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emale Entrepreneur

내 책에서도 여러번 언급하였지만 실리콘 밸리는 모든 창업가들이 꿈꾸는 꿈의 구장이자 동시에 실패의 계곡 (valley)이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 대학 4학년때 만든 회사가 1년 만에 수천억원에 야후한테 팔렸고, 그냥 사이드로 밤마다 만든 소셜 게임이 앱 스토에서 대박이 나서 얼마 후에 굴지의 게임회사한테 수백억원에 팔린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들. 정말 말 그대로 꿈만 같은 이야기이며, 나같은 사람은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언제 나한테는 현실로 다가올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이런 행복한 이야기 하나당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99개, 아니 999개의 실패한 실리콘 밸리의 어두운 스타트업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어쨌던간에  전세계 그 어느 곳보다 실리콘 밸리는 철저한 능력위주의 사회이다 (meritocracy). 이 동네에서는 창업가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그 사람이 남자던 여자던, 백인이던 흑인이던 아시아인이던 이런 성별이나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디어만 좋고, 그 아이디어를 잘 실행한다면 신체적 조건이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게 바로 실리콘 밸리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정말 구역질나게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는게 이 동네의 매력이다.

과연 그럴까? 실리콘 밸리는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그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곳일까? 오늘은 tech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끈임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창업: 남자 vs. 여자”라는 주제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먼저 몇가지 숫자들을 검토해보자. 최근 30년 동안 여성들이 창업하거나 경영하고 있는 사업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은 이 기간동안 2배나 더 빠른 속도로 창업을 하였고, 이에 따른 고용 창출과 매출 신장은 전반적인 미국 경제 성장 속도와 규모를 능가하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여성들의 비즈니스는 규모면에서 남성들의 비즈니스보다 훨씬 작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는 있지만, 2008년도 숫자를 보면 여성 비즈니스의 평균 매출은 남성 비즈니스의 매출의 27%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많은 남성들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숫자들이 이미 그들이 알고 있는 절대절명의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한다: 즉, 여자들은 유전자적으로 창업의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안되어 있고, 창업을 해도 남성들만큼 조직 경영 능력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막말로 우리 남자들이 하는 표현인 “기집애들은 안돼. 그냥 살림이나 해야해.” 정도?
그렇지만, 여성들이 유전자적으로 비즈니스와는 맞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논리와 데이터가 너무나 약한거 또한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년 매출 10억 이상 하는 회사 중 250,000개가 여성이 창업하였거나 CEO이며 이 중 수백억의 매출을 하는 회사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이런걸 보면 여성들도 비즈니스를 키우고 운영할 비전과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대학교와 대학원 여자 후배/동기/선배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그 중에서는 정말 대차고 똑똑한 여성들이 많이 있었고 지금도 다들 나름대로 모두 한따까리 하는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들도 많다.
University of Maryland 교수이자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 Sharon Hadary 교수는 여성들의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상대적으로 약한 입지는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첫번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남성들로 바글거리는 비즈니스와 정부 시스템에서 여성을 보는 고정관념과 편견이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여성들이 스스로를 구속하는 굴레와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격지심 때문이라고한다. Hadary 교수는 이러한 이유들을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하는데 여성들의 창업을 방해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1. 마인드와 목표 – 남성들이 창업하는 이유와 여성들이 창업하는 이유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남성들은 창업하는 이유가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고 내가 내 스스로의 보스가 되기 위해서 창업을 하며, 일단 창업을 하면 그 순간부터 비즈니스의 목표는 가장 짧은 기간안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여성들은 창업하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동기유발을 하기 위해서이며, work and family를 적절히 잘 조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일단 창업을 하면 여성 창업가들은 고속 성장보다는 일과 가정 생활이 방해 받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데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여성들이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창업하는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하도록 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이 가장 크다고 한다. 여성 창업 센터나 창업 세미나에 가보면 대부분의 교육 내용은 비즈니스를 키우려면 회사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점들 보다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시작했으면 어떻게 소규모로 운영하고 관리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창업을 해서 회사가 특정 시점과 규모를 넘어서면 그 이후에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전혀 개념이 없다.

