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에 스트롱을 시작했을 때, 내가 VC를 만들어서 잘할 수 있을진 확신이 없었지만, 두 가지만은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확신은 스트롱을 시작하고 13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 회사의 기초가 되는 두 개의 튼튼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는, 당시에 –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 시장에 존재하던 대부분의 VC와는 다른 성향과 색깔을 가진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정말로 회사와 창업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VC가 되고 싶었다. 모든 VC가 회사와 창업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겉으로는 다 그렇게 말하고 연기하지만, 실제 VC 생태계를 보면, 창업가를 나와 같은 고귀한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최대한 회사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VC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이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데, 내가 가장 존경하는 VC 중 한 명인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도 “VC들이 회사에 도움을 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 VC들이 회사에 해를 끼치고, 회사를 망가뜨리지만 않으면 이들은 좋은 VC다.”라고 말할 정도로 회사에 피해를 주고 회사의 부채가 되는 VC들이 너무 많다. 나는 스트롱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창업가의 편에 서서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VC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두 번째는, 똑똑하지 않은 VC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의아해하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면,,,많은 분들이 우리가 첨단 사업에 투자하고, 창업가에게 온갖 어려운 질문을 많이 하는 걸 보고 VC들이 IQ가 높고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내가 아는 대부분의 VC는 – 이건 나도 포함 –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내가 아는 많은 VC는 실제로는 멍청한데, 대부분 엄청 똑똑한 척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13년 전에도 비슷했다. 근데 당시 내 생각은 VC는 별로 똑똑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들이 투자하는 창업가들은 반드시 똑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 같은 초기 VC의 가장 큰 능력은 똑똑한 창업가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알아보고, 이 창업가가 다른 VC가 아닌 내 돈을 받게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건 자신 있었다.
스트롱을 시작할 때, 나는 돈도 없었고, 네트워크도 없었고, VC라는 업에 대한 이해도도 한참 떨어졌었지만, 위에서 말 한 두 가지의 기본 자격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확신이 있었다. 결국 나의 가장 소중한 고객은 창업가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들을 존중하고 이들의 편에 서는 것, 그리고 나는 멍청해도 상관없으니까, 자만심과 자존심 다 필요 없고 그냥 똑똑한 창업가를 먼저 알아보고 이들에게 먼저 투자하는 것. 우리가 시작할 땐 이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이 믿음과 확신은 변치 않고 잘 지켜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VC는 똑똑하지 않아도 된다는 스트롱의 믿음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고 싶다. 만약에 어떤 VC가 창업가와 미팅하고 있는데, 그 회의실에서 그가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면, 또는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자만한다면, 그는 방을 잘 못 찾아온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투자 검토를 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똑똑한 척하면서 창업가가 말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반박하는 VC들 앞에서는 대부분의 창업가가 주눅이 들고, 짜증 나서 이들과 제대도 된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련한 VC들은 절대로 회의실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대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창업가들이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고, 그러면 투자자들이 정말로 알고 싶어하는 것을 이들이 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창업가들보다 본인들이 똑똑하고, 모든 것에 대해서 본인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면, 직접 사업을 해보면 된다. 물론, 그럴 용기는 없을 것이다.
항상 좋은 인사이트로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성찰하곤 했습니다.
본문 역시 전달하시려는 메시지는 충분히 필요하고, 스타트업, VC 입장에서 고민해볼법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다소 과격한 단어,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 시켜 집단을 묘사하는 식의 표현 등은 오해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VC는 누구보다 똑똑해야 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만 산업이나 사업에 대한 잘난척이 아닌 경영과 재무적 성장 측면에 한정해서요, 고민해야하는 문제, 어려운 주제를 창업자가 심지어 주눅들지 않게까지 이야기 해야 하니까요. 창업자를 위한다고 멍청하게 앉아 있는게 절대 도와주는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VC들은 창업자의 기를 살려주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가진 역량과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용기가 없어서 창업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 사업에 두는 훈수를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읽히는 부분은 답답하면 니가 뛰어봐’ 라고 하는 국가대표를 떠올리게도 하네요.
이 글을 읽으면 VC는 돈만 주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 라고 훈계하시는 듯 하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성스러운 피드백과 생각 공유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잘 읽었고, 몇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일부 내용은 제 경험을 일반화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반박하고 싶은 내용도 있는데요^^,
–VC들이 경영과 재무적 성장에 대해서도 실은 잘 모릅니다. 이건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VC는 돈만 주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VC는 잘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하고, 이럴 경우엔 그냥 돈만 주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 였습니다. 모르는걸 똑똑한척 한답시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 이건 회사에겐 완전히 독이 될 수가 있거든요. 물론, 잘 알고 자신 있으면 당연히 창업가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습니다.(예의 바르게, 싸가지 있게).
고맙습니다!
여러번의 투자를 받은 대표의 입장에서는, 가끔 VC들이 조금 똑똑한 티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나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사 업종의 인사이트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하구요.
잘 모르면서 이래저래 참견하고 아는 체는 하지 않고, 오히려 가끔 기대고 싶은 언덕이 필요할 때 많은 산업군을 본 사람으로써의 인사이트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유니콘 같은 VC 심사역 어디 없나요 ㅎㅎ
네, 어떤 말씀이신지 대략 이해했습니다. 실은 대부분의 VC들이 특정 산업에 대한 큰 그림, 유행, 트렌드 등에 대해서는 꽤 잘 알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직접 경험한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것저것 많이 읽긴 하거든요. 하지만, 창업가들이 정말로 필요한 건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세세한 디테일인데요, 이건 그 어떤 VC도 제공하기 힘들지 않을까,,,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마지막 문구가 핵심이네요. 직접 사업을 해보면 된다는…
저도 창업을 해서 쥐꼬리만한 회사라도 운영을 해보니 느껴지는 게 많은 칼럼인거 같습니다.
단순 아는 게 많고 똑똑한 것 그 이상의 여러가지 능력들 +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강인한 멘탈 + 개인이 통제하기 힘든 적절한 운 등등…
일일이 열거하지도 못할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비로소 회사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