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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STRONG Survey – 한국의 창업가들은 누구인가?

2011년 11월에 baenefit.com, 비석세스 그리고 벤처스퀘어 독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서베이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한국의 창업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한 시간 만에 서베이를 만들었는데 그 결과에 대한 반응은 꽤 좋았다. 2011년도 서베이 결과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올해도 거의 비슷한 질문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서베이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역시 은근히 흥미로운 거 같아서 간단하게 정리를 해봤다. 참고로, 전체 결과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홍보가 제대로 안되어서 참여 인원은 2011년도의 76명의 거의 절반인 36명이다

1) 남성. 여전히 한국의 창업가들은 남성이 압도적이다(남자가 89%). 2011년도는 95%가 남성이었다.

2) To pivot or not to pivot. 응답자 중 67%인 24명이 창업 초기 아이템으로 현재 계속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즉, 오리지날 아이디어에서 피벗한 창업가들은 33%이다. 2011년에는 정확하게 절반인 37명이 피벗을 했다

3) Global. 83.3%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47.2%는 국내 비즈니스 및 글로벌 비즈니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는 2011년의 55%와 비슷하다.

4) Exit. 응답자 중 거의 절반이 인수/합병을 통한 exit을 선호한다고 했다. 물론, 이 중 95%는 exit은 커녕 쫄딱 망할 것이다 

5) 창업가들.
-19명(52.8%)이 부모님 중 한 분이 사업이나 창업을 했다고 한다. 사업도 유전인가?
-절반이 오전 7시 ~ 9시 사이에 일어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침형 인간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늦게 자서 그런가?)
-취침시간은 평균 5시간 ~ 7시간으로 미국과 비슷한거 같다
-아침식사는 1/3은 반드시 먹고, 1/3은 가끔 먹고, 1/3은 먹지 않는다. 아침을 꼭 먹어야지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말은 거짓일 수도 있을거 같다
-술은 대부분 먹을 줄 알았는데 36명 중 15명은 술을 먹지 않는다
-절반 이상인 58.3%가 미혼이다
-63.9%가 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이는 2011년 결과와 많이 다른데 당시 창업가 중 71%가 토종 한국 출신이었다
-8.3%는 창업한 걸 후회하고 있다
-91.7%가 처음부터 창업 결심을 했지, 취직을 못해서 창업의 길을 선택한게 아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는: 페이스북 > 카카오톡 > 트위터 > 링크드인
-잠자기 전에 가장 많이 확인하는 건 페이스북이다(31.6%)

6) Communication. 이 부분이 약간 의외였는데, 36명 중 21명이 하루에 이메일 보내고 받는데 사용하는 시간이 1시간 이하였다.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이메일 보내고 받는 창업가는 단 1명 밖에 없었다(내가 설문에 참여했으면 2명이 되었을거다). 대신, 72.2%가 하루의 5~25%를 직원들과 대화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것도 의외였다

7) Bootstrapped startups. 이들 중 39.4%는 첫 창업 시 본인들이 직접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2011년도 수치와 거의 비슷하다.

8) 학력. 58.3%가 학사 학위. 22.2%가 석사 학위. 13.9%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창업가들이다. 이 중 대학교 중퇴는 2명이었다

9) 정신건강.
-불면증에 시달리는 창업가들은 19.4%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회사 이메일을 계속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대부분(66.7%) 공황장애 증상이 없지만, 27.8%는 약간있고 2명은 심각한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10) 슈퍼히어로. 한국에서 아이언맨이 대박났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역시 창업가들의 44.4%가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면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고 했다

11) 안철수. 안철수씨가 정치를 하든 비즈니스를 하든 창업가들의 44.4%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이들은 후배 창업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친절하고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을 주셨다:
-강한 의지야 말로 가장 필요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다가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가 아니라, 반드시 해 낸다는 의지를 가지고 일합시다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됩니다
-God bless you
-열심히해라.시간없다
-성공하는 참고할만한 이야기와 사람들은 주변에 널려있어요. 매일 매일 자신을 반성해 자기를 이겨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매는 따먹는 첫 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실패한것에서 배워라
-육체적 정신적 고난이 끊임 없이 반복되고 대부분은 실패하는 게 창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이 창업이 아닌가 싶네요
-일단 저지르자

전체 결과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달합니다.

