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2

Silicon Valley로 와라

silicon-valley“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무조건 실리콘 밸리로 와서 창업하세요.” 나랑 내 파트너 John이 항상 주장하는 조언이다. 큰 시장을 넘보는 걸출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한국 벤처라면, 실리콘 밸리는 사람과 돈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다.

왜? 일단 실리콘 밸리는 기후가 좋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북쪽 지역인데 여름은 습도가 낮아서 기온이 높아도 덥지 않고 겨울은 비만 오지 춥지도 않다 (올해는 조금 예외였다). 연중 햇빛이 비치고 평균기온은 15도 내외다. 벤처의 핵심은 사람, 돈, 아이디어인데 실리콘 밸리는 이러한 환경적인 조건 때문에도 세계에서 사람이, 그리고 사람 따라 돈이 제일 집중되는 지역이다.

실리콘 밸리 하면 스탠퍼드와 UC 버클리 대학 (한국에서는 그냥 ‘버크리’라고 한다)을 빼놓을 수 없다. 아마도 우리가 아는 tech 회사와 스타트업의 90% 이상이 이 두 대학교와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 두 대학은 게다가 공과대학이 아니라 모두 종합대학이다. 엔지니어 말고도 인문, 예술, 경영 분야에 인재가 많다. 그래서인지 스탠퍼드, UC 버클리는 인재를 배출하고, 인재는 완벽한 기후에 홀려 실리콘 밸리에 한번 발을 붙이면 떠나지 않는다.

벤처를 하려면 같은 부류의 사람이 많은 실리콘 밸리가 좋다. 비범하고 창의적인 창업자/엔지니어/디자이너가 넘쳐 흐르기 때문이다. 열정과 창의력이 있는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재가 몰려서 비즈니스를 만들고, 좋은 비즈니스에 돈이 다발 채로 투자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토착 실리콘 밸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지만 성공 사례가 드문 이유는, 실리콘 밸리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일류대학을 단기간에 조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실리콘 밸리 VC들을 빼놓을 수 없다. 전에 나는 페이스북의 초기 대량 투자를 성사시켰던 ‘영업하는 VC’ Kevin Efrusy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그와 같이 실리콘 밸리 투자자들은 ‘초 공격 투자 철학’으로 다른 VC를 압도한다. 페이스북도 원래는 동부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교 기숙사에서 창업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에는 보스턴 기반의 VC에게 손을 벌렸지만, 모두 다 주춤하는 사이에 저커버그는 서부 실리콘 밸리로 이주했고 거기서 바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물론 이 말들을 잘못 해석하지 말자. 나는 분명히 선택의 여지가 있고 여건이 된다면 실리콘 밸리로 오라고 했다. 그냥 무조건 오라는 말은 아니다. 언어, 비용, 전략 그리고 왕도없는 비자 문제…이 모든게 한국의 창업가가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특히, 얼마전에 John이 영어에 관련된 아주 좋은 글을 썼는데 영어는 기본이다.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6 – 태평양을 건너 실리콘 밸리로 오라

<이미지 출처 = http://www.sfweekly.com/thesnitch/2014/11/19/heres-your-chance-to-be-a-silicon-valley-venture-capitalist-for-a-day>

‘스타트업 바이블 2’ 종이책

이 블로그를 오래 읽으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전통적인 종이책 출판 과정에 존재하는 거품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작가에서 독자로 direct로 갈 수 있도록 ‘스타트업 바이블 2’는 전자책으로만 출판을 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전자책 도입이 느리지만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의 빠른 보급,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인구가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 그리고 엄청난 컨텐츠 소비량의 증가와 같은 현상을 감안했을때 한국의 전자책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지금까지 썩 좋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결과는 절대적인 책 판매량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거다. 책에 대한 피드백과 관심도와는 별개다). 특히, 스타트업 바이블 1권 종이책과 비교해보면 정말로 처참하다.

출간 후 첫 3개월치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3,613 vs. 358로 거의 10배가 차이난다. 특히 첫 한달 판매량은 스타트업 바이블 1 종이책 – 3,077권, 스타트업 바이블 2 전자책 – 191권으로 그 차이는 더 심하다. 왜 이럴까? Mary Meeker의 보고서만 봐도 이제 종이책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을 받는데 내 전자책은 왜 이렇게 성적이 저조할까?

내가 출판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자책이 잘 안팔리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 플랫폼: 작년 10월 한국에 나갔을때 느꼈던건 우리나라에는 충분히 많은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배포되었고, 지하철에서 70% 이상의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전자책이 독자들의 기기로 가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건 아직 iTunes Store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바이블2는 아이북스의 quality가 가장 좋다).
  • 독서문화: 전자책의 장점은 독자들이 서점에 갈 필요없이 손가락으로 언제나 바로 책을 – 주로 종이책보다 더 저렴하게 –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잡한걸 싫어한다. 그래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더 매력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책은 매우 특별한 물건이다.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하며,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보면서 정신적으로 흐뭇해질 수 있어야 한다.

