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2

MVP 출시의 고통

요새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이 몇 분 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한 후에, 이 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어떤 성장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언을 주는 건 내가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힘들지만, 지금 아무것도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 소위 말하는 product/market fit을 찾는 걸 도와주고 조언해주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다.

얼마 전에 이 중 한 분과 이야기하다가 MVP(Minimum Viable Product)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는데, 초기 스타트업과 만나다 보면 MVP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항상 등장한다. MVP의 기본정의는 대략 다음과 같다.

MVP는 출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다. 보통 얼리어답터와 같은 소수 잠재 고객에게 먼저 공유를 한다. 이런 고객이 불완전한 제품의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생산적인 의견을 주기 때문이다. MVP의 기본이 되는 사상은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이다.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면 고객 성향을 빨리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창업자가는 고객이 관심 없는 기능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을 빠르게 내야 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2‘ 23계명 – 빨리 똑소리 나는 MVP를 만들라

제품을 매일 매일 만들고, 이 제품을 시장에서 마케팅하면서 product/market fit을 찾기 위해 밤새워서 고민하는 창업가들은 MVP의 정의도 잘 알고 있고, 제품 개발을 조금 해본 분들이면 어떻게 하면 좋은 MVP를 만들어서 시장이 좋아하는 제품으로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방법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MVP’는 어떤 제품일까?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만들어야지만 MVP라고 할 수 있을까?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질문을 나한테 많이 한다. MVP의 의미는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전적인 정의는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제품”이다. 당근마켓은 현재 전 국민의 40%가 사용하는 국민 중고 거래/로컬앱으로 성장했지만, 창업초기에는 모바일로 아주 쉽게 내 물건을 등록하고, 이걸 판교 지역 사람들에게 사고팔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제공했다(당근마켓의 원래 이름은 판교장터 였다). 이 MVP로 실험하고자 했던 건, 과연 사람들이 지역주민이랑만 거래할 의향이 있을까였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홈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미소의 MVP는 웹 기반의 간단한 청소가사도우미 매칭 서비스였다. 집 청소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뒤에서 미소 직원들이 고객의 집 근처에 있는 인력사무소에 전화해서 수동으로 가사도우미를 매칭해줬는데, 이 MVP로 실험하고자 했던 건, 과연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가사도우미 서비스 신청을 할까였다.

어차피 완벽한 제품은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오래 고민하고 개발해서 10년 후에 출시한다고 시장에서 환영받는 제품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에서 먹힐만한 제품과 시장이 실제로 원하는 제품은 다르고, 시장의 상황도 지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는 건 시간 낭비다. 이런 문제점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린 제품 개발 방법론 중 하나가 MVP를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고, 이후에 시장의 피드백을 지속해서 다시 제품에 반영해서 시장이 원하는 것과 가장 근접하게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완전한 제품을 만들어서 한 번의 무거운 제품 출시를 하지 말고, MVP를 만들어서 가벼운 제품 출시를 여러 번 하라는 조언을 나도 자주 하는데, 최근에 내가 느끼고 있는 건 MVP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돼서 완전한 제품의 완성도를 가진 MVP도 꽤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를 의식해서인지, 우리 투자사 포함, 많은 창업가들이 더 좋은 MVP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서 긍정적인 결과 보단, 부정적인 결과가 더 눈에 띈다. 더 좋은 MVP를 만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절대적인 개발 시간을 투입하는데, 어떤 회사는 MVP 만들어서 출시하는데 1년 넘게 걸리고, 예정 일정 대비 계속 출시가 지연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완성될 수 없는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MVP 출시 자체를 못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리고 계속 출시 준비만 하다가 회사가 망하기도 한다. 또는, 지연을 거듭하다가 결국 출시는 했는데, 그동안 타이밍을 놓치면서 시장의 요구사항이 바뀌거나, 아니면 경쟁사가 먼저 MVP를 출시하면서 모든 게 도로 아미타불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런 상황을 많이 보고 경험하면서, 내가 느낀 MVP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본다:
1/ MVP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된 건 확실하다. 하지만, MVP의 정의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기능만 탑재한 제품”이다. 무조건 빨리 출시하는 게 생존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2/ 이렇게 빨리 출시해서 시장의 반응을 보는 게,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고, 더 개발할 건 빨리 개발하는걸 결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3/ “최소한의 기능”을 조금 더 확대해석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라고 하고 싶다. 즉,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3-1/ Gmail보다 훨씬 더 사용하기 편리한 이메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MVP는 멋진 UI와 UX, 그리고 다른 부수적인 기능 보단, 일단은 이메일을 잘 보내고, 잘 받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이게 완성되면 일단 MVP를 출시하고, 이후에 시장의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제품을 계속 향상해야 한다. 모든 부수적인 기능이나 디자인을 입힌 후에 MVP를 출시하려면 출시 자체를 못 할 확률이 높다.
3-2/ 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정의를 제품 개발 시작하기 전에 잘 고민해봐야한다. 여기에서 정의가 어긋나면 MVP 자체가 산으로 간다.
4/ 그렇다고 허접한 MVP를 만들면 안 된다. 이 또한 망하는 지름길이다.
4-1/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능이 탑재되지 않고, 쓸데없는 부수적인 기능과 기술이 탑재된 MVP가 출시되면,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MVP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5/ 즉, MVP의 핵심은,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제품의 방향을 확정하기 위한 틀을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너무 빨리 만들어서 사용 자체를 못 하는 MVP를 출시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나도 정확한 평균치를 계산해본 적은 없지만, 좋은 개발력과 제품 기획력이 있는 초기 스타트업이 괜찮은 MVP를 만드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대략 6개월 정도인 것 같다. 6개월 이하면 원하는 제품이 안 나오고, 6개월을 넘기면 출시가 지연된다. 물론, 이건 산업마다 다르고, 시장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다.