2. 부족한 자본 – 일단 기본적으로 창업을 함에 있어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절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상태로 시작을 한다.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소매업이나 서비스업으로 창업을 하는데, 그만큼 초기 비용이 필요 없는 만큼 이러한 비즈니스들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왜 남성에 비해서 여성들은 자본이 부족할까? Hadary 교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여성들의 잘못이 크다고 한다. 다양한 연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성들은 “빚”을 아주 나쁘게만 보는 경향이 있어서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향 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면 은행으로 가기 보다는 현재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사업 확장에 재투자 하려고들 하는데 이럴 경우 그 한계점은 명확하게 존재한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여성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상대와의 원활한 관계 형성 능력인데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은행원들과의 관계 형성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많은 여성 기업가들은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은행의 융자 상품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거나, 남성들에 비해서 그 활용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 특히 백인들보다는 유색인종의 여성 – 은행에서 융자를 신청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신청을 해도 승인을 받을 확률이 매우 낮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융자 신청을 하지 않는 여성 창업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융자 신청을 하더라고 최소 금액만을 신청한다. 이렇게 되면 또 자본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사업 확장에 한계가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된다.

3. 시장 접근성의 어려움 – 이 부분에 있어서는 Hadary 교수는 미국 사회와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성장 기회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수주 또는 정부 프로젝트 수주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의 입찰 과정에서 업계의 입장은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는 남성이 운영하는 회사에 비해서 performance가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항상 남성이 운영하는 벤더한테 수여되기 마련이다. 실제 데이타를 분석해보면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의 정부 프로젝트 수주율은 매우 낮다.
보통 이러한 기업 프로젝트들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하나의 벤더가 모든걸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 벤더와 (을) 그 밑에 줄줄이 엮인 용역회사들이 (병) 일종의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는데, 여성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하나의 방도로 미국 정부는 기업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컨소시엄에는 반드시 여성이 운영하는 용역회사들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칙을 박아놓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주 벤더가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에 여성이 운영하는 용역회사를 컨소시엄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현상이 매우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 프로젝트에도 이러한 케이스는 예외가 아니다. 15년 동안 정부 프로젝트의 5%는 반드시 여성들이 운영하는 기업한테 가게 되어 있는데 이 규정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Hadary 교수는 말을 한다.

4. 네트워크의 부재 –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던, 식당을 하던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서 네트워크 만큼 중요한게 있을까? 시장 동향, 영업 소식, 키맨들과의 관계 형성 및 벤처캐피탈/투자자들의 폐쇄적인 커뮤니티로의 진입…이 모든걸 제공하고 가능케 하는것이 네트워크이다. 하지만, 남성들에 비해서 여성들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솔직히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여성들은 이러한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서 남성들만큼 인식하지 못하는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네트워킹 행사에 –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 – 가면 여자들을 찾을 수가 없다. 항상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이렇게 여성들은 네트워킹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남성들이 갖게 되고, 그 결과로 인해서 여성들이 네트워킹을 하려고 하면 많은 남성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극단적인 케이스는 그냥 대화에서 여성들을 단절시켜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더 많은 여성들이 창업 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걸 방해하는 요소 중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한계도 있지만, 여성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문제점들도 있다는게 Hadary 교수의 주장이다. 그래도 전반적인 결론을 내려보면 여성들이 비즈니스 세계에 입문하고 입문한 후에 성장하는걸 방해하는 요소들이 대부분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말인데 TechCrunch의 창업자 Michael Arrington은 이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 아니, 조금 다른게 아니고 완전히 극단적으로 다른 – 입장을 취한다.
Wall Street Journal의 칼럼니스트인 Rachel Sklar는 실리콘 밸리는 여성들이 창업하는걸 장려하는 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수 년동안 해오고 있다. 특히 TechCrunch와 같은 IT 행사의 key speaker나 발표자들을 보면 90% 이상이 남성인점을 지적하면서 IT 바닥의 여성 창업가 부족 현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Michael Arrington의 반박은 (솔직히 논리적인 반박이라기 보다는 거의 면상에 대고 “Fuck You BiAtch!”라고 하는거 같지만):

