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소셜 인기의 허상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SNS’라는 약자는 족보가 없다. 미국에서는 SNS라는 말을 사용하지도 않고, 무슨 말인지 거의 모른다. 그러니까 미국인들 대상으로 발표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social media’ 정도로 말하는게 맞다.

요샌 정말 소셜 미디어의 세상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만 되면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플러스, 링크드인 등을 쓰면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싸게 스타트업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나도 꽤 많은 사람이 읽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2007년도에는 트위터는 존재하지 않았고 페이스북도 주위 그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는 않았을 때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는 2010년 8월 ‘스타트업 바이블’을 출간하면서 였다. 돈은 별로 없고, 싸게 책을 홍보하기에는 딱 좋은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촌놈이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고 갑자기 여기저기서 질문과 강연 문의가 들어오니 나는 신나서 나 자신과 책을 홍보했다. 뭔가 일이 잘 풀리면, 그걸 두 번, 세 번의 성공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정작 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아무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와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페이스북 친구가 몇 명이고 트위터에 팔로어가 몇 명인지 챙기고 신경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금방 정신 차렸고 난 생산을 해야하는 사람이지 소비하는 사교계 인사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유익한 내용이 아니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책 관련해서는 계속 홍보는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배울 게 있는 사람만 팔로우한다.

6개월 전에 실리콘 밸리에서 갓 알을 깬 스타트업 창업팀과 인사할 기회가 있었다. 창업자는 아직 제품도 안 냈는데 사전 마케팅과 ‘붐업’을 잘해서 이미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팬을 5,000명 넘게 모았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차례 페이스북 친구들한테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제품도 없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참고로 Coca-Cola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하는 팬은 5,70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한 컨퍼런스에서 만난 코카콜라 소셜 마케팅 담당자에 의하면 5,700만 명을 가지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는 스스로 빛을 내며 자신을 알린다. 소셜 미디어는 부가적인 홍보 수단일 뿐이다. 소셜 미디어는 남용하지 말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

From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34 – 소셜 미디어 인기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

Yelp가 그랬으니까

얼마전에 Fast Company에 실린 Yelp와 창업자 Jeremy Stoppelman 관련 기사를 읽고 많이 공감하고 느낀 점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본다.

이 기사를 쓴 Max Chafkin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시작한다. 어느날 갑자기 그의 아이폰 홈 버튼이 죽어버렸다. 아무리 세게 눌러봐도, 새끼 손톱으로 살짝 이런저런 걸 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아이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건 그의 인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근처 애플 매장을 찾아갔더니 $200를 내고 아예 폰을 교체하라고 했다. 그는 일단 집에 왔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고장난 홈 버튼을 달고 살아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답답해서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는 Yelp 앱에서 “home button repair”로 주변 검색을 했다. 그리고 Peter를 발견했다. 피터는 샌프란시스코 금융 지역에 위치한 낡은 건물 7층의 다 쓰러져가는 코딱지 만한 가게에서 일하는 남아시아 출신의 30대 청년이다. 그의 사무실은 애플 스토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지저분하고 초라했다. 작업대, 생수기 그리고 낡은 가구들 몇개가 전부였다. 맥스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피터에게 쓱 한번 물어봤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오죠?”
그는 맥스를 쳐다보지도 않고 “인터넷이요,” 하면서 다시 아이폰 수리하기 바빴다.

피터와 같은 ‘동네’ 상인들과 구멍가게 주인들에게는 Yelp 자체가 어쩌면 인터넷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Yelp가 없으면 비즈니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맥스가 Yelp를 통해서 찾은 피터는 그가 사는 곳에서 800미터도 되지 않은 곳에 있었고 160명 이상의 리뷰어 중 140명 이상이 그에게 별 5개를 줬다. Yelp의 지도를 통해서 피터의 가게까지 가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고 피터는 30분 만에 맥스의 아이폰 홈 버튼을 완벽하게 고쳐놓았다. 가격은 $89.
아마도 그날 밤 맥스는 피터한테 별 5개를 또 줬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싸이클은 돌고 돈다.

