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스톡옵션의 세금

스톡옵션 포스팅을 많은 분이 읽고 좋은 질문을 하셨는데, 그 중 많이 나왔던 질문이 바로 ‘스톡옵션의 세금’이었다. 솔직히 한국의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한국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세금 관련해서는 오히려 전문 변호사나 회계사한테 물어보는 게 맞을 거 같다.

미국의 경우, 아주 깊게 들어가면 조금 복잡해서 나도 다시 공부를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아직 스톡옵션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 글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일단, 미국에는 스톡옵션이 크게 non-qualified stock option(NSO)과 incentive stock option(ISO)으로 분류되고, 이 두 옵션에 대해서 세금이 다르게 계산된다. NSO는 주로 임원이 아닌 직원과 사외이사한테 발행되고, ISO는 내부 임원들한테만 줄 수 있다. 세금의 관점에서는 ISO가 NSO보다 좋은데, 임원들한테 인센티브로 발행되는 ISO는 연방 세금에 있어서 특별혜택과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NSO의 경우, 기본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받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세금이 계산되지 않는다. 주식을 실제로 구매하거나 받은 게 아니고, 미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특정 수량의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금이 적용되는 순간은, 실제로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주식을 구매하는 그 시점이다. 행사가격이 $1인 스톡옵션 10,000주를 받았는데, 이를 모두 행사한 시점에 이 주식의 실제 시장가격이 $21이면, 구매를 통해서 얻는 이득은 ($21-$1) x10,000 = $200,000이다. 20만 달러 이득은 “보상”으로 간주하여 일반소득세가 적용된다.
이렇게 해서 스톡옵션을 실제 주식으로 바꾼 후, 이 주식을 현금화하기 위해서 판매를 하면, 판매 시점에 다시 세금이 적용된다. 만약에 이 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후 1년 내로 주식을 판매하면, 이 행위로 인한 이득이나 손실은 단기자본 이득(short-term capital gain) 또는 손실로 간주하고, 1년 후에 주식을 판매하면, 장기자본 이득 또는 손실로 간주하여 세금부담이 줄어든다.

ISO의 경우, NSO와 마찬가지로, 스톡옵션을 부여받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세금이 계산되지 않는다. 또한, 실제로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주식을 구매하는 시점에도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인센티브 스톡옵션의 경우, 임원이 주식을 판매하면 세금이 적용되는데,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행사 12개월 이후, 그리고 스톡옵션 부여 2년 후에 팔면, 판매를 통한 이득이 장기자본 이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이 줄어든다.
만약에 2014년 1월 1일 스톡옵션을 부여받았고, 2015년 6월 1일 행사를 했다면, 위의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모두 충족되어야 하므로 2016년 6월 1일까지는 주식을 판매하면 안 된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은 스톡옵션의 역사가 짧고, 미국과 같이 많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옵션 풀(Option Pool) 효과

곧 마무리할 투자가 하나 있는데, 이 회사와 계약서 관련 협의를 하다가 스톡옵션 풀 이야기가 나와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의 투자 계약서를 보면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라는 항목이 있는걸 종종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이걸 스톡옵션풀이라고 한다. 이는 전에 내가 설명한 미국에서 말하는 옵션 풀과는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한국 계약서의 스톡옵션 풀은 투자 후 발행될 때마다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이 희석되지만, 미국의 경우 스톡옵션 풀은 프리머니 밸류에 이미 반영된 상태에서 투자가 집행되기 때문에 옵션이 발행되어도 투자자들의 지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에 사용한 예를 그대로 정리해서 다시 사용해보면,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라서 매출도 없지만, 팀과 기술력을 인정받아서 청담파트너스라는 VC가 프리머니밸류 9억 원에 1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회사에는 90,000주가 발행되어있기 때문에, 당연히 주당 1만 원(9억 원 / 9만 주)이라고 대표는 생각했는데, 투자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니 주당 가격은 8,333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미 전 포스팅에서 설명했기 때문에 다시 장황하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주당 가격이 1만 원이 아니라 8,333원인 이유는 정확하게 말해서 이 투자 조건은 “프리머니 밸류에이션 9억 원에 1억 원을 투자하지만, 이 프리머니 밸류 9억 원에는 포스트머니 밸류 10억 원 기준 15%의 옵션 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투자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건 “이 스타트업의 현재 가치는 7.5억 원입니다. 그런데 1.5억 원 규모의 신규 옵션을 만들고 이 가치에 더해서 최종적으로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는 9억 원이라고 합시다.” 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투자 전 주식 가격이 1만 원이 아니라 8,333원이 되는 것이다(7.5억 원 / 9만 주).