-여성 스피커를 찾고 싶다.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일단은 스피커할만한 여자들이 없다. 찾는다해도 많은 여성 창업가들이 무대위에 올라가서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걸 꺼려한다.
-우리도 제발 여성 창업가들의 무용담을 TechCrunch를 통해서 공개하고 싶다. 근데 없는걸 어떻하냐고?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여성 창업가들을 찾을 수가 없다.
-여성들은 유전자적으로 risk-taking을 할만한 위인들이 못된다. 이건 여자들 스스로 인정한다.
-Michael Arrington의 여성창업가들에 대한 충고; “Sklar와 같이 실리콘 밸리에 여성 창업가들이 너무 없다는 불평을 하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인생 한번 사는건데’하고 창업을 행동으로 옮기는 여자들이 있다. 실리콘 밸리는 후자의 여성들을 더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여성동지들이 정말로 이런 의지로 창업을 한다면 TechCrunch에 연락해라. Top 기사로 온천하에 공개해 주겠다.”

스타트업 바이블 Q2 – 벤처는 이제 죽지 않았나?

Q: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벤처캐피탈 모델은 고장났다고 합니다. 스타트업과 이들한테 돈을 대주는 벤처캐피탈의 미래가 아직도 밝다고 생각하시나요? (@Jihyun_JJ)

A: 매우 좋은 지적이자 의미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문의하셨고 계속 문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며, 정답이 존재하더라도 저는 그 정답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과 여기저기서 느끼고 읽은걸 종합해 보면 아직도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 어느때보다도 더 밝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얼마전에 제가 읽은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Fisher Lynch Capital이라는 벤처캐피탈의 managing director인 Georganne Perkins가 peHUB에 기고한 글인데 아직도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의 미래가 왜 밝은지에 대한 간단한 답이기도 합니다:

1. 우리 주변에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들이 매일매일 발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명들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돈을 대줘야합니다. VC들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상용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정하자면, 소수의 VC들은 아이디어를 상용화해본 경험이 있으며, 그 중 몇명은 아이디어를 상용화 시킬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VC들도 좋은 아이디어에 투자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 제가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해왔듯이, 자기 돈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는 VC들은 거의 없습니다 – VC들한테 돈을 대주는 LP (Limited Partner)들은 경기와는 큰 상관없이 좋은 기회라면 항상 돈을 대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무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싸이클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LP들의 돈과 VC들의 능력이 창업가들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큰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만들어 주는 그러한 선순환 싸이클 말입니다. 굉장히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상식이지만,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존재하는한 벤처캐피탈 모델은 고장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2. 벤처캐피탈이야말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투자 방법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투자자들은 미래를 보고 투자 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스스로 제어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리스크가 항상 따르는 거구요.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 수익 및 성장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고, 채권 투자자들은 이자율의 방향을 예측하여 투자를 하며, 헤지펀드는 이런저런 복합적인 외부 요인에 투자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control 권한이 없습니다. 즉, 운명에 모든걸 맏기고 투자하는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VC는 그나마 투자하는 스타트업에 어느정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있습니다. 능력있는 VC들은 스타트업의 전략 형성에 관여한다거나, 영업 채널을 재조정한다거나 또는 경영진을 구조조정해서 투자한 금액의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카드 경기에 비유를 하자면, 다음 패를 어느정도까지는 컨트롤 할 수가 있다는 말이죠.

3. 카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VC들은 또한 다른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가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IT, 의료, 청정에너지 등과 같이 밝고 유망한 분야에서 그 어느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있으며 능력있는 VC라면 이러한 아이디어가 상용화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출 수 있습니다.