이 이야기가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별거 아닌거 같지만 잠시 한번 생각해보자. 맥스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인생 자체가 담긴 아이폰을 본명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아이폰 수리 자격증도 없는 아시아 출신의 피터라는 친구한테 아무런 의심없이 맡긴 것이다. 피터가 아이폰을 그냥 훔쳐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첨단기기도 없는 이 친구가 아이폰을 완전히 망가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맡겼다. 왜냐하면 Yelp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Yelp는 맞았다. 피터는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빨리 아이폰을 완벽하게 고쳤으니까.

이거 엄청난거 아닌가? 사람들이 Yelp라는 서비스를 얼마나 신뢰하면 이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아, 정말 “서비스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어디가서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날이였다.

여러분들은 Yelp와 같은 믿을 수 있는 서비스들을 알고 계시나? 혹시 이런 경험이 있다면 답글로 공유 부탁한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

땅 덩어리가 작아서인지 아니면 전국민이 똑같이 받는 주입식 교육 때문인지, 미국인들과 비교해 봤을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름’을 잘 인정하지 않는거 같다.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의견을 펼치면 이건 ‘다른’게 아니라 ‘틀린’게 된다. 그리고 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이 맞는건지 상대방을 열심히 설득하려고 한다. 말이 설득이지, 상대방을 욕하고 비방한다고 하는게 더 적합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이런 걸 느꼈다. 나는 솔직히 정치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성향때문에 문재인씨보다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한국 사람들과는 거의 공유 조차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박근혜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 이번에 새로 알게된 사실은 내 주위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문재인씨를 지지 – 나를 거의 미친놈 취급하면서, 욕하고 왜 그게 틀린건지에 대해서 설득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옳고 틀린게 어디있는 것일까? 모든 개개인은 지금까지 자라온 배경, 받은 교육, 어울린 사람들 그리고 성향 때문에 다를 수 밖에 없고 이건 정치도 마찬가지인데.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몰몬교 등….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교가 존재하고 자기가 자란 환경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각기 다른 종교와 신을 믿는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교인들은 타 종교에 대해서는 그들이 틀렸고, 성경을 잘 못 알고 있다고 비난한다. 남의 관점에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친구들은 이런 ‘다름’을 잘 수용하고 이해하는 편이다 (최소한 내 주변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믿음은 자기 자신의 것이지 이게 남들과 같을거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최대한 이해하려고 무진장 노력한다. 나도 한국에서 꽤 오랜 시간을 교육받고 자라서 그런지 내 생각이 옳다고 믿으려는 성향이 있는 편이지만 최근 몇 년 들어서 많이 노력해서 개선을 했다. 이젠 여유있게 “저 사람은 나랑 이렇게 다르게 생각을 하는구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그럴 수도 있을거 같네.”라는 결론을 많이 내리는 편이다.

얼마전에 집 근처 초등학교를 지나고 있었다. 한 장애인이 힘들게 걸어가고 있었고, 어떤 어린이가 그걸 보면서 엄마한테 “엄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걸어요?”라고 묻자 엄마의 대답은, “저 사람은 우리랑 다를 뿐이야. 그래서 조금 다르게 걷는거야.”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분명히 우리보다 ‘못하고’ 그래서 ‘불쌍한’ 사람이라고 했을것이다.

beLAUNCH 2013 – REVOLUTION!