한국은 아직 이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본 한국 투자계약서에는 옵션풀이 없지만, 미국 VC에 투자를 받으면 거의 100% 이 옵션풀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옵션 풀의 효과는 투자자한테는 유리하지만, 피투자 기업에는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

일단, 옵션 풀은 보통주주만 희석시킨다. 포스트머니 밸류에 옵션풀이 포함된다면 보통주주와 우선주주 모두 희석시키지만, 옵션 풀은 포스트머니 밸류를 기반으로, 프리머니 밸류에 포함된다. 그래서 주로 보통주를 갖게 되는 창업팀과 직원들만 희석된다.

둘째, 옵션 풀은 생각보다 더 많다. 위 예에서 옵션 풀은 포스트머니 밸류 기준으로는 15% 지만, 프리머니 밸류의 16.7% 이다(1.5억 원 옵션 / 9억 원 프리머니 밸류). 그 이유는 이미 설명한 대로 옵션 풀은 포스트머니 밸류 기준으로 표시하지만, 실제로는 프리머니 밸류에서 발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Series B 투자 전에 회사가 매각되면, 미발행 또는 vesting 되지 않은 옵션은 자동으로 취소되면서 기존 투자자들한테 지분율대로 재분배되는데, 이는 보통주주와 우선주주 모두한테 해당한다. 즉, 옵션풀이 만들어질 때는 보통주주들만 희석이 되었지만, 남은 옵션들이 재분배되면 보통주주와 우선주주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보통주주들이 손해를 본다.

미국 투자자와 협상할 때 옵션 풀을 완전히 빼는 건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한 작게 가져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옵션 풀은 한국 계약서의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은 명심하도록.

-참고: Option Pool

Tag Along, Drag Along

이제 갓 투자에 입문한 투자자, 또는 첫 번째 투자유치를 하는 창업가에게 투자계약서 자체는 한글이지만, 그 내용은 거의 외국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나 투자유치 경험이 있는 창업가는 이미 잘 아는 내용이지만, 최근에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나한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용어가 동반매도참여권(Tag Along Right: TAR)과 공동매각요청권(Drag Along Right: DAR) 이어서 여기서 몇 자 적어본다.

대부분 사람이 이 두 가지 권리는 창업가보다는 투자자를 위한 조항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실은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를 위한 권리이다. 참고로, 간혹 두 가지 항목이 모두 들어간 계약서도 있지만, 대부분 둘 중 한 가지만 포함된다.

일단, 동반매도참여권(TAR)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항목인데, 간단히 말해서 회사의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하게 되면, 소액주주도 같은 가격과 조건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이다.

TAR이 존재하는 이유는 큰돈을 굴리는 VC와 같은 기관투자자에 비해서 개인 소액투자자는 회사의 주주로서 큰 힘이 없으므로,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기관투자자만큼의 협상 권리와 힘을 주기 위해서이다. 특히,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상장 주식을 매각할 때 큰 기관투자자는 구매자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고, 규모를 이용해서 더 좋은 가격이나 조건을 협의할 수 있다. 반면에, 개인투자자는 구매자를 찾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찾아도 워낙 소액주주이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TAR 항목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으면, 기관투자자와 같은 대주주가 주식을 인수할 구매자를 섭외하고, 좋은 조건을 협의해 놓으면, 소액주주는 그냥 여기에 ‘묻어서’ 주식을 판매할 수 있다.

동반매도참여권리가 없으면 대주주는 이미 투자한 가격보다 더 좋은 가격에 회사의 주식을 판매하고 회수를 했는데, 소액주주는 아직도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소액주주는 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했다는 사실도 모른다. 스타트업이 결국 상장하거나 좋은 조건에 매각된다면, 끝까지 주식을 가지고 있던 소액주주가 재미를 보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망하거나, 가격이 왔다 갔다 하므로 적절한 기회가 있으면 주식을 매각하는 것도 현명하므로 소액주주한테 TAR은 중요하다.