고성장 회사의 가치

벤처기업의 가치(valuation)를 정하는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상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의 가치를 책정할 수가 없고, 수익이나 cash flow가 별로 없기 때문에 경제적 공식을 적용하는것도 쉽지가 않다. 또한, 비슷한 회사를 벤치마킹하는것도 정답은 아닌게 아무리 같은 분야에 있는 스타트업이라도 팀원들의 능력에 따라서 그 결과는 너무나 달라지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내가 아는 스타트업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었다. 회사는 잘 성장하고 있었고 이제 더 큰 성장을 더 빠른 시간에 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투자를 받으려고 몇 몇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가 10억짜리 회사인지 아니면 100억 짜리 회사인지 밸류에이션에 대해 여러가지 숫자와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 중 많은 투자사들이 – 대부분 한국 – 이제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고성장 벤처기업의 가치를 (내가 보기엔) 맞지 않은 방법으로 산출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 스타트업과 비슷한 업종에 있는 상장회사의 PER (Price-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을 스타트업에 적용해서 가치를 결정하고 있었다.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계산하는게 1.그래도 뭔가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가치를 산출했고, 2.나중에 혹시 문책 받으면 변명 할 수 있고(특히 상부에), 3.본인들한테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 할 수 있는 점들이 있지만, 나도 초기 벤처기업들에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때 이 방법은 조금 억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기준으로(2013.10.29)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몇 tech 회사들의 PER를 보면 구글은 29.2, 오라클은 14.3, 마이크로소프트는 13.26, 시스코는 12.1이다. 다들 나름대로 tech에서 한가닥 한다는 회사들이고 PER가 다르긴 하지만 아주 터무니 없이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어린’ 상장한지 얼마 되지 않는 페이스북의 PER는 189.49이다. 그렇다고 Facebook의 실적과 숫자들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좋은 건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는 회사의 현재 건강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13.26의 PER를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큰 회사가 최근 10년 이상을 해마다 거의 두자리 수 성장을 하고 있는데 이런게 PER에 반영된다기 보다는 앞으로의 성장가능성과 주식시장의 기대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Facebook과 같은 신생기업이 (물론 성장 가능성은 좋다고 생각한다) 높은 PER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가능성에 대한 프리미엄 가치’는 비상장 기업에 가장 잘 적용된다. 이제 곧 상장기업이 될 Twitter는 수익이 없지만 회사 가치는 110억 달러이다. 수익은 커녕 매출도 전혀 없는 Pinterest의 가치는 38억 달러, Snapchat은 30억 달러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아직 상장하지 않은 고성장 스타트업의 가치를 결정할때 어느정도 안정된 상장기업의 지수인 PER를 적용하는건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성장 스타트업에 대한 상대적인 가치가 적용되어야지 전 산업군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가 적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마치 같은 월터급 체급이라고 10대 복싱 선수와 50대 복싱 선수가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PER도 고려하지만, 팀원들의 가능성, 서비스의 가능성 그리고 현재 비슷한 분야의 비상장 회사들의 가치 또한 전반적으로 잘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건부의 공동창업 개발자

투자자라면 자주 접하는 상황이며 개발능력이 없는 창업가 또한 자주 접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거의 매주 경험하는 상황인데 지난 주에 또 이런 일이 있었다. 개발은 못하지만 세상을 보는 시각, 열린마음으로 배움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굉장히 맘에 들고 탐나는 창업가가 우리한테 투자를 받고 싶다면서 왔다. 문제가 – 큰 문제 – 하나 있다면 1인 창업가 였고, 개발을 할 수 있는 full-time의 technical 공동 창업자가 없었다. 하지만 외주를 통해서 이미 제품은 개발이 되었는데, 내가 외주의 종말이라는 글에서 주장하는거와는 달리, 남이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이쁜 UI와 깔끔한 기능들로 무장된 좋은 모바일 앱이었다. 또한, 이 외주 개발자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면서 일을 했고 서로 궁합이 잘 맞아서 공동 창업자로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로써는 이 개발자에게 월급을 줄 형편이 되지 않아서 월급을 줄 수 있을 만큼의 투자를 받으면 바로 full-time 공동 창업자로 조인하겠다는 다짐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익숙한 상황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 하지만 개발 능력이 없는 – 똑똑한 창업가가 그동안 저축한 돈을 들여 외주 개발회사에 제품 개발을 맡겼고; 어느정도 완성된 베타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괜찮았다; 그래서 그는 외주 개발자한테 아예 같이 스타트업을 해보지 않겠냐라고 물어보지만 그 외주 개발자는 결혼도 했고 자식들까지 있어서 당장 월급을 받지 못하면 안된다면서 본인이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살려면 한 달에 최소한 얼마의 비용이 필요하니, 그 정도를 최소한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만큼의 투자를 유치하면 조인하겠다고 한다.