*공시: beLaunch 행사를 주최하는 beSuccess는 Strong Ventures의 포트폴리오 회사이다

올 6월 13일 ~ 14일 이틀동안 양재동 aT Center에서 첫번째 beLaunch 행사가 열렸다. 전에 내가 블로그를 통해서도 밝혔었지만 beSuccess 팀과 같이 준비를 하면서도 많은 위기와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실은 행사 바로 전날 무대위의 스크린이 무너지면서 새벽 3시까지 마음 조마조마했고,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했던 첫 행사라서 그런지 여러가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500명 이상이 참석하면서 단 한번의 행사를 통해서 명실 공히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대/최고의 tech conference로 자리매김을 했다. 특히, beLaunch 2012는 “IT 행사 = 무료”라는 악습과도 같은 한국의 conference 문화를 보기좋게 탈피해서 “좋은 행사 = 유료”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장담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중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도 많다) 제대로만 하면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내년 5월 1일 ~ 2일 이틀동안 코엑스에서 열릴 두번째 행사 beLaunch 2013의 윤곽이 어느정도 잡혔다. 행사의 테마 “Revolution (혁명)”에 걸맞게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파격적인 스피커들, 스타트업들 그리고 컨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beLaunch 2013은 단순한 tech 행사를 넘어선 tech/media/entertainment가 융합된 행사가 될 것이다.

물론, 2012 행사가 성공적이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행사장의 시끄러움이나 (무대와 부스 공간이 분리 되지 않았슴) 동시통역의 저질 수준 등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점들을 내년에는 깔끔하게 해결할 계획이다.

비만 창업팀

비개발자나 비디자이너 출신의 창업가들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는 계속 해왔다. 그래서 우리도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없는 창업팀이라면 왠만하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예외도 있는데 그건 창업가가 이미 성공경험이 있어서 능력있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쉽게 데려올 수 있는 경우이다). 우리가 또 싫어하는게 있는데 바로 ‘비만’ 창업팀이다. 다시 말하면 lean하지 않은 창업팀인데 초기 창업팀/팀원이 너무 많은 경우를 말한다.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4명 이상의 인력이 있다면 이건 내 눈에는 비만이다. 지방이 너무 많이 끼여있는 거다.

최근에 만난 2개의 팀이 있다. 한 회사는 9명, 다른 회사는 11명이 있었다. 운 좋게 부자 부모 만난 창업가랑 다른 사업을 소유하고 있는 창업가가 있어서 초기 자본은 스스로 마련했다. 사업을 시작한지는 반년이 넘었는데 두 팀 모두 10명의 인력을 가지고도 아직 제대로 된 제품 하나 시장에 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매달 인건비로 거의 2,000 – 3,000만원이 나가고 있었다. 10명 직원 중 개발자는 2명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영업, 마케팅 그리고 관리 인력들이었다. CFO도 어디서 영입을 해왔다.

이런 회사들은 조심해야 한다. 아직 제품도 없는 회사가 무슨 영업과 마케팅 인력이 필요한가? 팔게 없고 홍보할게 없으니 영업과 마케팅 인력은 필요 없다. 만약에 해야 한다면 대표이사가 이 시점에 직접 해야할 일들이다. CFO? 돈 한푼 못벌고 매달 고정 비용만 나가는 회사가 무슨 회계? 그것도 사장이 엑셀이나 구글닥스로 하면 된다.

왜 이런 비만 창업팀이 만들어질까? 근본적인 이유는 창업자들이 비개발자/비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개발/디자인 스킬이 없는 3명이 일단 회사를 차린 후 여기저기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데려와서 회사를 꾸리면 5명이 훌쩍 넘어버린다. 그런데 초반에 실제로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은 개발자와 디자이너이고 3명의 창업 멤버들은 솔직히 하는일이 없다. 그냥 잉여인력으로 회사돈만 까먹는다. 뭐 하나 만들 줄 모르니 어쩔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직접 창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개발자 1명, 디자이너 1명 이렇게 2명이면 몇 달 안에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코딩하는 디자이너라면 혼자서도 몇달만에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날씬한’ 팀과 위에서 말한 ‘비만’ 팀을 비교 해본다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회사의 성공 확률이 더 높을지 대략 판단이 설 것이다.

Instagram의 경우를 한번 보자.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거의 1조원의 가격에 인수되었을때 이 회사 직원 수는 13명이었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11명이라고 한다). 13명의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1년 반 만에 1조원 짜리 회사를 만들었다. 위에서 말한 제품도 없는 9명 팀원의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회사의 가치가 과연 얼마라고 생각할까? 분명히 6,900억원은 아닐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gigaom2.files.wordpress.com/2013/11/turkey.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