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생활

이 사진은 우리집 거실에서 바라본 필라델피아 Center City의 야경이다. 이렇게 보니까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실은 아직도 저 건물들이 어떤 건물인지 모른다…)

토요일이다..아니, 매우 더운 토요일이다. 앞으로 공부는 일요일 저녁부터 목요일 저녁까지 하고 주말은 책을 절대로 안보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토/일요일 오전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일요일 저녁부터 다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패턴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물론 새벽에 운동하던 습관은 계속 유지를 할 생각이다.

지현이가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100점 맞았다. 서류 절차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실기 시험을 볼 수 있는 Learner’s Permit이 생겼다. 운전면허가 그동안 계속 골치거리였는데 필기시험이라도 붙으니까 마음이 좀 놓인다. 다음 주에 예약한후에 나랑 같이 실기 시험장에 가야한다.

여기와서 계속 먹기만 해서 몸이 찌뿌둥했는데 간만에 밖에서 조깅을 좀 해볼까 하고 물병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으..엄청나게 더운데 이왕 나온거 그냥 뛰자..우리집이 있는 31번가에서 37번가의 JMHH 건물을 지나서 40번가까지 뛰어서 40번가와 Chestnut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NAN이라는 프랑스-타이 식당을 찍고 다시 집까지 조깅을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운동을 최근에 안해서 그런지 숨이 목까지 차서 헥헥거리면서 달렸지만 기분은 매우 상쾌하더라. 내친김에 Schuylkill 강가를 따라서 한 30분 정도 더 뛰었다. Travis가 개 2마리를 데리고 강가에 산책하러 나왔는데 다시 공부하는게 두려운지 계속 수학 시험 이야기만 하다가 다음 주에 와이프 Karen과 지현이랑 저녁 식사 한번 하자고 약속하고 계속 가던 길을 뛰어갔다. 웃통을 벗던, 바지를 벗고 뛰던 미국 사람들은 신경을 안쓰니까 참 편한게 나도 웃통을 벗고 필라델피아의 태양 빛을 맘껏 만끽하면서 힘차게 달렸다


저녁은 Left Bank 아파트에 사는 한국 사람들과 같이 한울 이라는 한국 식당에 갔다. 군대 동기이자 와튼 동기인 경범이 가족, 신도 합격하기 힘들다던 와튼 Round 3에 합격해서 LG 전자의 스폰서쉽을 받고 온 김수현씨 가족 그리고 우리 둘. LA 갈비, 순두부 찌개, 된장 찌개, 삼치 구이를 먹으면서 그동안 필라델피아에서 느낀 고충 및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게 먹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더라…43불씩 냈는데 그럴바에야 시내에 괜찮은 파스타 집을 가는게 훨씬 낫을듯…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내가 오믈렛을 하기로 해서 잠깐 grocery가서 양파, 버섯, 계란을 사왔다.

금요일

이번 주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정신없이 삽질한거 같은데 어찌되었던간에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어제와 같이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STAT611 수업만 들으면 이제 주말이다. 어제는 그래도 기초적인 함수에 대해서 배웠는데 오늘부터 갑자기 수업에 스피드가 붙은거 같다. 다양한 그래프와 함수를 이용하여 profit maximization 및 cost simulation을 하였는데 공대에서 듣던 수업과는 약간 느낌이 다른거 같다.

그동안 밀린 이메일과 기사를 읽으려고 Au Bon Pain에서 turkey ham 샌드위치를 사서 2층 study room에 들어갔다. 마침 내 동기이자 같이 The Left Bank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전세환이를 만났다. 학부때 고대에서 들었던 생산관리 과목을 바탕으로 와튼에서 비슷한 과목을 waive하려고 키보드를 열심히 치고 있었다. 이메일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는데 매우 반가운 이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Oceans International에서 도와주고 있는 회사 중에 MusicShake라는 회사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터넷을 이용하여 일반인도 직접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요즈음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UCC (User Created Content)와 비슷한 맥락의 서비스인데 나는 UCM (User Created Music) 서비스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너무나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탄탄한 기술 기반의 제품의 완성도 그리고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좋은 경영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꼭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 가서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시라고 권장하고 싶다.

하여튼 이 회사가 미국의 Venture Capital 회사로 부터 투자를 받는 일을 도와주는 동시에 TechCrunch20이라는 행사/대회에 지원하는 일을 도와주었는데…오늘 TechCrunch20 본부에서 최종 finalist 100개의 벤쳐 기업 중 하나로 MusicShake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TechCrunch20: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블로그인 TechCrunch에서 2007년 처음으로 시도하는 행사이다.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전세계의 벤쳐기업 20개를 최종 선정하여 실리콘밸리에서 잘나가는 Venture Capital 회사와 유명인사들 앞에서 회사소개/제품데모를 할 수 있는 큰 행사이다. 올해는 약 26개국에서 700개의 신청서가 접수 되었으며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MusicShake가 100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제 마지막 데모와 발표 후, 100개 기업 중 최종 20개의 기업이 선정되며 9월 17일 ~ 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지막 결승이 있다.