교육의 세계화 – The Global Brain Race

The Global Education Race
2010년 9월 18일 자 TechCrunch를 읽으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TechCrunch는 주중에는 IT 산업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current issue 및 특정 회사들의 현재 동향, 신제품 발표 등등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말 섹션은 IT 를 포함한 교육이나 세계복지와 같은 조금 더 soft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주 일요일 첫번째 기사는 내가 많이 존경하고 insightful한 글들로 항상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Vivek Wadhwa씨가 기고한 “The Global Education Race“라는 글인데 우연히도 이 글의 내용은 내가 몇일전부터 블로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고 있던 내용과 아주 100%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Kauffman Foundation의 선임 연구원 Ben Wildavsky의 저서 “The Great Brain Race: How Global Universities Are Reshaping the World”에 대한 내용인데 세계가 평평해지면서 한 국가의 백년대계이자 우리나라와 같이 있는거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국가한테 가장 중요한 교육이 어떻게 세계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밑에 3가지 사례는 현재 교육 시장에 부는 세계화의 바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미래가 촉망받는 싱가폴 출신의 젊은 학생이었던 Shih Choon Fong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아이비리그 학교인 Brown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다. 그는 그 이후에 모국인 싱가폴로 돌아와서 국립 싱가폴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하다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Kaust)의 첫번째 총장이 된다.
  • NYU 대학의 열정적인 총장 John Sexton은 그가 평생 꿈꿔오던 비전인 “global network university”를 실현하기 위하여 NYU 인문대학 분교를 Abu Dhabi에 설립한다.
  • 남아프리카공아국 출신의 한 아프리카 여성이 모국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University of Warwick에서 화학 박사 과정을 시작하러 유학길에 오른다. 그녀는 이미 모국을 떠나서 해외 유학길에 오른 3백만명의 다른 유학생들과 경쟁의 반열에 오른다.

비즈니스에서 “세계화”라는 말은 이제 하도 닳고 닳도록 쓰여서 그런지 솔직히 요새 젊은 친구들한테는 그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한다. 김영삼 대통령인가 김대중 대통령때인가 “세계화”라는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만큼 우리도 발전하였고 세계화되었다는 의미인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화라는 현상이 비단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라 교육을 – 특히, 대학과 대학원 교육 –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거 같다. OECD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국이 아닌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치가 최근 10년 동안 57%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물리학자들 중 절반 이상이 타국을 활동 무대로 삼으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간 학업협동은 1990년 이후 10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특히, 서구의 대학교들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분교를 세우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으며, 한국과 같이 수십년간 많은 학생들을 해외로 수출시킨 국가들은 이제는 이러한 인재들이 귀국하면서 서구 대학교들만 할 수 있었던 해외 분교설립을 직접 시작하고있다. 