마케팅 회사

며칠 전에 내가 Stripe 관련 을 쓰면서 완벽한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완벽한 제품과 관련해서 그동안 내가 계속 느끼고 생각한 점들을 조금 더 자세히 써본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되도록 새로운 앱을 깔지도 않고, 가입도 잘 안 하고 있다(우리 투자사 앱은 제외). 앱스토어가 처음 나왔을 땐 너무나 신기하고, 모든 게 새로워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앱을 깔고, 지우고, 또 깔고, 사용하고, 회원 가입하는걸 반복했는데, 이제 소위 말 하는 app fatigue가 너무 심하게 왔다.

한국도 회원가입 절차가 많이 간소화됐지만, 과거에 한국 서비스 회원 가입하려면 이것저것 요청하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회원 가입하다가 지친 경험도 많았고, 이런 불편함이 쌓이다 보니, 그냥 요샌 새로운 앱 설치를 잘 안 한다. 얼마 전에 내 폰에 설치된 앱 숫자를 세어보니, 아이폰 기본 앱을 제외하고 147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른 분들과 비교해보면, 솔직히 이게 그렇게 많은 게 아니지만, 어쨌든 나에겐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앱이었고, 이후에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앱은 다 지웠다. 하나씩 지우면서 생각해보면, 처음엔 호기심에 설치했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제품의 완성도가 별로인 앱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은 이 제품들의 수준이 그렇게 떨어지는 건 아니다. 대부분 보통 이상으로 개발되긴 했지만, 내가 자주 사용하는, 아주 높은 수준의 완벽을 추구하는 그런 제품들과는 차이가 크게 난다. 이런 보통 수준의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의 공통점은, 창업 이후 몇 년 동안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하고, 좋은 제품을 많이 벤치마킹하고, 제품 관련 인력과 개발 인력 고용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어느 수준 이상의, 제품을 깊게 사용해보지 않으면, 꽤 완벽해 보이는 껍데기까진 만든다. 내가 항상 이야기하는, 90% 완성도의 제품은 만든다. 실은,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90% 완성도를 달성하지 못하고 그냥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진짜 사업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이 정도 수준의 제품을 출시하면, 입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우리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유저들이 서서히 등장한다. 하지만, 입소문을 더 바이럴하게 퍼트리고, 우리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유저를 우리 제품이 없으면 안 되는 유저로 만들고, 그리고 결국엔 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선, 90% 완성도를 95%로 올려야 하고, 그 이후엔 또 97%로 올려야 하고, 그 이후엔 또 100%까지 올리기 위한 노력을 부단하게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제품력에서 나와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회사가 마케팅에서 이 노력을 한다.