공동매각요청권(DAR)도 비슷한 종류의 권리인데, TAR이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라면 DAR은 대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다. 대주주가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 권리가 행사되면, 소액주주도 강제로 같은 조건에 주식을 판매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인수나 합병되면, 인수하는 회사는 피인수 회사의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가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소액지분까지 포함해서 지분 100%를 인수하길 원한다. 그런데, 간혹가다 소액주주가 회사의 매각이나 청산을 반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경우가 있고, 이럴 경우 스타트업의 대주주가 인수를 승인해도 소액주주가 반대하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가 있다. 또는, 회사의 정관에 인수나 합병은 모든 주주가 만장일치로 승인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DAR은 대주주를 포함해서 소액주주도 모두 같은 조건에 주식을 강제로 판매하게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TAR과 DAR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용은 거의 같지만, 그 권리가 행사되는 시점의 상황과 누가 그 권리를 행사하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대주주나 소액주주나 모두 – 내가 앞서 이 권리들은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했는데, 창업가나 투자자 모두 소액주주가 될 수도 있고, 대주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 두 가지 권리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최근에 내가 본 계약서는 동반매도참여권과 공동매각요청권이 포함되어 있고, 이 내용은 특별한 이유 없이는 계약서에서 제외하는 건 힘들다.

디캠프 썰전에 대한 단상

짧은 미국 출장 중, 썰전 전원책 변호사의 디캠프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접했다. 관련 내용으로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도배되었고, 업계 분들이 이미 다양한 이야기와 의견을 표시했다. 남의 집 살림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이번에는 나도 몇 마디만 하고 넘어가고 싶다.

스트롱도 디캠프가 출자한(회사가 아니라 펀드에 투자하는걸 ‘출자’라고 한다) 펀드 중 하나이며, 나는 디캠프가 생긴 이후 계속 업무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재단 분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으므로 이 조직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디캠프의 장부를 보거나, 내부 사정과 상황까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전변 보다는 잘 안다고 자신한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이제 스트롱도 무슨 특혜를 받아서 디캠프의 출자를 받은 걸로 생각하실 텐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100% 존과 나의 실력과 노력만으로 출자를 받았고, 출자 결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다. 그 모든 과정에 내가 직접, 100%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비즈니스라는 게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사고가 터지는 경우도 있고, 이는 벤처캐피털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사고 때문에 특혜성 출자 이야기가 나온 것 같고, 우리 사회의 특성상, 이 작은 불씨가 모든 벤처캐피털과 디캠프와 같은 출자자들을 싸잡아서 활활 불태워버리고 있는 게 아쉽다.

실은 디캠프는 굉장히 lean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다. 내가 아는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더 잘 운영되고 있고, 스타트업 정신에 따라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제대로 하는 조직인데 사무실 1개, 상근자 1명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전변이 아는 대부분의 재단은 아마도 상근 직원 1명이 충분히 운영할 수 있고, 이 사람한테 주는 월급마저 아까운 그런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캠프는 다르다. 마루 180과 구글캠퍼스가 생기기 전, 가장 먼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판을 짜기 시작했고, 디캠프가 현재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많은 일을 소수정예로 운영하다 보니, 전 직원 모두 업무 과부하가 걸려 있는걸 내가 잘 알기 때문에, 방송에서의 이런 발언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펀드출자와 벤처 투자는 10만 원 단위로 집행되는 게 아니다. 꽤 큰 단위의 금액이 집행된다. 우리도 1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지만, 이 분야에서는 이게 큰 규모의 펀드가 아니며, 미국의 펀드들과 비교하면 정말로 아주 작은 수준이다. 돈이 누구한테, 어떻게, 왜 투자되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공부를 해보면 과연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페이스북의 댓글들을 보면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밝히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장담하건대, 밝혀도 이분들은 이해를 못 할 것이다. 벤처 펀드가 출자를 받고,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펀드가 운용되는 프로세스는 그냥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꽤 복잡하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하다는 게 합법적이지 않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마지막으로, 전원책 변호사가 썰전을 벌이기 전에 디캠프에 딱 한 번만 방문을 했다면, 재단 분들과 딱 한 번만 이야기했다면, 젊은 친구들이 컴퓨터 하나로 네이버와 같은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광경을 딱 한 번만 봤다면, 그리고 이 창업가들과 딱 한 번만 이야기를 해봤다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다. 한 시간만 할애해서 딱 한 번만 선릉에 왔었다면, 안 그래도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많은 업계 분들이 잠을 설치지 않았을 것이다.