혹시 ‘스타트업 바이블2’의 내용이 형편없는건 아닐까? 내가 작가로써 보장하건데 ‘스타트업 바이블2’의 내용이 ‘스타트업 바이블1’보다 더 탄탄하고 재미있다. 절대로 1권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컨텐츠의 수준 때문에 2권의 판매가 저조한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이 잘 안되어서? 책에도 관련 내용으로 여러 챕터가 있지만 나는 돈 들이는 마케팅 따위는 믿지 않는다. 컨텐츠가 좋다면 알아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유기적으로 마케팅이 된다. ‘스타트업 바이블2’의 컨텐츠는 최고다. 하지만, 전자책 유통의 문제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한테 배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서 입소문의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아주 중대한 결정을 했다. ‘스타트업 바이블2’를 종이책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물론 나도 오랜 시간과 기회비용을 희생하면서 쓴 책이라서 손익분기는 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이렇게 좋은 내용이 전자책 플랫폼의 한계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한테 읽혀지지 않는게 안타깝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출판사를 통해서 종이책을 배포하는건 아니고 Amazon과 교보문고의 POD (Print On Demand) 서비스를 이용한 종이책이다. 대량의 책을 인쇄한 후에 판매하는게 아니라, 독자들이 주문을 할때마다 책을 하나씩 on demand로 찍어서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POD’라는 단어가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 quality는 일반 책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오히려 더 좋다) 안심하고 구매해도 된다.

소셜 인기의 허상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SNS’라는 약자는 족보가 없다. 미국에서는 SNS라는 말을 사용하지도 않고, 무슨 말인지 거의 모른다. 그러니까 미국인들 대상으로 발표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social media’ 정도로 말하는게 맞다.

요샌 정말 소셜 미디어의 세상이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만 되면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플러스, 링크드인 등을 쓰면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싸게 스타트업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나도 꽤 많은 사람이 읽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2007년도에는 트위터는 존재하지 않았고 페이스북도 주위 그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는 않았을 때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는 2010년 8월 ‘스타트업 바이블’을 출간하면서 였다. 돈은 별로 없고, 싸게 책을 홍보하기에는 딱 좋은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촌놈이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고 갑자기 여기저기서 질문과 강연 문의가 들어오니 나는 신나서 나 자신과 책을 홍보했다. 뭔가 일이 잘 풀리면, 그걸 두 번, 세 번의 성공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정작 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아무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와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페이스북 친구가 몇 명이고 트위터에 팔로어가 몇 명인지 챙기고 신경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금방 정신 차렸고 난 생산을 해야하는 사람이지 소비하는 사교계 인사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유익한 내용이 아니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책 관련해서는 계속 홍보는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배울 게 있는 사람만 팔로우한다.

6개월 전에 실리콘 밸리에서 갓 알을 깬 스타트업 창업팀과 인사할 기회가 있었다. 창업자는 아직 제품도 안 냈는데 사전 마케팅과 ‘붐업’을 잘해서 이미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팬을 5,000명 넘게 모았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차례 페이스북 친구들한테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제품도 없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참고로 Coca-Cola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하는 팬은 5,70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한 컨퍼런스에서 만난 코카콜라 소셜 마케팅 담당자에 의하면 5,700만 명을 가지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는 스스로 빛을 내며 자신을 알린다. 소셜 미디어는 부가적인 홍보 수단일 뿐이다. 소셜 미디어는 남용하지 말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

From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34 – 소셜 미디어 인기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

지분 희석 개론

지분 희석 (stock dilution)에 대해서는 전에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조금 어렵다고 하는 분들을 위해서 실험 삼아서 동영상을 만들어봤다.
*장비: iPad, ScreenChomp App, Targus Stylus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20 – 지분은 희석된다

가족한테 투자 받기

엔젤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어떤 젊은 친구랑 밥을 먹는데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배 대표님, 실은 저희 아버님께서 대기업 CEO입니다. 할아버지는 이름만 들으면 아는 K씨고요. 전부터 부모님께서 3억 정도 종잣돈을 대주시겠다고 하는데, 영 껄끄럽더라고요. 나중에 잘못되면 아버님 보기도 미안하고요. 도리가 아니라 거절했습니다.”

나는 밥먹다가 젓가락을 책상에 던지면서,
“야 이 새끼야! 너희 아버님 돈은 잘못되면 미안하고 우리 돈은 잘못돼도 괜찮다는 말이냐!” 라고 버럭 한마디 해줬다.

가족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거에 대한 독자분들의 생각은?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가족의 돈으로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반대다. 초기 펀딩을 유치할 시점에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제품이 없다. 단순한 아이디어 또는 아주 early alpha 버전만 가지고 있을텐데 이걸 가지고 기관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는다는건 정말 힘들다. 과거에 성공적으로 exit한 경험이 없거나 지금 잘나가는 제품이 없으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투자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시점에 유일하게 나를 믿어주고 제품이나 아이디어 보다 ‘나’라는 사람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즉, 가족 또는 친구들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투자받으면 좋다. 내 천사들은 항상 주위에 있고 나를 잘 안다. 막말로 사업하다 망해도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감옥 갈 일은 (거의) 없다. 또한, 가족한테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향 후 기관 투자자들한테 아주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창업가 자신의 돈, 땀, 피, 노력 그리고 창업가 가족의 돈까지 스타트업에 쏟아 부었다면 정말로 이 창업가는 완전이 올인하고 있구나 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내가 하려는 서비스도 유행을 탄다. 언제 유행이 끝날지 모르니, 돈을 주겠다면 아는 사람 돈은 무조건 받아서 빨리 시작해야 한다. 도리 어쩌고는 핑계다. 그런 창업가는 자신이 없는 것이다.

가족이 투자를 하겠다면 고맙게 생각하고 맘 바뀌기 전에 빨리 받아라. 그리고 그 돈을 가지고 죽을 힘을 다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성공해라. 성공해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면 된다.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17 – 가족이 투자하겠다면 축복이다,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