고민을 좀 했지만, 난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조건부 공동창업자”들의 공통점은 바로 “공동창업자”가 될만한 자격을 얻을 정도로 회사의 비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들어오면 조인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비전을 믿고 본인이 팀에 합류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면 투자금과는 상관없이 같이 일을 해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투자자들 또한 이런 믿음과 행동을 보고 싶어할 것이며, 그때 투자는 성사된다. 그 반대의 경우는 – 개발자가 합류하는 조건으로 투자하는 –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이건 그 1인 창업가가 개발자를 설득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는데, 이 또한 투자자들에게는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다른 이유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조금 더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내가 지난 주에 만났던 창업가가 이 조건부 공동창업 개발자를 회사로 데려오기 위해서 필요한 투자금은 350,000 달러였다. 그 정도의 돈이 은행계좌에 있어야지만 그 개발자가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주하고(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개발자다) 수개월 동안 마음의 평온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거라고 한다. 우리가 50,000 달러를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약에 남은 300,000 달러를 유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그럼그 개발자를 계속 외주로 활용을 하면서 우리의 투자금만 사용하게 된다. 투자자마다 다르겠지만 이 상태로는 아마도 개발자를 full-time으로 데려오기 위해서 필요한 남은 300,000 달러를 선뜻 투자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아주 운이 좋아서 필요한 350,000 달러 투자가 되어 개발자가 공동창업자로 조인했다고 가정해보자. 시간이 가면서 1년만에 투자금을 다 소진했지만 매출은 커녕 제품 자체도 pivot을 여러 번 해서 제품의 완성도에도 문제가 있다(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이런 과정을 겪는다). 돈을 다 써서 이제 다음달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면 월급을 위한 투자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던 이 조건부 공동창업가는 계속 회사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다른 곳으로 가면서 이 스타트업은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물론 이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내 짧은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때 “투자금이 들어오면 full-time으로 조인할 거예요”라는 팀 중 잘 된 케이스를 거의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이런 팀에는 투자를 하지 않을거 같다.

한국 대기업들도 할 말 많다

hqdefault나를 잘 알고 내 블로그나 책을 읽으신 분들은 내가 대기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 것이다. 오늘은 대기업들의 편을 좀 들어보려고 한다. 솔직히 대기업 편드는 건 아니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몇 마디 한다는 게 맞을 듯. 오늘도 한 흥분하고 화난 창업가한테 한국의 대기업들이 벤처기업들을 죽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백 번 들었던 익숙한 이야기이다. 벤처기업이 좋은 서비스를 시작하니까 대기업에서는 이를 인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들이 직접 똑같은 서비스를 시작해서 결국 유망한 벤처기업을 죽였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런 것일까? 미국 대기업들은 무조건 직접 하지 않고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한국 대기업들은 무조건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고 자기들이 다 하려고 하는 것일까? 겉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숫자로 보면 한국에서는 작은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exit 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특히 실리콘 밸리와는 너무나 대조된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국의 M&A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는 대기업들의 마인드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아주 매력적이고 섹시한 스타트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미국의 대기업들의 문화는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생각이나 전략은 같다.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서 고객을 만족하게 하면서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혁신이나 새로운 서비스는 작은 스타트업들이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대기업들의 레이더망에 걸린다. 돈이 될 서비스라는 판단이 서면 대기업 인력들은 여러 가지 시장 조사와 내부 연구를 통해서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게 더 좋을지 아니면 본인들이 직접 하는 게 더 좋을지 고민을 한다. 기술적 장벽도 별로 없고, 사용자들의 engagement도 아주 높지 않으면 주로 대기업에서는 무식하게 돈과 사람을 투입해서 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해 버린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 이런 경우가 한국보다는 미국이 훨씬 더 많다 – 그냥 그 스타트업을 통째로 사버린다.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기술적 장벽 – 대기업이 따라잡기 힘들거나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운 기술
2. 사용자 수 – 이미 tipping point를 넘었기 때문에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해도 사용자 수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경우
3. 사용자 engagement –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서비스를 너무 잘 만들어서 사용자들이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는 서비스일 경우
4. Team – 실리콘 밸리에서 유행하는 acq-hire(acquire + hire). 제품은 별 볼 일 없지만(좋은 경우도 많다) 팀원들, 특히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맘에 들 때