회사가 커지고, 브랜드가 소문나고, 제품이 좋아질수록, 더욱더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데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마케팅 회사로 변해버린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돈을 쓰기보단, 마케팅에 돈을 쓰고, 돈을 태우는 마케팅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바이럴 효과가 마치 우리 제품이 본질적으로 좋아져서 생기는 바이럴 효과로 착각한다. 이렇게 착각하는 순간, 회사는 downward spiral(하강 나선)을 시작하고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현상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돈을 쓰는 것 보단, 마케팅에 돈을 쓰는 게 훨씬 더 편리하고,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누누이 강조하고, 당부하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마케팅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스타트업 분야는 빠르게 바뀌고 있고,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건 변화 그 자체이지만, 이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채용에 대해

작년에 내가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부탁은 바로 사람에 대한 부탁이었다. “개발자 소개해 주세요” , “마케터 소개해 주세요” , “사람이 너무 없네요. 채용이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과 채용에 대한 부탁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고, 어쩌면 올해는 더 많이 들을 것 같다. 우리가 투자한 모든 회사의 대표는 우리에게 최소 한 번 정도는 사람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개발자 채용에 대해 부탁을 했고, 우리도 아는 분들 많이 소개하다가, 너무 많아져서 우리 투자사 코드스테이츠랑도 연결해줬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제 우리도 이 채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고민한다. 그리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이젠 모든 분야의 모든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채용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 채용 전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리고 어디로 가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내가 정답을 제공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채용엔 답이 없다. 그냥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와 연줄을 100% 활용해야 한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도 좋은 사람을 채용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네이버, 쿠팡, 토스와 당근마켓과 같은, 대부분의 스타트업 보다 훨씬 돈도 많고, 복지도 좋은 회사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면, 작은 회사는 당연히 채용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큰 회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모시고 있다면, 이건 처음부터 작은 스타트업엔 불리한, 한쪽으로 기운 놀이터에서의 전쟁이기 때문에 모두 다 정신 빠짝 차리고 채용이라는 전쟁에 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을 내가 제공해줄 순 없지만, 어떻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 대기업이랑 똑같이 채용공고 내고, 누군가 좋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지원해주길 기다리는 방법은 절대로 안 된다.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다 말해줬다. 이렇게 같은 방식을 통해서 공개 채용을 하다 보면, 우리보다 브랜딩이 잘 되어 있고, 돈도 많은 대기업과 큰 스타트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연봉, 복지, 혜택이 훨씬 좋기 때문에 우선순위는 그쪽이 된다. 운이 좋아서 만약에 우리 회사에까지 이런 분들이 지원한다면, 그건 다른 곳의 면접에서 떨어진 경우인데, 이런 분들은 대부분 실력이 좋지 않거나, 또는 얼마 후에 곧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봤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제 기업가치가 상당히 커진 곳 들이 있고, 이런 회사들은 500억 원 ~ 3,000억 원 정도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좋은 인재는 얼마든지 연봉을 높게 주면서 채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어떤 대표는 금요일, 토요일 새벽 1시까지 채용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 채용하는 게 힘들고, 대표이사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하는게 ‘사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대표는 매달 미국으로 출장 가서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서 일하는 한국분들과 교류하면서 술 한잔한다. 술 한잔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매달 날아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게 하면서 회사 홍보하고 운 좋으면 좋은 인재를 모셔온다. 어떤 대표는 좋은 CTO를 모시기 위해, 3개월 넘게 밤마다 집 앞으로 찾아가서 삼고초려해서, 거의 사람을 질리게 만든 후에 채용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만큼 채용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도 많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채용에 목숨을 건다면, 돈도 없고 완전 듣보잡인 작은 회사의 –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이런 듣보잡 회사 소속일 것이다 – 대표는 영혼과 육체를 바쳐서 좋은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수백 번 귀찮게 하고, 필요하다면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전국, 전 세계를 찾아봐야 한다. 지방에도 은근히 좋은 인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스타트업 운영할 자격이 없다.