미국의 위기
계속 이러한 속도로 교육의 세계화가 진행될 수 있다면 human talent의 world-wide flow를 아주 급격하게 가속시킬 것이며, 그동안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하였던 새로운 기회가 세계 도처에서 생길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너무나 바람직하고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금융의 세계화에 장점과 더불어 많은 단점이 동반되는것처럼 교육의 세계화 또한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일단 한국과 같은 나라는 인재 유출을 우려한다. 해마다 수만명의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과 삶을 찾아서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데 이런 고급 인력들이 우리나라를 떠난다는건 그만큼 우리의 경쟁력이 해외로 누수된다는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걱정은 해외 유학생들 때문에 미국의 학생들이 설 땅이 없어지는건 아닐까라는 조금은 다른 차원의 고민이다. 또한, 이보다는 더 근본적인 걱정은 외국 대학교들의 파워가 더 세질수록 바로 미국 대학들의 세계 위상이 더 낮아지고 이로 인해서 미국의 국력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거 같다. 오바마 대통령도 선거 캠페인 중 이와 비슷 질문을 미국국민들에게 한 적이 있다: “중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공학 박사들을 미국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이 판국에 미국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며, 미국인들이 당연히 걱정해야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전세계 유학생들을 가장 많이 유치하고 있지만, 2000년도에 25%였던 유학생 시장 점유율이 7년만인 2007년도에는 19%로 떨어졌다. 또한, 전통적으로 미국으로 학생들을 보내던 중국과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는 그 반대로 해외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으로 끌어오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머리좋은 학생들을 미국 대학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아시아 국가들은 – 특히, 중국과 싱가폴 – 서구의 선진 교육을 받은 교수들을 매력적인 조건에 채용하고 있으며 낙후된 대학 시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국가 예산을 대학교 보수공사 및 신규 기관 설립에 쏟아붇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공과 대학의 반열에 끼기 위해서 수조원의 예산을 몇몇 소수의 공과 대학교에 배정하였으며, 사우디 아라비아는 Abdullah 왕으로부터 13조원의 기부를 받아서 사우디의 카이스트인 Kaust를 세웠다. 참고로 Kaust는 이 13조원 한방으로 전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받은 대학이 되었다고 한다. 다덜 이렇게 미친듯이 대학과 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고등 교육의 향상이 국가 혁신과 국력 신장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논쟁
교육의 세계화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는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과 교류를 저자 Wildavsky씨는 “Free Trade in Minds”라고 책에서 정의한다. 하지만, 한미 FTA를 대환영하는 국민이 있는가하면 결사반대하는 분들이 있듯이, 국가간의 “자유지식교류” 또한 그 찬반과 논쟁은 끊이질 않는거 같다.
인도의 경우 외국 대학은 인도에 분교설립을 하지 못하는 국가법이 존재한다. 인도의 MIT인 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한 학장은 IIT 학생들이 해외에서 인턴쉽하는걸 금지시키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인턴쉽을 하면 분명히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일을 하려고 할 테니까 이런걸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이다. 말레이시아는 공립대학의 외국인 학부 학생 비율을 5%로 제한하였다. 외국인 학생들을 너무 많이 등록시키면 그만큼 말레이시아 자국민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는 명제인데 좀 말은 안되는거 같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서구의 경우 인도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과잉보호 정책은 잘 사용하지않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외국인 비자 문제때문에 아직도 많은 미국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건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점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지만, Wildavsky가 경고하는 교육의 세계화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심리적 보호정책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더 좋아지고, 다른 나라 학생들이 더 공부를 잘하면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쳐진다는 그런 생각을 뜻한다. 영국 Nottingham 대학의 닝보 (중국) 캠퍼스 총장인 Ian Gow씨도 이런 보호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는 중국이 영국의 대학과 교류하고 협력하는건 영국의 지식을 중국이 흡수하는 일방적인 파트너쉽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글쎄다..내 생각은 오히려 중국의 문화와 지식을 영국이 흡수하는 그 반대인거 같지만.

교육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Wildavsky는 Ian Gow와 같은 사람들은 교육의 세계화에 있어서 암덩어리와도 같은 존재라고 비난한다. Ian과 같은 사람들은 교육을 중상주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즉,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유한한 글로벌 자본/자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만 한다는 그러한 관점이다. 결국 이러한 유한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가들은 전쟁을 하고 이기는 국가가 있으면, 반드시 지는 국가가 생긴다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적 캐피탈 (knowledge capital)은 다르다.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고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하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똑똑한 재원들이 더 많이 태어날 수록 글로벌 지식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 것이지만, 이러한 지적 경쟁은 전쟁과는 달리 항상 선의의 경쟁이 될것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더 많은 수준급 대학이 생기고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게되면 이는 서구의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해가 되지 않는다. 지식을 늘린다는건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식이란 누구다 다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세계화로 인한 지식, 아이디어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교류는 동서양 모두를 위해서 좋은 현상이다. AMEN.

한국인들의 7 가지 실수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 특히, 대한민국이 그나마 강하다고 자처하는 IT 분야에서 –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오는 비즈니스맨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원래 알던 분들이 미국에 출장 온다거나, 또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시장조사를 오신다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들의 소개를 통해서 만난다거나…아마도 나는 한 달에 3~4명의 새로운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이메일/전화/미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거 같다. 거기다가 모든 한인이 살면서 일생에서 한번은 거친다는 LA라는 지리적인 특색을 고려하면 더욱더 많은 한국분을 알게 된다.

