, 그 회사가 언젠가는 1,000억 원대 매출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명한 VC로부터 대규모의 투자도 받는다. 이런 건 아주 거창한 동기부여로 이어지고, 계속 이런 크고 작은 동기부여 엔진이 돌아가면서 회사는 건강하게 성장한다. 세상의 모든 거창한 동기 부여. 아주 작은 동기부여가 계속 쌓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