이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에서 대기업들이 작은 스타트업들을 인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나열한 4가지를 다 가진 스타트업들은 거의 없고(있으면 말해주세요), 이 중 하나라도 보유한 매력적인 회사들이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자선단체도 아닌데 후진 스타트업들을 뭐하러 인수하는가? 본인들이 직접 하면 더 빠르고 잘할 자신이 있으면 직접 하는 거다. 근데 왜 이걸 욕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언론에서는 마치 대기업들이 작은 회사들을 죽이는 것처럼 기사를 쓰는데 이건 정말 아닌 거 같다. 물론,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돈과 영향력을 부당하게 사용해서 작은 회사들의 비즈니스를 방해하면 욕을 먹어도 싸지만 남의 서비스를 카피해서 더 빠르고, 좋고, 싸게 제공하는 건 욕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소비자들한테는 좋은, 아주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자유경쟁 시장에서 남이 하는 서비스를 베끼는 건 욕할 수 없다.

얼마 전에 Altos Ventures 한 킴 선배의 Snapchat 이야기를 읽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를 정확히 잘 지적해 주셨다. 스냅챗이라는 LA 기반 스타트업의 소셜서비스가 10대들에게 불같이 퍼지는 걸 감지한 Facebook은 ‘Poke’라는 똑같은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서 출시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그만큼 스냅챗의 팀은 시장과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대단한 페이스북마저 스냅챗을 따라잡지 못했다. 솔직히 큰 기업들이 자만하면서 스타트업을 그대로 카피했다가 재미를 별로 못 본 이런 사례들은 미국에 많다. 한국은 이와 약간 다른 거 같다.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카피하면 훨씬 더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드는데 그걸 가지고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죽인다고 욕하면 안 된다. 애초에 그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별로였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발생한 거다. 시장에서 먹히지도 않는 허접한 제품을 만들어 놓고 대기업이 베껴서 더 잘하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 이제 좀 질린다. 그렇게 억울하면 대기업이 따라 해도 이길 자신이 있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어라. 그러면 큰 회사에서 인수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만약에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했다면 분명히 야후나 구글에서 인수했을 텐데 한국에 있어서 exit을 못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럼 실리콘 밸리로 가서 야후나 구글에 팔아보라고 말해보고 싶다. 그럴 자신 없으면 불평하지 말고 그냥 좋은 제품 만드는 데 집중해라. 한국의 M&A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대기업의 마인드도 어느정도 바뀌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건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섹시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p6Ba2B7icSU>

VC들은 나쁜놈들인가요?

투자유치를 해본 창업가들은 잘 알텐데 VC들은 좀 부담스러운 존재들이다. 나도 스타트업을 하면서 많은 VC들을 만나서 이들 앞에서 피칭을 했지만 아무리 착하고 친근감이 가는 투자자라도 돈을 구하러 다니는 창업가의 입장에서 그들은 껄끄러운 사람들이다.

투자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나는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말도 안되는 걸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어떻게 대응해줘야 하는가? 헛수고 말고 집으로 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줘야하나 아니면 잘했고 고생했다라고 격려해줘야 하는건가. 이번 beLaunch 2013 스타트업 배틀에 선정된 20개의 업체들과 총 2번의 리허설을 진행했다. 나는 주로 굉장히 직설적인 피드백을 주는거에 익숙하다. 그래서 좀 아니다 싶거나 또는 이상한거 같으면 냉정하게 내 생각을 말한다. 이런 피드백을 고맙고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굉장히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을 나는 잘 이해한다.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을 하는 창업가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잘 모르는 투자자 앞에서의 발표를 위해서 수십번 또는 수백번 연습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허접해도) 이런 분들한테 우리같은 투자자들은 최소한의 예의는 표시해 줘야 하며, 그들의 열정과 용기를 존경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그냥 “수고했습니다. 재미있는 비즈니스니까 아주 열심히 하면 잘 될거 같습니다.” 라면서 서로 웃으면서 기분좋게 헤어지고 싶다. 

BUT –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인생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젊은이들한테 최소한의 예의란 바로 이들이 내 앞에서 발표했던 내용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 또한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들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하루라도 빨리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창업가들한테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어떤게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들에게 내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일 인이다. 혹시 그동안 나랑 communicate하다가 상처받은 창업가들이 있다면 내가 인간적으로 나쁜놈이 아니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걸 알아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