실로 LA에 살면서 그동안 나는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을 –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시는 – 만날 기회가 있었다. 경영인, 창업가, 언론인, 영화배우, 운동선수, 식당업, 제조업, 농수산물 등등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세계라는 무대를 대상으로 바쁘게 사시는 분들이며 모두 나름대로 배울 점들이 많은 분이다. 이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꼈던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쳤으면 좋은 점 7가지를 여기서 한번 나열해 본다. 물론, 이 리스트는 나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이기 때문에 굳이 남들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지만 거의 10년 이상 우리나라 분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와..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이럴 땐 정말 황당해할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모아놓은 사례들이다.

1/ 이메일 계정 -언젠가 한국에서 꽤 잘나간다는 신문사 기자를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명함에 기재된 이메일은 bonjoureverybody@xyz.com 이었다. 몇 주 후에 만난 한 벤처기업 마케팅 이사의 이메일은 bestandhappy@wxy.com이었다. 무슨 특별한 뜻이 있냐고 물어보니 “항상 최선을 다해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라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을 하더라 – “이거 생각해낸다고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라는 말도 함께. 이 분이랑 같이 미국 회사 중역들과 미팅을 하였는데, 명함의 이메일을 보고 황당해하는 그 미국인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메일 주소는 무조건 이름을 사용해라. 왜 그러냐고 묻지도 마라. 그냥 무조건 자기 이름과 성을 가지고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라. 이건 너무나 기본적인 이메일 원칙이며,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맨들이 이렇게 function하고 있다. 튀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그냥 평범한 원칙을 따르는 게 좋다. 괜히 말도 안되는 ‘튀는’ 이메일 계정을 만들지 말고 그냥 누가 봐도 무난하고 이름을 외울 수 있는 이메일을 사용해라. 나도 여러 개의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kihong, khbae, kihong.bae, kbae 이런식으로 되어 있다.
유난히 아시아인들이 (특히 한국과 일본) 독특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런 걸 볼 때마다 미국인들은 많이 비웃고 우습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 한번 관심을 가지고 9시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라. 10명 중 9명의 기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언론인들은 이런 걸 좀 자제해주면 좋을 거 같다.

2/ 회사 이메일 –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사장과 함께 LA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생긴 지 얼마 안되는 회사라서 명함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뭐 미국에서의 명함은 한국에서와 같은 절대적이고 심각한 의미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그건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장이 미팅을 하였던 미국인의 명함에 적어준 본인의 이메일은 xyz@paran.com이었다. 파란을 당연히 모르는 미국인은 “파란”이 모기업의 이름이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미쳐 중간에 끊어서 답변을 하기 전에 그 사장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뇨, 파란은 그냥 웹메일입니다. 회사 메일이 있는데 그냥 귀찮아서 잘 사용 안 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그 사장한테 그게 귀찮아서 명함에 파란 메일을 박아서 다니려면 그냥 짐 싸서 집에 가라고 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건데 아직도 한국에서 오시는 비즈니스맨들을 보면 hotmail, hanmail이나 gmail을 명함에 박아서 다니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아직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았거나 회사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면 큰 상관은 없지만 대부분 거의 2~3년 이상 회사를 운영하신 분들이 이러니 참…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떤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회사 명함에 abc@hotmail.com이라는 이메일 주소를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엉터리 회사, 사기꾼 또는 진지하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3/ CC: – 한국분들과 이메일을 하다 보면 cc:의 개념을 잘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뜻밖에 많다. 내가 메일을 보낼 때 누군가를 cc: 하면 cc:된 사람도 계속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그 이후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그 사람도 cc: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답장을 할 때는 항상 reply all을 하는 게 예의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그냥 reply를 한다. 그러면 내가 또 다른 사람을 cc:해서 답장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또 그냥 나한테만 reply를 한다.

분명히 이 사람은 cc: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다.

4/ 명함 – 실리콘 밸리에서는 명함을 아예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수단인 동네에서 명함을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어떤 분들은 환경을 위해서라고 한다). 설령 명함을 상대방한테 주더라도 그냥 한 손으로 주는 게 이 동네의 분위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명함을 던져주는 분들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일본 사람들은 명함을 무슨 목숨과도 같이 지키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항상 명함을 무슨 신주 모시듯 꺼내고, 두 손으로 매우 반듯한 자세로 상대방한테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한 손으로 전달하면 된다.