채용에 왕도는 없다. 그냥 스타트업의 모든 것과 비슷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그 순간, 우린 다른 회사와 비슷해지고, 그러면 우린 무조건 지기 때문이다. 채용에서 지면, 회사는 무조건 전쟁에서 진다.

The Startup Bible – 2021 정리

2022 Tiger

이미지 출처: 뿔개루기 / 크라우드픽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에 대해 정리를 하는데, 2021년도 이제 딱 하루가 남아서 이 블로그의 한 해를 정리해본다.

2021년에 난 96개의 글을 – 이 글 포함 – 올렸는데, 이는 3.8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같다. 96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50,757명이다(오늘, 내일 방문객 제외). 월평균 12,563명, 하루평균 413명이 방문한 셈이다. 작년 대비 트래픽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그 원인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쓴 글들이 작년 대비 별로였을 수도 있고, 그냥 요샌 읽을 게 워낙 많아서 트래픽이 분산됐을 수도 있다.

2021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스트레스 테스트
이 포스팅은 2019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혔던 글이고, 2020년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인데, 올해도 가장 인기 있었다. 내용이 나쁘진 않지만, 왜 가장 많이 읽혔는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스타트업을 어느 정도 운영한 분들이라면, 성장은 중요하지만, 돈으로 이 성장을 만들고 계속 유지하는 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부분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

2/ 현미경 지옥
많은 분이 쿠팡, 토스 또는 당근마켓과 같이 큰 스타트업은 모든 게 질서정연하고, 내부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됐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어느 정도의 질서와 시스템이 생기지만, 솔직히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동일하게 정신없고 개판이다. 워낙 빨리 성장하는 게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더 커지고, 더 발전할수록 더 정신이 없다.

3/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이 포스팅은 수 년 동안 꾸준히 읽히고 있는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다. 2010년도 9월에 썼으니까, 11년이 넘은 글인데, 내용을 보면 아직도 대부분 공감이 간다. 특히 이메일 주소 부분은. 또한, 이 글은 스타트업 바이블 포스팅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인데, 댓글이 거의 230개가 달렸다. 댓글들이 정말 재미있고, 웃긴데, 세상에는 진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것 같다.

4/ 스톡옵션 개론
이 글도 꽤 오래됐는데,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스톡옵션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올라가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은 쿠팡에서 일하는 친구가 스톡옵션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강남에 아파트를 사서, 그동안 관심 없던 스톡옵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분들이 현금을 선호했었는데, 이제 한국도 스톡옵션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5/ 밸류에이션 과부하
요새 시장에 돈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현금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정말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고, 우린 이 와중에 밸류에이션 50억 원 이하의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서 피똥 싸고 있는데, 우리만 이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6/ 창업가의 연봉
한국은 헝그리 정신을 불필요하게 강조하고 쓸데없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창업가들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는데, 일단 먹고 살아야 한다. 실은 창업가들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야지만 회사가 잘 되고, 주주들도 성공하는데, 여기엔 개인의 재정적인 건강함이 필수이다. 회사의 형편이 괜찮다면, 창업가들도 충분히 높은 연봉을 가져가야 한다.

7/ The Long Game
스타트업은 마라톤이다. 최소 10년 이상은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8/ 거절하기
이 글은 포스팅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10위 권으로 들어왔다.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게 쌓이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처음엔 두렵지만, 맘내키지 않으면 그냥 No라고 하면서 거절을 해야지만 스트레스 관리가 된다는 내용인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는 내용인 것 같다.

9/ 직원들의 스톡옵션
4위 글도 스톡옵션 관련 내용인데, 8위도 스톡 옵션 내용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도 스톡옵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지만, 이걸 부여하는 대표이사도 잘 알아야 한다.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도 일반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은 항상 애매한데,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글이다.

