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세상답게 돌아가게 하는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과 일하고, 사람이 사람과 교류하면서 이 세상은 돌아가고, 더 좋은 세상으로 발전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만 선택하면, 그건 당연히 사람이다. 대표이사는 시간의 50%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50%는 있는 사람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지금 내가 채용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 그 자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면접에 많은 공을 들인다. 면접의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면접의 횟수와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외국계 대기업의 시니어 매니저 레벨의 직책에 지원했는데, 6개월 동안 12번의 면접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판에 떨어졌다. 면접의 종류도 코딩하기, 케이스 풀기부터 술 마시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세분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 매뉴얼을 개발하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쓰면서 외부 컨설팅까지 받는다.
그래서 우린 이런 고도화 된 면접 방법을 통해서 정말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봤을 땐, 아닌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 보면,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무는 정말 못 했던 적도 있고, 혼자서는 일을 잘 하는데 팀원들과 같이 했을 땐 팀워크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 주변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면접하고 채용하는 매니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면접을 20번 해도 그 사람이 실제로 일을 잘하는진 알 수 없고, 실제로 일을 잘해도,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진 알 수가 없다.
이게 면접의 현실이다. 면접은 단기간 안에 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고 – 입시 학원처럼, 면접 학원도 있다 – 일은 못 해도 말발만 살아 있으면, 면접에선 100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채용해야 할까? 내가 아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내가 잘 아는 사람만 채용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친구, 대학교 룸메이트, 동아리 선후배,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좋은 사례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분들이 공동 창업가나 동료로 일하는 곳들이 큰 불협화음 없이 잘하는 걸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사람의 네트워크라는 게 한계가 있고, 회사가 성장하면 잘 아는 사람의 인재풀은 바닥나기 때문에 이 방법은 회사 규모가 작을 때만 작동한다.
두 번째는,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갖고, 이후에 정식 채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제 일을 잘하는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2개월 정도의 수습은 약간 애매하다. 2개월 정도는 일을 잘하는 척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개월을 연기하긴 어렵다. 6개월 같이 일해보면, 이분이 정말 일을 잘하는 분인지 충분히 파악된다. 또한, 일을 잘하는 분도 본인이 회사와 케미가 맞는지 판단해 봐야 하므로 6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을 권장한다. 이런 제안에 격하게 반대하는 후보라면, 그리고 그 이유로 자존심과 모욕감 등을 언급하면 이건 적신호다.
마지막 방법은, 채용보단 보상에 대한 방법이다. 내가 전에 이 글에서 이야기했는데, 면접을 기반으로 직책과 연봉을 결정하는 게 너무 어렵고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입사 시 ‘one 직책 one 연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컴공과를 막 졸업한 25살 엔지니어든, 15년 개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때 직책이 둘 다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이 두 분의 입사 연봉은 무조건 동일하게 가는 전략이다. 같은 직책이라도 과거의 경험이 많으면 연봉이 더 높고, 특히나 면접 때 말을 잘하면 연봉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게 현대 사회의 채용 전략인데, 나는 이건 완전히 틀렸다고 본다. 경력이 많다고 그 일을 잘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 면접 때 말발에서 이기는 사람이 일을 더 잘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입사할 땐 모두 다 연봉을 동일하게 가져가지만, 일 년 후 업무 평가에서 실제로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연봉을 드라마틱하게 인상해 주는 방법이 좋은 사람을 계속 회사에 남게 하고, 아닌 사람은 퇴사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위 3개의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피곤한 면접 횟수는 줄일 수 있고,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실은, 어쩌면 한국은 사람을 해고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안 내보낼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 면접을 더 중시하고, 더 신중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경직된 해고 정책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면접하고, 다양한 채용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좋은 사람이란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또 채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와닿는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번째 안은 기대치가 명확하기 때문에 괜찮고.
두번째 안은 지금 취업난이 심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글쎄요…
3번째 안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좋은 사람을 놓치게 되는 기회비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한국에서는 쉽지 않을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이 방법이 정말 fair 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시하신 방식의 취지는 글에 잘 정리해주셨기에 명확히 인지하였고,
이미 생각을 하셨을 수 있으나 글에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번 개선 포인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발휘해 보았습니다)
앞선 두 방식은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나, 마지막 방식은 좀 우려사항이 있습니다.
1. 업무 평가 방식의 공정함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구성원들의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경영진의 주관적 판단, 혹은 납득이 가지 않는 평가 수단/지표를 제시한다면 구성원 vs 경영진, 혹은 구성원 간 많은 반목이 예상되는 제도입니다.
2. 경영진이 연봉을 인상해줄 거라는 믿음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오히려 대외적으로 더 이미지가 안좋아질 것 같습니다. 냉정히 말해 ‘기존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1년 후에도 여러 이유를 들며 연봉 인상도 안해주는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 수 있기에, 이런 소위 블랙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말이 아닌 사례로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 즉 기존 직원들에게 1~2년 간 ‘공정한’ 성과 지표에 따른 ‘드라마틱한’ 연봉 인상을 경험하게 해준 뒤,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도 지원한’ 신규 채용 인원들에게도 적용한다면 잡음이 덜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에서 제가 제안한 세가지 방법은 기본적으로 직원들과 경영진간의 신뢰가 존재하는 제대로 된 회사에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소위 블랙기업은 그 어떤 면접이나 채용 방법을 사용해도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도 없고, 채용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retain 할 수가 없습니다.
멋진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채용자 관점에서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특히, 내가 잘 아는 사람만(검증된 인원) 채용한다는 전략은 매우 동의합니다. 프로덕트 외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급격하게 줄일 수 있는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다만, (소수의 top-tier 회사가 아니라면) 그 외 후보자에게 일반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채용 방법을 택한다면 기준에 맞는 사람들 마저도 우리 회사의 오퍼를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시간이 매우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발생할 수 있겠네요.
특히, 위 대안들이 네임벨류가 낮은 초기회사에게 적용된다면 현실적으로 후보자들이 입사할 의지가 매우 적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네, 아주 의미있는 의견입니다. 제 생각은,,,top-tier 회사 보다 듣보잡인 작은 회사에서 오히려 이런 면접/채용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게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수 있지만, 작은 회사일수록 사람이 회사를 make or break 할 수 있습니다. 네임밸류가 낮은 초기 회사는 현실적으로 후보자들이 입사할 의지가 더 적어지겠지만, 그러면 더욱더 오래 기다리고, 더욱더 인내심을 갖고 좋은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회사야 말로 사람 대충 뽑으면 바로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타협하면 안 됩니다.
말씀 공감합니다.
저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한 채용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SI성 AI기업이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수주를 받았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 놓인 기업이 매우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SI가 회사의 목적이 아닌, 특정 영역의 문제해결을 위해 태동한-일반적인 스타트업의 태생과 같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많은 AI를 태깅한 기업이 SI성 업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에서는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되는’ 영역을 세밀하게 쪼개어 stepping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만나뵙고 스타트업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네요 🙂
제 링크드인 프로필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능하시다면 한번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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