5/ 악수 – “두 손” 전략은 비단 명함 전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악수를 할 때도 한국분들은 굳이 두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반가움의 밀도를 표현하는 거라고 하지만 괜히 미국에서는 이상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악수는 그냥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지긋이 잡아주면 된다. 그리고 악수를 하면서 쓸데없이 허리를 굽히거나 괜히 굽신거리는 몸짓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6/ 회사 연혁은 생략 – 한국 회사의 소개자료를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게 있는데 바로 회사 창립일부터 현재까지 매년/매달 단위로 주저리주저리 적어놓은 회사 연혁이다. 특히, “중소기업청 이노비즈” , “대한민국 혁신벤처기업상” 등등 전혀 미국 비즈니스에 도움되지 않는 연혁들을 소개자료에 집어넣는 회사들이 있는데 미국 회사들은 이런 회사의 연혁을 주저리주저리 회사 소개 자료에 포함하지 않는다. 회사 경영진,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정도만 포함하면 된다.

7/ 어설픈 영문 자료 – 이 또한 매우 짜증 나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너무나 많은 한국 회사들의 영문 자료나 영문 웹사이트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문 표현들과 오타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회사는 보니까 회사 이름에도 오타가 있던데 한 1년 동안 그 틀린 글자가 그대로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더라. 어차피 미국인이 아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철자나 영문법 같은 거야 틀릴 수 있다고 굳이 주장하시는 분들한테는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시든지 아니면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미국으로 오시든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영문자료는 주위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나, 외부 전문 기관에 돈 몇 푼 주고 검토해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건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위에 나열한 7가지 “mistake”들은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분들은 내가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면 “너 지금 어릴 때부터 외국 살아서 영어 잘한다고 자랑하냐?”라고 비꼬면서 비아냥거리시는 분들도 있다. 과연 그런 걸까? 솔직히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슈들이고, 그렇다고 위에 나열한 7가지 실수들이 큰 계약의 성사를 방해하거나 회사를 하루 아침에 망하게 하는 절대적인 deal-breaker 수준의 실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이라는 건 존재한다. 아무리 창의력과 차별화가 요구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이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들이라는건 존재하며,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런 기본적인 규칙들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봉이 “스티브” 잡스선달 – App 시장에 대한 재미있는 조사

회사에서 아이폰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조사를 하다가 재미있는 숫자를 몇개 발견해서 간단한 계산을 해봤다. 그냥 간단하게 공개된 여러가지 자료를 짬뽕해서 나름대로 몇가지 숫자들을 만들어 봤는데 혼자 알기에는 좀 아까워서 여기서 공유해본다. 물론 Gartner Group에서 일하는 내 와튼 동기들이 보면 비웃을만한, 현란하고 디테일한 그런 시장 보고서는 절대 아니고 그냥 대략적으로 큰 숫자들만 나열하였으니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거나 또는 틀린 부분들이 있으면 가차없이 지적 부탁한다.

1. 지금까지 몇대의 아이폰이 팔렸을까? 애플이 공식적으로 매분기마다 발표하는 earnings report에 자세히 나와있는 수치를 모아봤다. 2007년도 3사분기에 iPhone Original이 처음 미국시장에 출시된 이후로 지금까지 (2010년 8월) 팔린 iPhone의 수는 대략 6,000만대이다. 삼성이나 LG에서 새로운 핸드폰이 대박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1백만대라고 알고 있는데 6,000만대는 정말 amazing한 숫자인거 같다.거기다가 이 숫자는 iPhone 4의 첫 2-3일 판매치만 포함하고 있다. (참고로 애플의 2010년 회계 년도는 2009년 9월 27일 ~ 2010년 9월 25일이다. iPhone 4가 미국에서 6월 24일 판매를 시작하였는데 판매 시작 3일만에 170만대가 팔렸다)

2. iPhone으로 Apple은 과연 돈을 얼마나 벌었을까? 매출은 애플에서 발표를 해서 공개되어 있지만, 정확하게 얼마를 남겨먹는지 한번 계산해 봤다. 아이폰 하나 팔때마다 얼마가 남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들이 있지만 텍사스 오스틴 기반의 Portelligent라는 조사기관의 수치를 여기서는 참고하였다.