10/ 집중과 제거의 중요성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제거의 힘(Power of Elimination)’은 너무나 중요하다. 일을 할 때도 중요하지만, 그냥 인생에서도 항상 명심해야 하는 국룰이다. 냉정하게 제거하고, 가차 없이 집중하자. 실은, 이렇게 해도 성공하는 건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상 2021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재미있는 건, 가장 많이 읽힌 10개 포스팅 중 작년 탑 10에 들었던 글은 4개 밖에 없었고, 나머지 6개는 새로 순위에 진입한 글들이다. 과거에는 매해 순위에 오른 글들이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였는데, 이 새로운 패턴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순위 매기기는 별 의미는 없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 포스팅을 하다 보면, 한 해가 정리가 되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Happy New Year!

The Startup Bible – 2020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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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jfactory / 크라우드픽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에 대해 정리를 하는데, 마침 오늘이 2020년 마지막 날이라서 이 블로그의 한 해를 정리해본다.

2020년에 난 100개의 글을 – 이 글 포함 – 올렸는데, 이는 3.7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같다. 100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209,450명이다(오늘 방문객 제외). 월평균 17,454명, 하루평균 574명이 방문한 셈이다.

2020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스트레스 테스트
이 포스팅은 작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혔던 글인데, 올해는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읽혔다. 모두가 원하는 J 커브 성장을 위해 많은 창업가가 투자금의 많은 부분을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네이버에 마케팅비로 집행한다. 성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계속 이렇게 돈을 쓰는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쓴 글인데, 꽤 많은 창업가가 공감한 것 같다.

2/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이 포스팅은 2018년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이고, 그전에도 꾸준히 읽혔던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었는데, 작년에는 20위 권 밖으로 밀렸다가 올해 다시 2위로 올라왔다. 2010년도 9월에 썼으니까, 10년이 넘은 글인데, 내용을 보면 아직도 대부분 공감이 간다. 특히 이메일 주소 부분은. 그리고 이 글은 스타트업 바이블 포스팅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인데, 200개가 넘는다. 이 댓글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생각이 공존한다는 걸 스스로 상기시킨다.

3/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극단적 조치
2020년은 코비드 19 때문에 혼란스러웠고,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회사 망한다는 각오로 사업에 임했던 한 해였다. 내가 2008년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를 할 때도 글로벌 금융 붕괴라는 큰 위기가 왔었고, 그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힘든 결정을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했었는데, 당시 내 경험, 생각, 그리고 행동을 공유한 글이다.

4/ 스톡옵션 개론
꽤 오래전인 2014년 10월에 쓴 글인데, 올해 많이 읽혔다는 건 그만큼 스톡옵션에 관한 관심이 한국도 많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전에는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분들이 현금을 선호했었는데, 이제 한국 분들도 스톡옵션을 많이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참고로, 5위와 6위 글도 스톡옵션 관련 내용이다.

5/ 직원들의 스톡옵션
이제 한국도 스타트업이 서서히 대세가 되면서, 대기업을 포기하고 힘든 스타트업에 조인한 직원들이 스톡옵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도 코파운더가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은 항상 애매하다.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글이다.

6/ 스톡옵션 가격
이 내용도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겨 읽었다. 스톡옵션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참고로, 작년에도 6위였는데 올해도 6위다.

7/ 콜드콜하기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의 제품을 잠재 고객에게 영업하기 위한 가장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한 콜드콜. 특히 B2B SaaS 제품을 만들어서 기업고객에게 영업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콜드콜 전략에 대한 글.

8/ 1등 마케팅
가장 완벽한 제품, 그 제품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이라는걸 보여주고 있는 스타벅스의 마케팅 관련 이야기. 스타벅스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9/ 개밥 핥아먹기
미국의 우리 투자사 Polydrops 이야기. “창업가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사용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회사이다.

10/ 수평적 vs. 수직적 마켓플레이스
인터넷이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확장성 있는 비즈니스가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는 마켓플레이스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모든 걸 다하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와 한 가지만 파고드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이야기.

이상 2020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이런 순위 매기기에 나는 별로 관심은 없지만, 해마다 이 포스팅을 하다 보면, 왠지 한 해가 잘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내년에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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