거절하는 투자자한테 물어볼 2가지

사업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힘든 사업을 가지고 투자 받는 건 더 힘들다. 스타트업을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과거에 운영했던 창업가들은 누구나 다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남보다 이런 경험이 훨씬 많을 텐데, 피칭한 경험이 많을수록 투자받은 횟수보다는 거절당한 횟수가 월등하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피칭 횟수가 증가할수록 거절의 횟수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우리는 투자 금액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꽤 많은 회사에 투자한다. 많은 회사에 투자를 한 다는 건, 다른 면에서 보면 그만큼 많은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정확한 계산은 안 해봤지만, 10개를 검토하면 이 중 한 회사에 투자를 하는 거 같다. 지금까지 6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으니, 최소 600개 이상의 회사를 검토했고, 500명 이상의 대표이사님들에게 “우리는 pass 할게요”라는 거절 의사를 전달한 거 같다.

인생을 걸고 피칭했던 투자자한테 거절당한다는 건 매우 쓰라리다. 그리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 지금까지 들였던 공과 시간을 뒤로 한 채로 고스란히 다시 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 왜냐하면 투자유치 과정은 scalable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상상은 두렵기까지 해서 공황장애를 일으킬 수준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이게 현실이고 나를 믿는 팀원들과 우리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서 투자유치는 필수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거절당한 창업가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 세 가지가 있다:

1/ 투자자들은 주로 이메일로 거절의 의사를 전달한다. 실은, 그동안 창업가가 들인 공을 생각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예의지만 서로 바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소식을 전달하는데 얼굴을 본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런 거절의 이메일을 받았으면, 최소한 이메일 잘 받았다는 답변이라도 보내라. 같은 인간으로서 투자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언제 다시 이 투자자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딜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서로에 대한 professional 한 이미지를 남기고 헤어지는 게 좋다. 우리도 회사를 검토하다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전하면, 창업가가 화가 나서 그런지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경우에는 나도 이 분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2/ 반드시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해라. 여러 번 만났던 투자자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까 투자하기가 싫어서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거기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투자를 거절한 거는 상관없지만,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투자자한테 건설적인 피드백을 요청하는 게 좋다. 만약에 방금 나를 거절한 투자자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다른 투자자와 미래에 만난다면,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만나야지만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발표 자료나,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는 스타일이나, 또는 비즈니스의 방향이나 모델에 문제가 있어서 거절을 당한 거라면, 이런 점들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약점으로 비칠 테니, 투자자한테 거절을 당할 때마다 내가 부족했던 점들과 고쳐야 할 점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라. 다음 투자자 미팅 전에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걸 반복하다 보면 투자확률이 계속 올라간다.

3/ 한 명의 투자자한테 거절당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세상은 넓고, VC들도 많고, 돈도 넘쳐흐른다. 하지만, 경험 없는 창업가의 네트워크로 이런 투자자들을 다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특정 투자자한테 거절을 당했어도, 이 분이 아는 다른 투자자 소개를 부탁해라. 이런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VC라서 거절을 했다면, 이 투자자의 네트워크 안에 이런 분야에 투자할만한 다른 VC 딱 한 명만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 VC라서 거절을 했다면, 이 투자자의 네트워크 안에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만한 다른 VC 딱 한 명만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라. 이렇게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열릴 것이다.

실은 이렇게 해도 피드백도 안 주고, 소개도 안 해주는 VC들이 꽤 많다. 하지만, 거절을 당한 후에도 낙심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피드백을 요청하고, 소개를 부탁하는 창업가들을 대부분의 투자자는 잘 기억할 것이다(그렇지 않은 창업가보다는). 그리고 이 투자자를 다시 만나면 – 내가 장담하건대, 이 분야에 계속 종사하다 보면 다시 만날 것이다 – “아 저 대표이사 옛날에 만났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상당히 진지하고 professional 했던 기억이 나네” 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뭔가 건진 거다.

기억해라. 피드백과 소개. 그리고 한번 해봐라. 차이를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