  • iPhone 실제 가격은 대략 $500 ~ $600 정도이다
  • iPhone의 마진율은 대략 40% ~ 50%이다 (이 부분이 조금 까리하다)
  • iPhone의 실제 제조 비용은 $220 정도이다 (마지막 조립 비용은 제외)
  • 즉, iPhone 한대 당 애플이 남겨먹는게 대략 $200 ~ $250 정도이다 
  • 지금까지 팔린 아이폰 수 59,634,000 x 아이폰 한대당 남는 돈 $225 = $13B (17조원)

3. 그러면 iPhone App으로는 과연 돈을 얼마나 벌었을까? 이또한 다양한 가설과 추측치를 기반으로 계산할 수 밖에 없었다.

  • 모바일 광고 회사인 AdMob이 (얼마전에 구글이 인수) 약 1년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iPhone 사용자 중 50%가 App을 구매하며, 인당 평균적으로 한달에 $9.49를 사용
  • App Store는 2008년 7월 출시되어 현재까지 27개월 동안 운영됨
  • 지금까지 팔린 아이폰 수 59,634,000 x 50% x 월평균 App 구매 비용 $9.49 x 27개월 = $7.6B (9.9조원)

하지만, iPhone App을 사용할 수 있는건 iPhone 뿐만이 아니다. iPod Touch도 가능하다.

  • iPod Touch 출시 이후에 판매된 iPod의 수는 (iPod, iPod Nano, iPod Shuffle, iPod Touch 등 모든 iPod 포함한 수치) 1억 6천만대
  • Piper Jaffray에 의하면 전체 판매되는 iPod 중 iPod Touch가 대략 47% 정도
  • 지금까지 판매된 iPod Touch는 대략 1억 6천만 x 47% = 7,520만대
  • AdMob에 의하면 전체 iPod Touch 사용자 중 40%가 App을 구매하며, 인당 평균적으로 한달에 $9.79를 사용
  • 지금까지 팔린 iPod Touch 수 75,200,000 x 40% x 월평균 App 구매 비용 $9.79 x 27개월 = $7.9B (10.3조원)

즉, 전세계 iPhone과 iPod Touch 사용자들이 App을 사는데 쓰는 돈은 대략 $15.5B (20조원)정도이고, Apple이 App 매출의 30%를 가져가니까 App Store에서 남는 돈이 대략 $4.7B (6조원)인 셈이되는거다. 솔직히 iPhone 관련 애플이 실제 하는거는 마지막으로 부품들을 조립해서 팔고 마케팅 하는거 밖에 없지만 (대부분의 부품은 한국이나 대만에서 제조된다) 어찌되었던간에 애플의 손이 가는 제품이다. 하지만, 앱 시장은 정말 놀라운게 애플은 그냥 개발자들이 앱을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시장 (marketplace)만을 제공하는건데 여기서 이렇게 막대한 이윤을 챙겨먹다니…입이 쩍 벌어진다. 이건 마치 도박판을 위한 장소를 제공해주고 house fee를 챙겨먹는 비즈니스와도 같다 (영화 ‘타짜’에서 였나…누군가 다음과 같이 말한거 같다. “궁극적으로 도박판에서 이기는건 하우스다.”)

결론: 계산상 오류, 가설의 신빈성, 시장에 떠도는 정보의 신뢰도 등을 완전 무시하고 위의 계산들이 맞다고 하면 애플은 핸드폰으로 지금까지 17조원을 챙겼고, 자신들은 손도 더럽히지 않고 남이 만들어서 열심히 파는 앱 시장에서 6조원을 챙긴셈이 된다. 앞으로 출시될 새로운 iPhone과 iPod Touch 그리고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한 iPad까지 합세하면 실로 엄청난 비즈니스가 될것이 확실하다. 봉이 “스티브” 잡스선달의 탄생이다.

*참고로 위의 수치들은 iAd로 인한 광고 수익이나 In-App 구매를 통한 수익을 포함하지 않는다.