심사위원으로는 Netscape 창업자인 Marc Andreessen, “The Long Tail”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Chris Anderson, Google의 임원인 Marissa Mayer, Sequoia Capital의 간판 스타인 Roelof Botha 등 이 분야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이 직접 우리가 발표/데모하는 자료를 본다고 상상해 보라!

앞으로 이런 한국 회사가 많이 생겨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도 많고, 열심히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해야하는데 아직까지는 언어의 장벽, 사고의 차이, 변화하기 싫어하는 태도 등 때문에 성공한 사례는 많이 없다. 물론 Oceans International과 같이 중간에서 broker를 하는 전문적인 회사들도 많이 생겨야한다. 다음 주 데모/발표를 꼭 성공적으로해서 9월17일/18일 개최될 최종 결승에서 전세계를 깜짝 놀라케 할 것이다. MusicShakeYouTube와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순간, 전세계 음반 시장에는 큰 지각 변동이 생길것이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금요일 주말을 celebrate하기 위해서 지현이랑 Transformer를 봤다. 많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역시 엄청난 computer graphic과 볼거리가 많은 블록버스터였다. Michael Bay 감독은 나를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성도 나와 비슷하다…마이클 배이…Bay랑 Bae랑 발음이 거의 비슷..)

지현이는 내일 운전면허 필기 시험 준비하느라 아주 열심히 모의고사를 풀고 있는데..여기도 만점 받으면 박수 쳐줄라나 ㅋㅋ

Convocation – 입학식

점심 식사 후 Wharton의 auction 시스템을 이용해서 듣고 싶은 수업에 bidding을 하였다. 와튼의 수강 신청 시스템은 굉장히 독특한데 9월 실제 학기가 시작하면 그때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간단히 정리해서 말하자면, 각 학생한테 일정 점수가 주어지며, 이 점수를 이용하여 학생들은 듣고 싶은 수업에 경매방식을 통해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수업외 몇가지 재미있는 행사가 올라와 있었는데 Phillies 대 Dodgers 야구 경기에 가지고 있는 점수 2,000점 중에서 1,000점을 bidding 하였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5시30분부터 Irvine Auditorium에서 진행되는 Wharton MBA Class of 2009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지현이와 같이 집을 나왔다. 대부분 수업이나 행사는 (recruiting 행사 제외) 그냥 캐주얼 복장이지만, 입학식은 business casual 복장 코드가 있기 때문에 더운 날씨지만 긴 면바지에 긴 남방을 입고 갔다.

2007년을 맞이하여 Wharton에는새로운 학장이 취임하였는데 그가 바로 Thomas S. Robertson이다.
London Business School에서 명성을 날린 교수이자 Emory 대학의 경영대학원인 Goizueta Business School의 학장
인 Robertson 학장이 학장 가운을 입은 상태에서 낮은 톤의 목소리로 약 1,000명 (학생 + 배우자)의 청중 앞에서
시 다시 한번 명 speech를 하는 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여러분은 6,500명의 지원자 중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6,500명의 지원 서류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읽었습니다. 물론 과거에 이룬 업적도 고려되었지만, 더 중요한 점은 여러분들의 potential을 높게 평가하였다는 점 입니다. Be a leader, make Wharton proud!
  • 와튼은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경영대학원 입니다. 90,000명의 동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재계, 정계 및 모든 분야에서 여러분의 선배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느 이러한 위대한 전통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미국의 Wharton School이 아닌 세계의 와튼 스쿨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경쟁 상대는 Havard Business School이나 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가 아닙니다. 전세계 5,000개의 경영대학원입니다.

내가 미국 노교수들에 대한 지나친 존경심이 있는건지…하여튼 너무 너무 멋진 입학 연설이었다. 간단한 입학연설을 마치고 reception을 위해서 University Museum으로 지현이와 같이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 4월달에 같이 저녁을 먹었던 베네주엘라의 Luis를 만나서 반갑게 또 담소를 나누었다. 베네주엘라에서 올해 온 학생들은 4명밖에 없는데 35명이나 온 한국에 비하면 그 나라의 위상을 알 수가 있다. 박물관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음식과 술…그리고 자유로운 토론..음식은 그냥 항상 리셉션을 할때 나오는 음식..소세지, chicken satay, samosa 등 간단한 스낵과 맥주/음료수를 자유롭게 먹으면서 이친구 저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인데 솔직히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좀 지겨워진다..아무 의미없는 이러한 네트워킹 행사보다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는 소규모의 이벤트가 훨씬 더 효과적인거 같다.


기다리는 도중 한국의 미녀 3총사 지효미씨, 김나미씨, 노진주씨와 한 컷! 다 머리 좋고 사교성이 활발해서 잘 지내는거 같아서 보기 좋네.


나는 지현이랑 중간에 나와서 Walnut과 40번가에 위치한 Marathon Grill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다. 새로산 Honda Accord를 끌고…

STAT 611 첫번째 수업

오전 9시에 G06 강당에서 Wharton에서의 첫 수업을 듣다! 실은 STAT611이라는 굉장히 기초적인 과목이다. 음..우리나라로 따지면 경제/경영 수학 기초라고나 할까? 함수, 변수들의 관계 그리고 이러한 수학 공식/개념이 경제나 경영에어떻게 적용이 되는가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목인데 실은 공과대학을 나온 한국사람이라면큰 어려움 없이 들으수 있는 수업인거 같다 (첫 수업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실은 logarithm이 오랜만에 등장하니까 나도 좀 혼란스럽더라..)

교수는 Abrahm Wyner라는 굉장히 재미있는 교수다. 실은 3시간동안 (한큐에 3시간짜리 수업이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계속 감탄을 했던 이유는 “이렇게 재미없는 수학 과목을 어떻게 저렇게 3시간 동안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확실히 미국 교육은 한국보다 한 수 위인거 같다. 인정하기는 싫지만…한가지의 경제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와 그 결과를 수학을 적용해서 푸는 간단한 방식의 수업이지만 그 force와 깊이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핸드폰 사용자의 수 / 미래의 시장 점유율에 대한 그래프를 유심히 보다가 보니 이미 3시간 수업이 끝났다.

끝나고 Wes, 조연주씨 그리고 연주씨의 고등학교 동창인 Suma랑 같이 Au Bon Pain에서 샌드위치를 뜯었다. 조연주씨와 Suma는 뉴욕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여기서 다시우연히 만나게 되거니..참 세상이 좁은거 같다…그런데 더 재미있는거는 연주씨 남편이 나랑 같이 군생활을 했던 카투사 후배다..ㅎㅎ what a small world!

Wharton Class of 2009 Orientation

필라델피아에 온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시차적응이 완벽하게 안되었나보다…오늘은 아침9시에 Welcome Breakfast를 시작으로 Wharton Class of 2009 학생들 전체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인데 눈을 떠보니 10시였다. 뭐..어차피 4월달에 와서 알아야할 사항은 이미 숙지하고 있는 관계로 어차피 늦으거 그냥 어슬렁 어슬렁 걸어 가서 JMHH에 11시 정도 도착했다.

들어가자 마자 Wes Chung이랑 우연히 마주쳤다. Wes는 4월 Welcome Week에서 만났던 한국 교포인데 평생을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살았고 Jazz Pharamaceuticals라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 온 덩치가 큰 친구인데 최근에 이 회사가 NASDAQ에 상장해서 때돈을 번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물어보니 상장 이후 상황이 썩 좋은거 같지는 않다.

MBA Office에서 가방, T 셔츠와 pre-term과 관련된 folder를 받은 후 내가 배정된 Cohort D가 있는 방으로 갔다.

와튼은 850명의 학생을 약 12개의 Cohort라는 소그룹으로 분류를 한다. 출신 국가, 성별, 학벌, 직장 경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만들어진 Cohort는 앞으로 1년 동안 대부분의 수업을 같이 듣는 그룹이며, 다양한 과외 활동을 같이하는 그룹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학교 생활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그룹이다. 그리고 6명으로 구성된 Learning Team 또한 같은 Cohort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마음에 들던 안들던 간에 1년 동안 많은 communication을 해야한다.

몇 명 익숙한 얼굴 또한 교실에서 보였다. 이미 한국에서 인사한 Bain&Company; 출신 한재영, 승훈이형, 내 결혼식에도 왔었던 소민이. 그리고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메이을 주고 받았던 David Choi. 한국에서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 교실에 모였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서로 소위 ‘뻘쭘해서’ 그냥 말도 안하고 앉아 있을텐데 역시 말하는걸 좋아하는 외국애들은 낯선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교실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와서 인사를 하는 한 까만 아저씨..아 David!!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의 David은 4월달 Welcome Week 때 같이 잠시 서서 이야기를 한 친군데 용케 내 이름까지 기억했다. 곧 Wharton의 부학장인 Anjani Jain 교수가 직접 들어와서 각 학생들한테 자기 소개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포인트는 꼭 포함을 시키라고 1.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 2. 최종 학력 3. 필라델피아에 대한 첫 인상.

예상은 했지만 우리 Cohort의 diversity는 상상을 초월했다. 와튼 스쿨의 미국 학생 비율은 약 60%이다. 나머지 40%는 나와 같은 외국학생들인데 Cohort D는 미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한 50:50 정도 되는거 같았다. 대부분 “나는 xxx에서 태어났는데, yyy에서 자랐고, 최근 몇년 동안은 zzz에서 일했다.” 라는 식으로 자신을 소개할 정도로 international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Wharton에서의 2년이 매우 기대된다.

집에 오니까 지현이는 필라델피아 요가 스튜디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내일부터 요가 등록을 한다고 한다. 나는 이 기회에 요가 지도자 자격증까지 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